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길 걷고 오름 오르면 어느새 힐링

남호철 2021. 12. 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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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제주 웰니스 관광
이른 아침 제주시 구좌읍 하도어촌체험마을 앞 해녀상 ‘여명’ 앞에서 본 해돋이 모습. 멀리 우도 위로 떠오른 태양이 사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왼쪽에 하트 모양 3개가 이어진 원담이 설치돼 있다.


제주도는 따뜻하고 온화한 기온으로 겨울철 인기 여행지다. 요즘 제주 동부권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늦가을과 초겨울의 정취를 가득 머금고 있다. 최근 여행 트렌드에 맞춰 웰니스 관광지도 부쩍 늘었다. 몸과 마음이 고달픈 코로나19 시대에 여행에서 위로와 치유, 소통의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제주시의 동쪽은 조천읍과 구좌읍이다. 조천읍 교래리에 덜 알려진 ‘파파빌레’가 있다. 올해 제주 웰니스 관광지에 이름을 처음 올린 곳이다. ‘빌레’는 넓게 퍼져 있는 바위를 이르는 제주어다. ‘파파’는 아버지다.

조천읍 교래리 ‘파파빌레’의 한반도 형상 암반.


파파빌레에는 한반도 모습과 닮은 대규모 암반이 있다. 남쪽 전망대에 오르면 한눈에 보인다. 깊게 파낸 한반도 경계를 따라 걸으면 땅속에 있던 검은 현무암의 기기묘묘한 형상을 자연 그대로 볼 수 있다. 흐르던 용암에 타버린 나무가 만든 커다란 용암구멍은 용암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땅속 현무암 숲에선 음이온이 대량 방출된다. 북쪽 전망대에서 보면 용을 닮은 형상의 용암류가 백두대간 모양으로 길게 뻗어 있다. 끝에는 거북(현무)을 닮은 커다란 암석이 자리하고 있다.

구좌읍 세화리에는 ‘질그랭이센터’가 있다. 세화리 마을 주민 477명이 모여 만든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이다. 지상 4층 규모로 카페와 로컬푸드 판매점,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 해녀여행, 오름 등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제주 해녀가 물질하러, 밭일하러, 부지런히 누비던 길을 스토리로 엮은 것이 ‘숨비소리길’이다. 출발점은 해녀박물관이다. 제주 해녀의 역사·생활풍습 등의 자료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 해녀 항일운동사까지 정리돼 있다. 이곳에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이 우뚝하다.

길은 가장 제주다운 바다 문화와 풍경을 간직한 하도리로 이어진다. 제주의 상징 밭담길을 지나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 별방진에 이른다. 별방은 하도리의 옛 지명이다. 성의 총길이는 1008m, 높이는 3.5m.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타원형이다. 별방진 안 올망졸망 모여 있는 초록, 빨강, 파랑 지붕들이 동화 속 그림 같다.

해안선을 따라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닷가에 그물처럼 돌을 둥그렇게 쌓아놓은 원담과 해녀들이 물질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던 불턱들이 차례로 다가온다. 하도 어촌체험마을 바로 앞에는 해녀를 주제로 한 조형물 ‘여명’이 서 있다. 방파제 옆에 화산석으로 하트 모양 3개가 이어진 원담이 설치돼 있다. 바다 건너 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스누피가든’ 야외 정원에 조성된 포토존.


구좌읍 송당리 아부오름 인근에 미국 만화가 찰스 먼로 슐츠의 연재만화 피너츠의 주인공 ‘스누피’를 주제로 한 자연 체험형 ‘스누피 가든’이 지난해 7월 개관했다. ‘어제로부터 배우고, 오늘은 즐기고, 내일을 바라보며,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를 모티브로 피너츠의 에피소드를 경험하며 자연 속에서 쉼과 힐링을 할 수 있다.

8만2500㎡의 규모의 넓은 야외에 조성된 11개의 에피소드 정원에는 피너츠 사색 들판, 찰리 브라운의 야구잔디 광장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남쪽으로 향해 서귀포시로 접어들면 이 계절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표선면 따라비오름(342m)이다. ‘따라비’는 ‘땅의 할애비’라는 뜻의 ‘따애비’에서 유래했다. 400m쯤 떨어진 새끼오름은 따라비의 아들 격이고, 새끼오름과 1㎞가량 거리를 둔 모지오름은 며느리, 모지오름과 330m 거리를 둔 장자오름은 손자에 해당한다고 한다.

계단과 흙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정상부에 닿는다. 굼부리, 즉 분화구 3개가 눈에 들어온다. 말굽 형태로 터진 굼부리를 중심에 두고 두 곳의 굼부리가 쌍으로 맞물려 총 세 개의 원형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서쪽 봉우리에 서면 큰사슴이오름과 풍력발전단지, 멀리 한라산까지 보인다. 동쪽 전망대에서는 발아래 갑마장과 그 너머 성산일출봉이 시야에 잡힌다.

억새가 뒤덮인 따라비오름의 버선 모양 분화구.


따라비오름에는 가을의 느낌이 물씬 나는 억새들이 많다. 바람에 맞춰 하늘하늘 춤을 추며 은빛 물결을 이룬다. 화산폭발 시 용암의 흔적이 만들어낸 부드럽고 아름다운 능선과 어우러져 절경을 빚어낸다. 가을이 되면 제주 오름 368개 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여행메모
‘액티브 명상’ 이색 숙소 오투힐리조트
고사리·동백기름·톳 ‘동백음식체험’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선 끝자리 ‘0’ 또는 ‘5’가 붙는 날 세화민속오일장이 열린다. 매주 일요일에는 시장 앞에서 플리마켓 벨롱장이 마련된다. 세화리와 하도리 바닷가에는 전망 좋은 카페가 늘어서 있다. ‘카페477+’에서는 지역 특산물로 만든 당근 주스와 감자빵 등을 즐길 수 있고 숙박도 해결할 수 있다.

하도리 오투힐리조트(옛 하바나리조트)는 최근 개장한 ‘액티브 명상’ 이색숙소다. 차분히 앉아서 하는 명상과 차원이 다른 액티브 명상은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고 고함을 지르며 평온을 찾는 과정이다.

제주 코사이어티빌리지 내 싱잉볼 명상 체험.


구좌읍 코사이어티빌리지는 일(Work)과 휴식(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 명소다. 싱잉볼 등을 활용한 명상 체험도 가능하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제주 고사리와 동백기름이 첨가된 야채샐러드, 동백기름과 톳이 어우러진 톳밥 등 다양한 요리를 먹어보는 동백음식체험을 할 수 있다.

제주·서귀포=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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