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마다 9계단 점프, 베이징선 금메달 0순위" 루지 박진용·조정명

피주영 2021. 12. 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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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 더블 국가대표 박진용(왼쪽)과 조정명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루지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한다. 장진영 기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썰매에서 스켈레톤 다음으로 기대를 받는 종목이 루지다. 루지 더블(2인승) 국가대표 박진용(28)과 조정명(28)이 마침내 세계 정상급 실력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만났다.

동갑내기 박진용-조정명 조는 2013년부터 8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16년 소치 올림픽에선 18위, 평창 올림픽에선 9위를 차지했다. 박진용은 “올림픽을 치를 때마다 9계단씩 올랐다. 이번엔 우승할 차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 말에 조정명은 “이번에는 사고 한 번 제대로 치겠다”고 거들었다.

썰매 종목 중 가장 빠른 속도(시속 150㎞)로 경쟁하는 루지 2인승은 두 선수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스타트 때 앞에 앉은 선수가 출발대 양쪽 손잡이를 밀고 당기는데, 뒤에 앉은 선수는 앞 선수의 팔에 달린 끈을 잡고 흔들어야 한다. 주행 때도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그래서 이 종목에는 형제 선수들이 많다.

박진용

박진용은 원래 바이애슬론 선수였으나 스키에서 부진해 18세 때인 2011년 루지로 종목을 바꿨다. 루지에선 같은 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조정명은 축구 선수 출신이다. 호원대 축구부에 진학했으나 1학년 때인 2013년 관뒀다. 이후 아버지의 권유로 루지 대표팀 선발전에 참가해 발탁됐다.

배경과 성격이 다른 둘은 처음 몇 년간 티격태격했다. 박진용은 다혈질인데, 조정명은 차분한 성격이다. 루지 초보 조정명은 훈련마다 박진용에게 혼나기 일쑤였다. 조정명은 “처음엔 진용이가 내 부족한 점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나는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내가 운동선수 출신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못했기 때문이다. 파트너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만으로 진용이를 ‘큰 형님’처럼 모셨다”고 털어놨다.

박진용은 “대충 훈련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친구지만 엄하게 가르쳤다. 훈련 후엔 같이 밥 먹으며 서운한 감정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4시간 내내 썰매만 생각했다. 전지훈련이 없는 여름엔 국내에서 20㎏ 썰매 모형을 타고 손가락으로 지면을 밀어 육상 트랙을 돌았다. 스타트 훈련이다.

조정명

박진용은 “손가락 3개로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물구나무서며 트랙을 도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숙소에선 방 한가운데 루지를 놓고 탑승해 균형 잡고 트랙을 주행하는 모의 훈련을 했다. 조정명은 “꿈속에서도 루지를 탔다. 축구를 이렇게 했다면 유럽에 진출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박진용-조정명 조는 2019~20시즌 8차 월드컵 대회에서 4위에 오르며 한국 루지 사상 최고 성적을 합작했다.

오랜 세월 함께 썰매를 탄 두 사람은 이제 친형제처럼 끈끈해졌다. 조정명은 “땀 냄새 맡으면서 지긋지긋할 정도 붙어있었는데, 쉬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진용이한테 전화한다”고 말했다. 박진용은 “정명이를 닮아 많이 차분해졌다. 원래 짜장면을 좋아했는데, 친구 따라 ‘짬뽕파’가 됐다”며 웃었다.

박진용-조정명 조는 2021~22시즌 월드컵 대회에 참가 중이다. 올 시즌 1차 대회에선 18위, 2차 대회에선 13위를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 랭킹(월드컵 1~9차 대회)과 올 시즌 월드컵 1~7차 대회 랭킹을 합산해 상위 18위 안에 들어야 베이징 올림픽 참가 자격을 얻는다. 지난 시즌 랭킹 12위 박진용-조정명 조는 베이징 행을 사실상 확정했다. 둘은 4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월드컵 3차 대회에선 입상에 도전한다.

평창=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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