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죽는다' 고지 받았다면? "20대를 그렇게 산 것 같다"

김정연 입력 2021. 12. 3. 14: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지옥'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새진리회 교주 정진수는 차분한 복장, 긴 머리, 느릿한 말투로 낯선 형태의 사이비교주를 그려냈다. 사진 넷플릭스


"저도 1등 좋아해요, '세계 1등'은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감정이라 느껴보고 플로우를 타보고 있는 중이에요“

지난달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공개 첫 날 글로벌 시청 1위(플릭스패트롤)를 기록했고, 15~21일 한 주간 넷플릭스 공식 집계에서도 시청시간 4348만 시간으로 1위에 올랐다.

‘지옥’에서 신흥 종교 ‘새진리회’의 교주 ‘정진수’로 등장한 유아인(35)은 3일 언론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이런 걸 느껴볼 수 있다는 데 감사하지만, '1등'은 매일 일어나는 건 아닐거잖아요”라며 “(1등도 좋지만) 이런 채널, 플랫폼을 통해 우리가 만든 작품이 전 세계에 소개될 수 있는 게 가장 반가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비 교주들 생각보다 ‘믿숩니꽈!!’는 별로 없더라”


'새진리회' 초대 교주 정진수는 목소리를 높여 연설하지도, 사람들을 선동하지도 않는다. 오랜 세월에 걸쳐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교리를 차분하게 전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이고, 일부 대중 연설을 하는 게 활동의 전부다. 사진 넷플릭스

‘지옥’에서 그는 긴 머리, 나른한 말투, 연상호 감독이 ‘눈빛 없는 무서운 눈빛’이라 표현한 텅 빈 눈빛으로 새로운 모습의 사이비 종교 교주를 그려냈다.

그는 “사이비 교주들을 영상으로 찾아봤을 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믿숩니꽈!' 는 별로 없고 굉장히 조곤조곤 말하며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더라”며 “눈빛도 굳이 힘 주지 않고 보통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믿음을 강요하기 위해 연구한 눈뜨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진수’의 겉모습은 원작 그대로 옮기기를 감독님이 원하셔서, 저의 해석이나 의지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원작에 충실했다”고 덧붙였다.


“고지받는다면? 20대를 고지받은 것처럼 산 것 같다”


극중 정진수는 청소년기에 '너는 20년 뒤에 죽는다' 고지(죽음 예고)를 받은 뒤 그 죽음을 설명하는 교리를 만들고 사라진다. 유아인은 "저는 고지를 받지 않았지만 20대를 그렇게 산 것 같다"며 "‘지옥’에서 정진수를 연기하면서 20대를 상기하고, 그 시절 치기를 비웃기도 했다"고했다.

그는 "상당히 느끼한 겉멋과 허세에 찌들어서… '나는 서른 즈음에 죽을거야' 하고 20대를 살아서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내일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태도, 뒤가 없이 발산하는 에너지, 다음이 없을 것 같은 상태로 살았다 "고 덧붙였다.


"'지옥' 공개 1시간만에 6편 다 본 것처럼 악플, 그런 믿음은 어디서 나올까"


'지옥'에서 '새진리회'를 믿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화살촉' 세력의 주축이자 인기 BJ의 방송화면. 사진 넷플릭스

유아인은 ‘지옥’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그는 "'괴물'을 '괴물같은 인간', '천사'를 '천사같은 인간'으로 바꿔보면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 맹신, 그걸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건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어서 크게 어렵게 느껴지는 트위스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보다 화면 속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시대에, 화면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많이 떠올랐다”며 “'지옥' 공개 후 한 시간도 안됐는데 6부를 다 본 것처럼 악플다는 사람이 있더라. 그런 믿음과 신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공포가 생기더라. 현실이 가장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세계무대 유아인이 제격이지' 댓글이 제일 기분좋았다"


유아인은 2018년 '버닝' 이후 두 번째 글로벌 흥행작을 필모그래피에 추가하게 됐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 이후 두 번째 글로벌 흥행작에 참여한 그는 "외국 반응도 기분좋지만, 제일 좋았던 건 유튜브에서 본 '그래 세계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한국 사람의 댓글"이라며 "국가대표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기분이 굉장히 좋으면서도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전했다.

"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부담감,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것 같은 관객들의 칼날같은 시선"을 의식했다는 그는 "'유아인'에 대한 선입견과 기대감이 있을 수밖에 없는 한국 관객과의 호흡과, 아예 저를 처음 접하는 외국 관객에게 '어떤 깨끗한 표현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동시에 하며 표현했다"고 전했다.

역할의 중량감에 비해 분량은 적은 편이다. 유아인은 "적게 나오고 최대치의 효과를 내는 인물을 받고는 '올 게 왔다, 제대로 한 번 해보자' 했다"며 "많은 분들이 아쉬워해주셔서 감사하다. 저도 재등장을 가장 바라는 사람 중 하나인데, 살아날 것 같지 않나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