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지방시대] "서울 경쟁력 급락..금융허브 구축 총력전 펼 것"

오영환 2021. 12. 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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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경제학자 타일러 코웬 서면 대담


서울시와 중앙일보가 지난달 24일 공동 주최한 ‘2021 서울 도시경쟁력 글로벌 포럼’은 지구촌 초연결 시대를 맞아 도시 경쟁력이 한층 더 긴요해졌다는 점을 새삼 일깨웠다. 〈중앙일보 12월 1일 자 20면〉 선도적 매력 도시 없는 매력 국가는 상상하기 어렵다. 금융·문화·관광 허브는 일류(一流) 국가의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얼굴인 서울의 경쟁력 지수는 최근 10년 새 다른 도시에 밀리고 있다. 컨설팅 기업 커니(Kearney)의 글로벌 도시 지수(GCI)를 보자. 2010년 10위에서 지난해와 올해 모두 17위로 내려갔다. 영국 싱크탱크 지옌(Z/Yen)의 연 2차례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올 3월 16위, 9월 13위이지만, 2012년 3월부터 8회 연속 10위권에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후퇴 국면이다.

「 오세훈 시장
“세계 톱5 도약할 기회 놓쳤지만
국제금융 등 4대 혁신축 조성해
4차 산업혁명서 우위 점하겠다”

타일러 코웬 교수
“서울의 과제는 생활비와 주택난
적절한 속도로 이민자 수용해야
중국·일본 도시는 정점 찍은 듯”

오세훈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서울 비전 2030’에서 내건 글로벌 톱5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오 시장과 포럼 기조연설을 했던 타일러 코웬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경제학)의 서면 대담을 통해 전략과 전망을 들어보았다. 코웬 교수는 2011년 미국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100대 사상가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36명에 들어간 석학이다. 한국 사정에도 밝다.

Q : 도시 경쟁력의 요체는.
▶오세훈 시장=도시 경쟁력을 다르게 표현하면 도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살고 싶고, 찾아오고 싶고, 일하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도시, 다시 말해 사람·기업·돈·기술·정보가 몰리는 도시야말로 경쟁력이 높은 도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미래가 기업가 정신에 달려 있다’는 코웬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서울시 역시 좋은 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서울 투자청 설립 계획, 언어 장벽 없는 정주 환경 조성 등은 그와 맞물려 있다.

▶코웬 교수=도시 경쟁력의 첫 번째는 좋은 일자리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노동 시장이다. 좋은 학교, 문화 시설, 대중교통 감당 능력도 필요하다. 합리적 가격의 부동산은 요즘 비중이 커지는 요소다. 원격 근무가 쉬워지면서 도시들은 인구와 세금 유지를 위해 더 경쟁할 수밖에 없다.

Q : 서울의 위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오 시장=지난 10년간 서울의 도시 경쟁력, 미래 경쟁력, 금융 경쟁력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10년 전 서울은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시였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뉴욕·런던·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5대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대와 꿈이 있었지만, 전략 부재와 불필요한 규제로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서울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선진적 핀테크 기술 외에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잠재력이 있다.

▶코웬=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다. 최고의 인프라와 교통망, 멋진 음식을 갖춘 곳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생활비다. 서울은 높은 물가로 잠재적 이주민을 몰아내고 있다. 이것은 서울의 성공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지만, 서울이 더는 한국 경제 상승의 기제가 되지 않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2021년 세계 도시종합력 순위

Q : 서울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전략이나 과제는.
▶오 시장=‘서울 비전 2030’에 서울을 아시아 경제 허브이자 창업 성장도시, 감성 문화관광 도시, 산업 융합 혁신도시로 발돋움시켜 나가기 위한 계획을 담았다. 4대 신성장 혁신 축 조성은 그 일환이다. 바이오·의료 중심의 청년 첨단 혁신 축, 금융·핀테크 중심의 국제금융 혁신 축, AI·연구·개발 중심의 미래융합 혁신 축, 방송·문화 중심의 감성문화 혁신 축을 통해 성장 동력을 키울 생각이다. 무너진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무인화, 고도화, 지능화 전략을 통해 급변하는 미래 산업 환경에서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겠다.

