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죽기 살기로 변신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김소연 2021. 12. 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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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굳건한 롯데, 주요 사령탑 모조리 외부에서
'혁신을 위한 도전' 시가총액 3위 네이버 CEO는 81년생

“이번 호 매경이코노미에서 데스크로서 주목하는 포인트는 ‘변신’입니다.”

유독 ‘변신’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습니다.

우선 CEO라운지에서 다룬 ‘롯데의 새 얼굴’입니다.

대대적인 쇄신 인사가 이뤄진 올해 롯데그룹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순혈주의 문화가 굳건한 롯데가 외부 인사를 영입해 그룹의 대표 주자로 내세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룹 핵심인 유통·호텔 사업군의 주요 사령탑을 모조리 외부에서 데려왔습니다. 그만큼 절체절명의 위기를 절감하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죽기 살기로 변신하지 않으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는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겠지요.

실제 롯데그룹은 지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는 형국입니다. 오랫동안 절대 왕좌를 지켰던 롯데백화점은 경쟁사의 치열한 추격을 간당간당 피해 가고 있는 실정이고, 서울 핵심 상권 소공동의 오랜 터줏대감 호텔롯데 관련해서는 “코로나 끝나도 미래가 없다. 실버타운 등 변경할 수 있는 모든 용도를 다 강구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그럴싸한 신성장동력 하나 없는 건 물론이고, 그나마 그룹을 지탱해온 롯데케미칼은 3분기 어닝쇼크가 발생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줄줄이 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중입니다.

최근 롯데백화점 퇴직자가 나가면서 직원들에게 돌린 이메일도 엄청난 화제였죠. “백화점이 사양 산업이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결과 지금의 모양새가 됐다”는 한탄 겸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신세대 기업(?)의 대표 주자 네이버는 1981년생 CEO를 선임하면서 재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화려하게 성장했고 존재감을 과시한 네이버지만, ‘과감한 변신을 통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 됐고, 그런 도전 없이는 지금까지 거둔 과실을 계속 거두지 못한다고 판단한 결과일 겁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차원의 어쩔 수 없는 변신이 아니라,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적극적인 변신이라는 점에서 롯데와 차별점이 있다 할 수 있겠네요.

아무리 ‘혁신을 위한 도전’이라 해도 시가총액 65조원 코스피 3위 기업 수장 자리에 1981년생이 올랐으니 놀라운 것은 사실입니다. 최 CEO 내정자 발탁을 두고 네이버 이사회 내부에서도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죠. 네이버뿐이겠습니까. 온 나라의 수많은 1970년대생들이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딱 이즈음, 재계 인사에서 1970년대생들이 막 임원으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준비 안 된 회색분자 X세대가 잠시 다리 역할을 하고 사라질지,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는 내용의 레터를 썼습니다. 딱 1년 만에 ‘다리 역할을 하고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이 짙어졌습니다. 그래서 X세대인 저는 오늘부터 변신을 해야겠다 다짐합니다. ‘실무만 하다 늙는 것’을 한탄하는 대신 ‘실무와 관리를 같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생각하고, “너네는 왜 그러니?” 대신 “선진국 국민인 당신들은 그렇구나”를 넘어 “중진국 국민이었던 내가 당신들을 더 잘 이해해보고 싶다” 하기로요. 그렇게 변신하지 않으면 짐 싸는 것 외엔 답이 없어 보이니까요.

[김소연 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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