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예산, 비상경제 대응과 성장 동력 마중물 돼야

2021. 12. 3. 00: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예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어제 국회에서는 여야가 막판 협상을 통해 정부안(그림)보다 늘어난 608조원 규모로 예산안이 불어났다.


줄 잇는 선심성 지출로 사상 첫 600조원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지출 효율성 높여야


내년 예산이 600조원을 돌파했다. 여야는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인 어제, 경항공모함 예산을 놓고 대립한 끝에 여당 주도로 608조원 규모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을 마련했다. 2017년 400조7000억원에서 현 정부 임기 5년 만에 200조원 이상 불어났다. 애초 복지 확대에 비중을 두고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려온 데다 코로나 충격에 따른 방역·재난지원금이 늘면서 전례 없던 ‘메가(mega, 거대) 예산안’이 됐다.

세금을 내는 국민 마음은 편하지 않다. 지난 4년간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살림살이는 나아진 게 없고, 향후 경제 상황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내는 세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국민도 늘어나고 있다. 집값 폭등으로 수십조원의 세금을 거두고도 정부 씀씀이가 커지면서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출을 늘려 경제가 나아지기만 하면 좋지만, 지금 경제 환경으로는 그런 기대를 갖기 어렵다.

당장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물가가 계속 폭등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물가 상승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인정하면서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시그널이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7%를 기록해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만큼 가계 소비와 투자가 움츠러들었다는 것이 어제 발표된 올해 3분기 국민소득 통계로도 확인됐다.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어진 것이다.

이 엄중한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내년 예산은 비상경제 대응과 성장 동력 마중물이 돼야 한다.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내년 예산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이번 예산안은 내년 3월 9일 대선과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내년 예산안에 포함된 30조원 규모의 지역화폐와 각종 현금성 수당이 과연 불요불급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미크론 파장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확대되면 본예산과 별도로 추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한국 경제에 그럴 만한 여력이 있을까. 현 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63%에 그쳤다. 이 기간 재정지출을 해마다 8~9% 늘려온 결과, 정부 출범 직전 600조원대에 머물렀던 국가채무는 내년 1070조원에 이른다. 이 여파로 내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선다. 줄 잇는 선거마다 선심성 예산이 투입되면서 예산이 불어난 탓이다. 내년 예산은 집행 과정에서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최대한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꺼져 가는 성장 동력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