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세계여행] 여행자도 반한 영국 광부의 점심 파스티
잉글랜드 콘월의 코니시 파스티
콘월은 영국 현지에서도 휴양지로 명성이 높다. 300개가 넘는 해변과 기암절벽이 둘레를 감싸고 있다. 원래는 광산 지대로 역사가 깊다. 19세기 한때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의 3분의 2가 이 땅에서 생산됐단다. 대략 2000개의 광산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네 탄광촌처럼, 콘월의 탄광 지역에도 광부들의 남다른 식문화가 내려온다. 코니시 파스티(Cornish Pasty)라 불리는 두툼한 빵이 대표적이다. 얼핏 만두와 닮았다. 밀가루 반죽 위에 다진 고기와 감자‧양파‧무 등을 올린 다음, 반달 모양으로 빚어 오븐에 구워 먹는다. 맛은 퍽 친숙하다. 기름기가 많고 고소한 것이 동네 빵집에서 파는 ‘고로케’를 연상케 한다. 튀기지 않고 구워낸 덕에 보다 담백하고, 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광부는 끼니도 휴식도 탄광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하여 광부의 아내 혹은 어머니는 파스티로 점심 도시락을 싸는 경우가 많았단다.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서다. 그 시절 우리의 광부도 나물‧김치‧계란을 꾹꾹 눌러 담은 도시락을 들고 탄광 속으로 내려갔다.
현지인처럼 코니시 파스티를 즐기는 팁 하나. 빵의 바삭바삭한 겉껍질을 두 손으로 잡고 먹는다. 더러운 탄가루를 음식에 묻히지 않기 위한 광부들의 식사법이 지금도 문화로 내려온단다.
콘월에는 이제 광부가 없다. 광산은 죄 문을 닫았고, 곳곳에 거대한 작업장과 굴뚝같은 흔적이 남아 있을 따름이다. 하나 음식 문화는 영국 전역에 뻗어 있다. 런던 시내에도,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코니시 파스티 전문점이 흔하다. 커피보다는 진하게 우린 영국식 홍차와 더 궁합이 좋다. 간편하고 든든하고,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덕에 여행자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콘월(잉글랜드)=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경애 "조동연, 이혼 당하고 위자료 지급...이미 대가 치렀다"
- [단독]"사랑해" 악마의 속삭임…친구 미성년 딸 간음한 그놈
- 배우 김승수 배달 뛴 이유, 오은영도 "문제가 심각하다" 경악
- "왕관 하나 만드는데 3억, 전 빌려쓸게요" 日공주의 반란 [뉴스원샷]
- 윤석열·김종인·이준석 '삼위일체' 이뤘다…지지율 다시 뒤집나 [토요 풍향계]
- 연신 "위하여!" 울려 퍼졌다...윤석열·이준석 일단은 해피엔딩
- 꽃으로 임원 자리 올랐다, 꽃값만 한해 5억 쓰는 남자 정체
- "속옷 안 입고 패딩, 하필 강풍이…" 바바리맨 핑계 안 통했다
- 송대관 "빚 280억원에 월세살이, 빚 떠안긴 아내와 왜 사냐면…"
- 치매 아닌데, 자식 몰라보고 욕지거리...밤새우는 습관이 부른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