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번 나올 당대표" 尹의 울산행, 홍준표 작품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3일 전격적인 울산행엔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 국면이 길어질 경우 대선을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고 복수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선대위 회의를 긴급 소집해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대다수 참석자가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꼭 이 대표와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로 윤 후보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를 받아들인 윤 후보는 “직접 만나 오해를 풀겠다”며 이 대표와의 대면 의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앞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와 이 대표 간의 회동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전날 오후 당 상임고문단 오찬을 마친 뒤 윤 후보는 선대위에 다음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선대위 내부에선 조만간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회동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당시 이 대표가 제주에 머물고 있는 만큼 윤 후보의 제주행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일 저녁 이 대표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 전해지며 윤 후보 측의 기류가 달라졌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당 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윤 후보가 갈등을 빚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총장은 장관 부하가 아니다”고 했던 말을 빗댄 것이다. 윤석열-이준석 갈등의 원인 중 하나인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 해석 여부를 두고 이 대표가 윤 후보의 당시 발언을 소환하며 슬쩍 비판한 모양새인데, 윤 후보 측 일부 인사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선을 넘는다”는 반발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 참석을 위해 당사에 도착한 윤 후보는 ‘이 대표를 오늘 만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갈등이 장기화 국면을 맞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당 안팎에서 팽배했다. 하지만 한 시간 가량의 회의를 마친 뒤 나온 윤 후보는 “저는 이준석 대표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걸 많이 배운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당 대표와 제가 함께 대장정을 간다는 자체가 운이 좋은 것”이라며 이 대표를 추켜세웠다.
이 대표와의 갈등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야권 진영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윤 후보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 간의 신경전이 본격화한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조사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36%의 지지율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동률을 이뤘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난번 조사(지난달 19일 발표)에선 윤 후보가 42%, 이 후보가 31%였는데, 2주 만에 11%포인트의 격차가 모두 좁혀진 것이다. 특히 6일 예고된 당 선대위 출범식에 이 대표가 참석하지 않을 경우 자칫 반쪽짜리 출발이 될 수 있단 우려도 이날 회동 성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전날 윤 후보와 홍준표 의원과의 만찬 회동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날 홍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에게 당은 이준석 대표가 주도해야 정상이고 ‘파리떼’가 준동하면 대선을 망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의 인사 조치를 요구한 이 대표의 입장과 흡사하다. 이 대표와 청년 지지층이 겹치는 홍 의원이 윤 후보 지지 및 선대위 합류의 선결 조건으로 이 대표와의 원만한 합의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정 기자, 제주·울산=성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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