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글로벌 분업, 그리고 삼성의 도전

임상균 2021. 12. 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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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韓 메모리-美 시스템-대만 파운드리' 전략적 3각 분업
삼성, 20년 넘게 脫메모리 외쳤지만 두터운 장벽 부딪혀
반도체 쇼티지 활용해 '비메모리 확장' 숙원 풀 호기 잡아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벤처기업 육성’ ‘삼성전자, 비메모리 MCU 시장 본격 공략’.

‘삼성전자, 이제는 비메모리’ ‘삼성전자 비메모리 1조2000억원 투자’.

최근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부지를 확정한 것과 연관된 해설 박스 제목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나온 기사들이다. 필자가 반도체를 담당했던 2000년대 초반 삼성의 고위직들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입에 달고 살았다.

500조원이 넘는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구분된다. 비메모리는 메모리의 2배나 큰 거대 시장이다. 삼성이 20년 이상 비메모리 진출을 위해 그토록 노력한 이유다.

하지만 이제야 미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시작한다. 그사이 비메모리에서 미국의 장악력은 더욱 커졌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력 제품인 엔비디아는 게임, 메타버스 열풍을 향유하며 올해만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했다. 고부가 제품이 많은 AMD는 인텔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왜 우리는 이걸 못했는지, 그동안 뭘 했는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K-반도체가 메모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게 거론된다. 메모리는 돈과 몸으로, 비메모리는 머리로 한다는 얘기가 있다. 메모리는 밤샘 연구로 하루빨리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을 하고,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생산라인을 세우는 게 핵심이다. 압축 성장에서 보여준 우리의 특기다. 반면 비메모리는 인류와 산업의 미래를 간파하는 창의적인 상상력을 가진 천재들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 풍토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BTS’와 ‘오징어 게임’을 보면 우리가 혁신과 창의성이 부족한 민족도 아니다.

그래서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장벽에서 한계를 찾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반도체는 기술 혁신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PC,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기기, 모빌리티로 이어오며 없어서는 안 되는 전략 물자가 됐다. 미국 등 강국들은 안정적인 반도체 생태계가 절실하다. 다행히 한국은 메모리 강국이 됐고, 미국은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해 대만에 생산을 맡기는 아주 효율적인 국제 분업이 구축됐다.

독점을 막는 적절한 대체재도 마련됐다. 미국은 일본 엘피다를 살려내며 한국의 견제 세력을 유지했다. 파운드리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 17%를 점유하며 대만 TSMC의 ‘장악’을 막아내고 있다. 이런 3각 분업 체제가 무너지길 누구도 원하지 않았고, 한국은 메모리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더더욱 어려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도체 쇼티지가 심화되면서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절실한 미국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까지 제공하며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용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귀국 후 첫 일성은 “냉혹한 현실을 보니 무겁다”였다. 다양한 함의가 있겠지만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도 느껴진다. TSMC도 대규모 미국 투자에 나섰고,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그런 장벽을 뚫어왔던 역사가 있다. 이 기회에 20년 숙원을 풀어내길 응원한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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