이재명, 가족사 언급하다 울컥 "비천한 출신 내 잘못 아니다"

2021. 12. 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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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매타버스 전북지역 순회가 이어진 4일 전북 군산시 공설시장을 찾은 이재명 후보가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뉴스1

“진흙 속에서도 꽃은 피지 않더냐. 내 출신의 비천함은 내 잘못이 아니니 나를 탓하지 말아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군산 공설시장 즉설 연설 중 불행한 가족사를 언급하다 울컥했다. 이 후보는 “제 출신이 비천하다. 비천한 집안이라서 주변에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며 가족사를 길게 읊었다.

그는 화전민 출신 부모에 대해 “성남에 와서 아버지는 시장 화장실 청소부, 어머니는 화장실을 지키며 대변 20원, 소변 10원에 휴지를 팔았다”며 “그 젊은 나이에 남정네들 화장실 들락거리는 앞에 쭈그려 앉아 먹고 살겠다고 그래 살았다”고 말했다. 또 “아시는 대로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던 형님은 돌아가셨다. 저하고 같이 (가족 중에서) 제일 출세한 사람”이라며 “그 밑에 넷째 여동생은 야쿠르트를 배달하고 미싱사를 하다가 화장실에서 죽었는데 산재 처리도 못 했다. 제 남동생은 지금 환경미화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사는『인간 이재명』등 이 후보를 소개하는 책들의 핵심 줄기지만 이 후보가 대중 앞에서 자신의 입으로 사연을 쏟아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말하는 내내 떨리는 음성이었다. 가족사 언급은 낮은 자세 강조를 위한 서설이었다. “난 그(진흙) 속에도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할 때 이 후보의 목소리는 커졌다. 그는 “우리 국민이 이 나라 주인이니 나는 머슴이란 생각으로 주인의 뜻을 철저히 따르겠다”며 “좋은 일이란 확신이 들어도 국민께 묻고 하겠다. 그러나 끝까지 설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도의적 책임 인정(11월 22일), 사죄의 큰절(11월 24일), 조카 살해 변론 사과(11월 24일), 조국 사태 사과(12월 2일) 등 사과·반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전주 한옥마을 거리 유세 현장에서도 그는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 관련 재차 사과 “국민이 잘못됐다면 잘못된 것”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이뤄진 전북 김제시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33센터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관해 재차 사과했다. 그는 “진보개혁 진영은 똑같은 잘못이라도 더 많은 비판을 받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국민이 실망한다면 그 점에 대해서 사죄드리는 게 맞다”며 “국민이 잘못됐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민주당에 실망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그런 실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제 책무라고 생각해서 사과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드러낸 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비판에 나선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다만 이 후보는 “우리 조국 장관이 검찰에 의해 정당한 대우를 받은 것이냐, 그 점은 또 다른 문제”라며 “윤석열 검찰이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했느냐, 지금도 그 주변에 대한 수사들이 과연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느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겨냥 “편파적 권력 행사, 주권자에 대한 배신 일삼아"

반성과 성찰 기조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한 날은 날카롭게 세웠다. 군산 공설시장 연설에도 그는 “가까우면 있는 죄도 봐주고 가짜로 기소해 2~3년씩 재판으로 고생시키는 것은 권력남용이고 주권자에 대한 배신”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의 미래를 예측할 단서는 있다”며 “그것은 바로 그가 과거에 살아온 행적이다. 그의 미래를 보려거든 여러분 그의 과거를 보시라”고 말했다. 또 “주어진 권력을 자신만을 위해 행사하고 권력 행사의 가장 기본이라 해야 할 공정성이 상실된 편파적 권한 행사, 선별식 행사, 자기중심적 권력 행사는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당은 2022년도 예산을 처리하면서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발행 지원예산이 대폭 증액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외투에서 지역 화폐를 꺼내 고구마, 참외 장아찌, 박대 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시장엔 일보 전진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고 이 후보는 상인과 시민들의 사진 촬영이나 사인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당선되면 새만금 개발사업 논란 조기 종결”

새만금 희망의 보금자리 국민반상회 (김제=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4일 전북 김제시 새만금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열린 새만금 희망의 보금자리 국민반상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4 srba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새만금33센터에서 개최한 ‘국민 반상회’ 에선 새만금 개발사업·남원 공공 의대 설립 등 전북의 숙원 사업 해결사를 자처했다. 이 후보는 “전북의 가장 큰 현안인 새만금개발사업이 진척이 잘 안 됐다는 느낌이 있다”며 “새만금 개발 사업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논쟁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1년 노태우 정부 시절 첫 삽을 뜬 새만금개발사업은 환경 파괴 논란 속에서 여전히 개발의 방향성을 둔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이 후보는 “당선되면 국민 반상회를 통해서 조기에 (논란을) 종결하겠다”고 자신했다,

또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코로나 19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현재 시행령 수준보다 더 두텁게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최근 코로나19 환자 폭증 사태와 관련해 이 후보는 “이번에 거리 두기 강화할 경우 '오히려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부의 지원과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후보는 전북 거점병원인 남원의료원을 방문한 뒤 전북 임실에 있는 하늘구름캠핑장에서 '명심 캠핑'를 이어간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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