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살리고..평범한 우리네 이웃 4명의 생명 나눔

민태원 2021. 12. 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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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을 살던 우리 이웃 4명이 뇌사 장기 기증으로 15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과 함께 온기를 전하고 있다.

아들 한찬호씨는 "어머니는 평소 2남2녀인 자녀들에게 남을 돕는 것을 강조하셨고, 가족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어머니께서도 분명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찬성하셨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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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엄마, 86세 최고령, 60대 가장, 50대 주부
뇌사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 선사하고 세상 떠나
고 이은영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어린 남매 둔 40대 엄마, 86세 최고령 할머니, 열심히 일하던 60대 가장, 손주 살뜰히 챙기던 50대 주부….

평범한 삶을 살던 우리 이웃 4명이 뇌사 장기 기증으로 15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과 함께 온기를 전하고 있다.

#장기 이식 대기자 심정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의 선택
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인천 계양구에 사는 고 이은영(43)씨는 지난 10월 28일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지난달 4일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씨의 폐, 간, 신장(양측), 안구(좌·우)는 중증 질환을 앓던 6명에게 기증됐다.

이씨는 어린 시절 전신 화상을 입은 적 있고 뇌 혈관이 꼬이는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는 등 다소 어려운 삶을 살아왔기에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남편 이광일(43)씨는 기증에 대해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얼마 전 5살 소율 양의 기사를 보고 “기증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일 수 있구나”고 생각했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씨는 “두 남매가 아직 죽음이나 기증을 이해하기는 어린 나이지만, 언젠가 엄마의 기증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편안하게 대화나눌 수 있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평생 나눔을 강조했던 삶을 살다 하늘의 별이 되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고 김숙필(86)씨는 요양원에서 지내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안타깝게도 생명을 되살리지 못했다. 그녀는 결국 지난달 4일 간을 기증해 1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현재 국내 최고령 장기 기증자의 나이는 86세인데, 그녀도 최고령 기증자로 기록됐다.

아들 한찬호씨는 “어머니는 평소 2남2녀인 자녀들에게 남을 돕는 것을 강조하셨고, 가족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어머니께서도 분명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찬성하셨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고 김숙필씨.

유가족 예우를 담당했던 김새롬 사회복지사는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 가족들께서 말씀주신 것처럼 어머님의 숭고한 결정을 통해 장기 기증에는 나이의 한계가 없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하던 한 가장의 생명나눔 실천
경기도 구리에 사는 고 박귀(60)씨는 지난달 8일 직장에서 갑자기 구토를 하며 의식을 잃었고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가족들은 3년 전 고인이 뇌경색을 앓았지만, 그 뒤로 건강했던 터라 충격이 컸다.
결국 지난달 19일 뇌출혈로 뇌사에 빠졌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과 신장(양측)을 기증해 3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고인은 살아 생전 항상 힘든 일을 하면서도 책임감을 갖고 가장 역할을 하던 멋진 남편이었고, 세련되지 않는 말투로 사랑 표현을 전하던 자상한 아버지였다. 또 지인들에게는 늘 혼자서 밥을 먹지 않게 챙겨주던 성품 좋은 친구였고 형 같은 존재였다.

고 박귀씨

아들 박영민(34)씨는 “아버지도 기꺼이 기증에 동의했을 것이다. 수혜자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아픔의 고통에서 벗어나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아버지도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이지만 자랑스러운 우리 엄마”
인천에 사는 고 이서연(56)씨는 지난달 9일 가족들과 저녁 식사 중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긴 가족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뇌출혈로 결국 어떤 치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뇌사 상태임을 전해 들은 가족들은 기증을 결정했다. 지난달 23일 간, 신장(양측), 각막(좌·우)을 기증해 5명을 살렸다.

고 이서연씨

딸 김화정(34)씨는 손주들을 살뜰히 돌봐주던 그 누구보다 품이 넉넉하고 따뜻했던 어머니라고 회상했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런 어려운 일을 하신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들 4명 모두 평범한 우리네 삶을 살던 소시민들이었다.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서 타인을 위해 생명이란 큰 선물을 준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이었고, 이들의 생명 나눔은 세상에 많은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KODA 문인성 원장은 “추운 겨울, 평범한 어머니 아버지들이 보여준 나눔 정신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증해 주신 분들의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장기 기증과 예우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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