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파 목자의 시편' 담은 목양문학, 30년을 잇다

우성규 2021. 12.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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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거지가 되어 보지 않았거든/ 가난을 말하지 말고/ 사막에서 헤맨 적 없으면/ 물의 소중함을 말하지 마라.//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서/ 칼잡이가 춤추는 형장에 가보지 않았거든/ 죽음의 공포를/ 말하지 마라.// 분초를 다투는 호흡곤란을/ 겪어보지 않았으면/ 인생을 논하지 마라/ 생명은 그 숨에 있느니라."

고훈 안산제일교회 원로목사는 권두시 '목양문학이여, 목자의 시편으로 영원히 빛나십시오'를 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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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목양문학회 30주년 기념 목양문학상 시상식
1990년 10월 첫 창립 준비모임
문예지 '목양문학' 통해 메시지
한국목양문학회 30년 역사를 대변하는 문예지 ‘목양문학’의 지난 호들. 아래 사진은 제25호 표지. 신석현 인턴기자


“알거지가 되어 보지 않았거든/ 가난을 말하지 말고/ 사막에서 헤맨 적 없으면/ 물의 소중함을 말하지 마라.//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서/ 칼잡이가 춤추는 형장에 가보지 않았거든/ 죽음의 공포를/ 말하지 마라.// 분초를 다투는 호흡곤란을/ 겪어보지 않았으면/ 인생을 논하지 마라/ 생명은 그 숨에 있느니라.”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올라온 노(老)시인 김정석 목사는 수상 소감에 앞서 자신의 시 ‘인생을 알려면’ 전문을 작은 목소리로 낭송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린 한국목양문학회 30주년 기념 목양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한 자리였다.


김 목사는 “‘가스나가 학교는 가서 뭐하노’란 소리를 들은 여동생 대신 제가 학교에 다녀 시인 등단도 했다”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또 부러웠을까. 아직도 자기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여동생, 지금은 병원에 누워있는 여동생에게 이 상을 전해주고 싶다”고 물기 섞인 목소리로 되뇌었다.

초교파 등단 목회자들로 구성된 한국목양문학회는 1990년 10월 첫 준비모임을 가진 이후 30년 넘게 문예지 ‘목양문학’을 발간해 왔다. 코로나19로 1년 미뤄진 이날 30주년 기념예배에선 목양문학 제25호가 공개됐다. 고훈 안산제일교회 원로목사는 권두시 ‘목양문학이여, 목자의 시편으로 영원히 빛나십시오’를 투고했다. 고 목사는 “헐벗은 자 보면/ 한 벌 옷이 되어 입히고/ 신이 없는 자 보면/ 한 켤레 신발이 되어 신고 가게 하고/ 우는 자 보면/ 눈물이 되어 흐르고/ 배고픈 자 보면/ 바보, 밥이 되어 먹이겠습니다”란 구절이 나오는 시를 낭독했다.

목양문학상 수필 부문엔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대표회장인 문장식 목사가 수상했다. 문 목사는 38년간 법무부 서울구치소 교정위원을 맡으며 사형수들의 아버지로 불렸다. 평론 부문 상은 안준배 대학로순복음교회 목사가 받았다. 안 목사는 “1970년대 초반부터 오늘날까지 약 3200편의 연극을 관람했고 연극에 더해 오페라, 시, 문학을 대상으로 평론을 계속 써왔다”면서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 작가의 신앙을 하얀색과 연결한 평론을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훈 목사를 비롯해 정려성 박영률 박재천 최세균 유한귀 박종구 김재남 홍문표 고환규 목사 등이 공로패를 받았다. 등단 시인인 최일도 다일공동체 대표가 참석해 축사했다. 목양문학회 전임회장인 박상기 안산 빛내리교회 목사가 ‘복음의 통로’란 제목으로 기념예배 설교를 맡았고, 신임회장에는 목양문학회의 유일한 여성 목회자인 전담양 고양 임마누엘교회 목사가 선임됐다.

전 목사는 “부족한 저를 세워주신 하나님께 먼저 감사하다. 코로나19 시대 하나님의 위로가 담긴 작품들을 통해 많은 이들을 섬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섬세함으로 작은 부분까지 챙길 수 있는 회장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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