▶코웬=이미 도시가 형성된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서울의 큰 과제는 저렴한 주택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서울은 스타트업 친화적 환경이 지속해서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은 본궤도에 올라섰고, 낙관적 전망을 갖고 있다.

Q : ‘금융허브 서울’ 구축 방안은.
▶오 시장=도시 경쟁력 회복은 금융 경쟁력 없이 이루기 어렵다. 서울시는 중앙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규제 완화를 기다리기 이전에 시 자체 사업을 통해 총력전을 펼치고자 한다. 첫째, 서울 투자청 신설과 이를 통해 유치한 (금융) 기업에 대해 사무 공간부터 임대료, 법률·투자·컨설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겠다. 둘째, 아시아 최대 핀테크 허브를 목표로 여의도에 조성한 ‘서울핀테크랩’에 이어 내년 마포에 ‘제2서울핀테크랩’을 개관한다. 셋째, 여의도를 중심으로 외국계 금융기관 종사자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 학교도 유치할 계획이다.

▶코웬=서울이 뉴욕과 홍콩처럼 주요 금융 센터가 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한국에서 급부상하는 핀테크 산업이 더 장려돼야 한다. 서울이 싱가포르·홍콩·상하이·도쿄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점을 고려하면, 이 지역에 다른 주요 금융센터가 들어설 여지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서울은 이 부문에서 필요한 만큼 잘해낼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커니사의 2016~21년 서울의 글로벌 도시 경쟁력 순위

Q : 금융 허브와 관련해선 한·중·일 삼국지 성격도 강하다.
▶오 시장=중국과 일본은 서울보다 국제금융센터지수 순위가 높지만,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고 있고 규제 완화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핀테크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고, 상하이·선전에 이어 베이징에도 증권거래소를 개장했다. 일본 도쿄도 해외 고급 인력에 대한 체류 자격 완화, 법인세 인하 등에 나섰다. 서울시가 투자청을 설립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해도 중앙 정부와 손발을 맞추지 않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무엇보다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세금과 규제 문제를 푸는 것이 핵심이다. 중앙 정부의 전향적 결단이 필요하다.

▶코웬=상대적인 의미에서 중국과 일본 도시는 모두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고, 반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분적으론 불리한 인구 동태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과 건설업에 너무 오래 의존해왔다. 중국이 현 상황을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성기(go-go days)는 지났다. 일본은 매우 안정적이지만, 인구가 감소하고 세계적 기업이 많지 않다. 일본이 무서운 경쟁자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타일러 코웬

Q : 포스트 코로나의 우선순위는.
▶오 시장=코로나19가 남긴 민생경제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정과 상생의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선이다.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 과제로 ‘민생과 일상의 회복’ ‘사회 안전망 강화’ ‘도약과 성장’ 세 가지를 추진하겠다. 무엇보다 주거·복지·일자리·교육의 4대 계층 이동 사다리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이다. 미래 성장 산업과 창업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역사문화 복원, 디자인 콘텐트 강화, 뷰티 도시 서울 등 세계를 대표하는 관광·문화 콘텐트 개발에도 재정을 투입하겠다. 최근 전 세계가 K팝, K영화, K드라마 등 K콘텐트에 열광하고 있다. 이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서울의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도록 하겠다.

▶코웬=동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관광 회복은 더딜 것이다. 적어도 5년 동안 한국의 외국인 관광은 평상시를 밑돌 것으로 본다. 문제는 중국이다. 한국이 완전히 개방돼 있다고 해도, 중국 관광객들은 귀국 시의 지연, 검역을 우려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해도 그런 걱정들이 빠르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Q : 저출생·고령화가 향후 서울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오 시장=저출생 극복이 국가 과제로 다뤄진 지 오래고, 천문학적 예산을 계속 쏟아붓고 있는데도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전국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이고, 서울은 0.64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시는 출산 장려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계층·세대 간 통합과 연대를 강조해나갈 계획이다.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살아나도록 함께 돌보고,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의 초석을 서울부터 마련해가겠다.

▶코웬=한국은 서비스업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민자를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한글이 일본어나 중국어보다 배우기가 훨씬 쉽다. 중국·필리핀·태국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입국하는 한국을 상상해 보라. 문화적 혼란(disruption)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속도로 이민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이주하기에 매력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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