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빗속에서 놀던 그때를 기억하시나요

김남중 2021. 12. 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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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깊이 공감하게 된다.

'삶의 모든 색'은 인생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그림책이라는 가장 단순한 형식으로 표현한다.

그림은 현대적이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문장이 다 못한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전한다.

그림과 문장은 작가의 다정하고 성숙한 시선에 의해 조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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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삶의 모든 색 리사 아이사토
글·그림, 김지은 옮김, 길벗어린이, 200쪽, 3만8000원
빗속에서 우산도 없이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우산 아래 어두운 얼굴로 이들을 지켜보는 어른의 모습을 함께 그렸다. '어른의 삶'이라는 장에 나오는 그림이다. 길벗어린이 제공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깊이 공감하게 된다. 어떤 페이지에선 가슴이 뜨거워지고, 때론 고개를 들어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된다. 살아온 날들이 떠오르고 살아갈 날들이 그려진다. 인생을 좀 더 이해하게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어른의 서가에 꽂히면 좋을 그림책, 앞으로도 여러 번 꺼내서 펼쳐보게 될 그림책이다.


<아이의 삶>

여름날 빗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놀았는지 기억하나요?

그 겨울이 얼마나 더 새하앴는지
크리스마스는 얼마나 더없이 신비로웠는지 기억하나요?
그때의 호기심을, 기억하나요?

‘삶의 모든 색’은 인생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그림책이라는 가장 단순한 형식으로 표현한다. ‘아이의 삶’ ‘소년의 삶’ ‘자기의 삶’ ‘부모의 삶’ ‘어른의 삶’ ‘기나긴 삶’으로 인생을 구분하고, 총 95장의 그림과 각각의 그림에 짧은 문장을 붙이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다. 문장은 짧지만 정확하게 삶의 정곡을 건드린다. 그림은 현대적이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문장이 다 못한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전한다. 그림과 문장은 작가의 다정하고 성숙한 시선에 의해 조율된다.

작가는 먼저 “여름날 빗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놀았는지 기억하나요”라고 말을 건네며 어린 시절 속으로 독자들을 끌고 간다. 거기서 우리는 살면서 놓쳐 버린 것들을 만난다.

<자기의 삶>

세상에,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사랑하는
그 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자기의 삶’에서는 사랑에 대한 묘사가 눈에 띈다. 여기서 작가는 ‘사랑하는’ ‘그 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을 각각 다른 페이지에 배치하고 각 페이지에 여러 커플을 그려 넣었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며 모두가 ‘그 한 사람’을 찾는 일이라고 얘기한다.

<어른의 삶>

어떤 날은 삶이 영원할 것 같고 자신이 참 강하다고 느끼지만
또 어떤 날은 버스에 치여 버린 사람처럼 처참해져요.
아이들이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가요.
....
이제, 어머니와 아버지를 돌볼 시간이에요.

‘어른의 삶’을 다룬 페이지에서는 ‘아이들이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가요’라고 쓸쓸하게 묘사한 뒤에 ‘이제, 어머니와 아버지를 돌볼 시간이에요’라고 쓴다. 어른으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두 문장으로 다 말하고 있다.

<기나긴 삶>

어쩌면 눈앞의 세상이 너무 낯설어서 두려움을 느낄지도 몰라요.

어느 순간, 몸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수 있어요.
어쩌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어버릴지도 모르지요.
외로울 거예요.

‘기나긴 삶’은 노년에 대한 이야기다. “두려움을 느낄지도 몰라요.” 그리고 “외로울 거예요.” 개와 함께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이 그려진 페이지에 적힌 “외로울 거예요”라는 말이 가슴에 박힌다.

작가는 “삶의 모든 순간, 당신이 사랑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친다. 사랑을 느끼며 사는 것, 사랑을 받으며 세상을 떠나는 것, 그보다 더 나은 삶은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작가 리사 아이사토(40)는 노르웨이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그가 그리는 인물들이 예쁘진 않다. 하지만 감정과 이야기를 풍부하게 드러낸다. 그 표정을 한참 바라보게 되고, 자꾸 무언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2019년 노르웨이에서 ‘인생 일러스트’라는 제목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모든 세대가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인생 그림책’으로 꼽는 어른들이 생겨날 것 같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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