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둘러싼 美·中 고래싸움..디디추싱 "뉴욕 떠나 홍콩 증시로"

김연주 입력 2021. 12. 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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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정부가 소유 또는 지배하는 회사인지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 방침에 따르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까지 될 수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의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외국 기업이 정부가 소유 또는 지배하는 회사인지를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을 공개했다. 미국의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찰 조사를 3년 연속 거부하면 상장 폐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번 규정은 지난해 12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외국 기업 책임법'을 시행하기 위한 세부 규칙으로 마련된 것이다. 새 규정은 미 증시에 상장된 모든 외국 기업에 적용되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이날 나스닥은 전날보다 3.53%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 [AP=연합뉴스]


그동안 미국은 자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의 회계법인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국가 주권'을 내세워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거부해왔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50여 개국이 PCAOB의 회계 조사에 협력해왔으나 "역사적으로 두 곳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바로 중국과 홍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압박하는 이번 법안과 규칙은 ’루이싱커피‘ 사태를 계기로 마련됐다. 중국에서 급성장하며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를 넘어서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루이싱커피는 지난해 4월 2일 회계 부정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

2019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루이싱커피 주식은 회계 부정 소식이 전해진 당일에만 75% 넘게 폭락하며 약 6조원대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루이싱커피는 결국 지난해 6월 상장폐지됐다.

베이징의 디디추싱 본사 건물의 로고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 강화에 중국 당국의 자국 기업 해외 증시 상장 차단 등의 방침 등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속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로의 U턴을 택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작업을 시작했다. 대신 홍콩 증시 재상장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규제 당국이 데이터 보안을 이유로 디디추싱의 최고 경영진에게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폐지 계획을 강구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런 결정이 이뤄졌다.

디디추싱 측은 “필요한 절차에 따라 향후 적절한 시기에 이번 사항을 의결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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