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권 당국, 中기업 지배구조 공개 거부시 퇴출

미 증시 상장된 中기업들, 정부 소유 여부 밝혀야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증권 당국이 외국 기업의 지배구조 공개를 의무화하고 거부 시 퇴출시키는 새 규정을 마련했다. 사실상 미 당국의 감독을 거부해 온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로 미국이 중국 기업 때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이 정부가 소유 또는 지배하는 회사인지 여부를 공개해야 하는 규정을 공개했다. 이 규정은 지난해 12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외국 기업 책임법'을 시행하기 위한 세부 규칙으로 마련됐다.

이번 세칙에는 미국의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찰 조사를 3년 연속 거부하는 기업을 상장 폐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는 미 증시에 상장된 모든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낭한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들의 회계법인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중국 당국은 '국가 주권'을 내세워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PCAOB의 조사를 거부해왔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50여개국이 PCAOB의 회계 조사에 협력해왔으나 역사적으로 두 곳만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바로 중국과 홍콩"이라고 지적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미국에서 증권을 발행하고 싶은 외국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회계장부를 감사하는 법인은 PCAOB의 감찰 대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EC는 이번 조치가 투자자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압박하는 이번 법안과 세칙은 지난해 회계 부정 사건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수조 원대의 막대한 손해를 끼친 중국 루이싱커피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한편, 현재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시가총액 순으로 핀두오두오(833억달러), 니오(675억달러), 디디추싱(368억달러), KE홀딩스(238억달러), 루팍스(157억달러), 만방(136억달러), 칸준(131억달러), 텐센트 뮤직(122억달러), 푸투(70억달러), 웨이핀후이(66억달러) 등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