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尹고발사주' 수사 좌초..'대장동 쌍특검'도 힘들 듯

2021. 12. 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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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상대로 청구한 영장이 세 번 연속 기각됨에 따라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동력을 잃게 됐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상대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체포영장(10월 20일), 1차 구속영장(10월 23일)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데 이어 지난달 30일 2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3일 새벽 또다시 기각됐다.

법원은 기각 사유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매번 비슷하게 지적했다. 범죄 혐의를 제대로 입증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인신 구속 시도만 거듭한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2차 구속영장에선 1차 영장 청구 당시 윤 후보를 손 검사와 공모자로 겨냥한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 표현까지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에 실패했다.

결국 검찰과 공수처가 각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관련된 대장동·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쌍끌이로 벌였지만 두 수사기관 모두 ‘윗선’ 근처도 못 간 채 수사를 접어야 할 처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선 “‘쌍특검 도입’도 여야가 각자 계산이 달라 국민은 내년 3월 깜깜이 대선을 치르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준성 영장 3번 청구, 3번 기각…전주혜 “공수처, 존재 이유 상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부장판사는 3일 오전 0시 10분쯤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2차 구속영장에선 “성상욱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과 임홍석 검찰연구관 등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찰 공무원에게 고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며 수정관실 직원들이 고발장 작성·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했다.

이에 서 부장판사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성 담당관과 임 연구관 등을 작성자 및 전달자로 지목하는 증거를 대달라고 요구하자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당시 업무처리 구조상 해당 검사들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공수처의 거듭된 영장 기각과 무리한 수사에 공수처 존폐론까지 거론됐다.

국민의힘 전주혜 선대위 대변인은 “청부수사처 공수처는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며 “즉각 대선 개입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이 땅에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조차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첫 단추부터 잘못끼운 반쪽짜리 수사”라며 “자신 없으면 대선 끝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 역시 공수처와 마찬가지 상황이다. 아들 퇴직금 50억 논란이 불거진지두달여를 수사한 곽상도 전 무소속 의원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 1일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당했다. 실제 전달 여부도 불명확한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나머지 ‘50억 클럽’ 인사들을 포함한 추가 정관계 로비 수사도 어렵게 됐다.

검찰은 수천억원대 대장동 도시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면서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천화동인 4·5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의 공모 범죄로 한정 짓고 윗선 개입 여부는 제대로 수사 않고 덮었다는 지적도 받는다.

곽상도 전 의원(좌), 손준성 검사(우)가 각각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뉴스1

국민 65% “대장동·고발사주 쌍특검 도입해야”…여야, 각자 계산


검찰과 공수처가 각각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대장동과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장동-고발사주 동시 쌍특검 도입’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65.0%로 “공감하지 않는다” 26.1%를 크게 앞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특검론은 국회에서 멈춰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원론적으로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고 했지만, 정작 회의는 파행을 거듭하는 중이다. 우선 특검 대상부터 이견이 있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등 비리 자금 흐름을 쫓으려면,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수사 대상에 넣자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물타기 의도라며 특검 의지가 없다고 반박한다. 또,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을 놓고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야 양쪽 다 진실규명보다 특검을 통해 상대방 의혹만 키우고 싶은 것 같다”며 “특검을 하지 못하고 이대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여야가 극적 합의를 보더라도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버려 대선 전 수사 결과를 내놓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내년 3월 9일 유권자들은 두 개의 의혹의 진실은 알지 못한 채 ‘깜깜이 대선’을 치러야 할 가능성만 커지고 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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