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초 한걸음 더..항노화 단백질, 한국 과학자들이 찾았다

문희철 입력 2021. 12. 4. 04:00 수정 2021. 12. 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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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바이오기업 알토스랩스에 투자한 제프 베이조스에 주목한 MIT테크놀로지리뷰. [사진 MIT테크놀로지리뷰 홈페이지]

불로초를 찾던 중국 진시황부터 노화세포 제거 연구 기업(알토스랩스)에 투자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명 연장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수많은 과학자가 장수(長壽)의 원리를 규명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 연구진도 힘을 보탰다.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지만, 그간 한 번도 밝혀지지 않았던 특정 단백질 중 하나를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3일(현지시간) 항노화 단백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포항공과대학교 공동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이용해 새로운 항노화 단백질을 찾았다. 예쁜꼬마선충은 크기가 손톱보다 작지만, 인간과 83%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투명한 실험동물이다.
예쁜꼬마선충. [사진 위기피디아]


신규 항노화 단백질 MON2이 수명 연장


연구진은 단백체학 기술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 호흡이 저하돼 수명이 늘어난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만 골랐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호흡을 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소기관(세포 속에서 특별한 기능을 하는 작은 기관)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예쁜꼬마선충과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을 비교했다. 여기서 정상 대비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에 특별히 많거나 적은 1000여개의 단백질을 찾았다.

다음엔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의 수명 변화를 살펴봤다. 그랬더니 특정 골지체 단백질(MON2)이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골지체는 세포 안에서 생산한 단백질·지질을 목적에 따라 변형·분류해 필요한 위치로 보내는 세포소기관이다. MON2은 골지체에서 물질 수송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알려져 있다.

세포는 내부에서 역할을 다한 단백질을 수시로 제거·변형(자가포식·autophagy)한다. 그런데 특히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둔화하면 자가포식이 일어나 세포가 젊어지고 장수를 유도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다만 어떻게 자가포식이 벌어지는지 원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이 돌연변이 예쁜꼬마선충을 조사했더니, 바로 MON 단백질이 자가포식 기전에 필요한 인자였다는 것이다. 노화와 MON2 단백질의 관련성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에서 MON2가 골지체와 엔도좀 사이의 물질 수송을 매개하고 자가포식을 향상시켜 장수를 유도한다. [사진 한국연구재단]


MON2의 자가포식 강화가 장수를 유도


이승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의학적이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연구”라며 “만약 MON2 단백질의 발현·활성을 증가할 방법이나 약물을 개발하면 인간의 노화 관련 질환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어떻게 세포소기관 내부의 물질 수송이 자가포식 향상을 유도하는지 기전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승재 교수는 “MON2 단백질이 어떻게 미토콘드리아·골지체·자가포식체 등과 유기적인 소통을 매개하는지 알아내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사업·리더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이번 연구는 3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게재됐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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