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번 나올 당대표" 尹의 울산행, 홍준표 작품인가

김기정 2021. 12. 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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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권성동 사무총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선대위 회의를 마친 후 자리를 뜨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3일 전격적인 울산행엔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 국면이 길어질 경우 대선을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고 복수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선대위 회의를 긴급 소집해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대다수 참석자가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꼭 이 대표와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로 윤 후보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를 받아들인 윤 후보는 “직접 만나 오해를 풀겠다”며 이 대표와의 대면 의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앞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회동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전날 오후 당 상임고문단 오찬을 마친 뒤 윤 후보는 선대위에 다음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선대위 내부에선 조만간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회동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당시 이 대표가 제주에 머물고 있는 만큼 윤 후보의 제주행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일 저녁 이 대표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전해지며 윤 후보 측의 기류가 달라졌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당 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윤 후보가 갈등을 빚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총장은 장관 부하가 아니다”고 했던 말을 빗댄 것이다. 윤석열-이준석 갈등의 원인 중 하나인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 해석 여부를 두고 이 대표가 윤 후보의 당시 발언을 소환하며 슬쩍 비판한 모양새인데, 윤 후보 측 일부 인사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선을 넘는다”는 반발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울산시당 앞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 참석을 위해 당사에 도착한 윤 후보는 ‘이 대표를 오늘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갈등이 장기화 국면을 맞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당 안팎에서 팽배했다. 하지만 한 시간 가량의 회의를 마친 뒤 나온 윤 후보는 “저는 이준석 대표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걸 많이 배운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당 대표와 제가 함께 대장정을 간다는 자체가 운이 좋은 것”이라며 이 대표를 추켜세웠다.

이 대표와의 갈등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야권 진영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윤 후보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 간의 신경전이 본격화한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조사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36%의 지지율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동률을 이뤘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난번 조사(지난달 19일 발표)에선 윤 후보가 42%, 이 후보가 31%였는데, 2주 만에 11%포인트의 격차가 모두 좁혀진 것이다. 특히 6일 예고된 당 선대위 출범식에 이 대표가 참석하지 않을 경우 자칫 반쪽짜리 출발이 될 수 있단 우려도 이날 회동 성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전날 윤 후보와 홍준표 의원과의 만찬 회동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날 홍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에게 당은 이준석 대표가 주도해야 정상이고 ‘파리떼’가 준동하면 대선을 망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의 인사 조치를 요구한 이 대표의 입장과 흡사하다. 이 대표와 청년 지지층이 겹치는 홍 의원이 윤 후보 지지 및 선대위 합류의 선결 조건으로 이 대표와의 원만한 합의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정 기자, 제주·울산=성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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