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 인기 급상승-취득·양도세 절감..다주택자·법인 몰려

정다운 2021. 12. 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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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매물이 몰려 있는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외지인과 법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성행하고 있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매물은 전세가율이 높아 갭(실투자금)이 적은 데다 다주택자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틈새 투자처로 꼽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1년 2개월여 동안 사고팔린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총 24만6000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법인 6700곳에서 2만1000건(8.7%)을 매수했다. 외지인 5만9000명도 8만건(32.7%)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 1곳당 평균 3.2건, 외지인 1인당 평균 1.3건을 매수한 셈이다. 개인 1명이 한꺼번에 269채를 사들이고, 법인 1곳이 1978가구를 쓸어 담기도 했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저가 아파트는 대부분 입지 여건이 좋지 않거나 노후돼 그동안 투자자에게도 실수요자에게도 찬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발표된 7·10 대책에서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주택이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된 시점을 기준으로 매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실제 대책 발표 직전 14개월간인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매매 건수는 16만8130건이었는데, 대책 발표 후에는 55%(9만2425건)나 증가했다. 지난해 법인 투자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으로 급감했던 법인의 매수 비율은 최근 들어 지난해 초 수준까지 증가했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건수 중에서 법인이 사들인 비중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5%였다가 지난 8월에는 22%로 급증했다. 지난 9월 기준으로도 17%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최근 1년간 갭투자 매매 거래가 세 번째로 많이 증가한 충남 아산시 배방읍 ‘배방삼정그린코아’ 단지 전경. (윤관식 기자)
▶다주택자도 취득세 1%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빠져

7·10 대책을 기점으로 법인과 다주택자 매수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사면 취득세가 1%에 불과하고 여러 채 보유하더라도 중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법인과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세를 기존 1~3%에서 최대 12%로 높이기로 했는데,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고 기본 취득세율 1%(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 시 1.1%)를 유지했다. 단순 계산해 비교하면 시세 5억원짜리 주택을 사고 최대 5000만원의 취득세를 내는 것보다 취득세가 100만원인 1억원짜리 주택을 5채 매입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서 저가 아파트가 구미가 당기는 이유는 또 있다. 7·10 대책은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을 20~30%포인트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나 경기·세종의 읍·면이거나, 광역시라도 군 단위 지역이면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은 양도세 중과 주택 수에서 제외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비조정대상지역이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뿐 아니라 3억원 이하 아파트에도 매수세가 집중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일례로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최근 1년간(지난해 12월 이후) 갭투자 매매 거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단지는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성원(전체 670건 중 177건)’이었는데, 전용 49.9㎡의 공시가격이 층·향에 따라 7820만~9130만원에 불과하다. 다주택자가 이 주택을 팔아도 양도세 20~30%포인트는 아꼈다는 얘기다. 가장 큰 평형인 전용 167㎡도 지난 9월 6억2000만원에 팔렸지만, 아직 공시가격은 여전히 3억원 미만(2억5600만~2억9600만원)이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규제를 받지 않았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보니 비교적 규제가 덜한 법인을 세워 투자에 나선 개인이 늘어났다는 설명도 설득력 있다. 취득한 주택을 1년 이내 또는 2년 이내에 되파는 단타 거래 시 개인 양도세율이 70%로 뛰다 보니 최고 45%인 법인세를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법인을 통한 투자에 나섰다는 얘기다. 대출 규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법인 투자 증가에 한몫했다.

여기에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서울·수도권보다 높은 전세가율이 갭투자가 성행할 수 있는 조건으로 꼽힌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높지 않기 때문에 1000만~2000만원으로 전세 끼고 살 수 있는 매물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1년간 갭투자 매매 거래가 두 번째로 많이 증가한 경기 안성시 공도읍 ‘주은청설(544건 중 159건)’ 전용 49㎡는 10월 16일 1억5800만원에 매매된 후 같은 달 25일 1억5000만원(갭 800만원)에 세입자를 받았다. 지난 9월에는 전용 59㎡ 매매 가격(1억9000만원)과 전세 가격(갭 0원)이 같았던 적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는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다. 갭투자가 세 번째로 많이 증가한 충남 아산시 배방읍 ‘배방삼정그린코아(679건 중 148건)’ 전용 38㎡는 올 초만 해도 6500만~7000만원대에 사고팔리던 아파트였다. 전세(5500만~6000만원)를 끼면 1000만원만 있어도 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갭투자 성지’로 통했다. 그럼에도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여전히 3729만~4520만원 수준에 불과해 다주택자나 법인이 취득세 1%만 내고 살 수 있다. 이 단지에서는 올 들어서만 아파트 601채가 바쁘게 사고팔리며 시세가 급등했고 올 하반기부터는 실거래 가격이 1억원을 넘기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이외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는 갭투자가 많았던 지역, 외지인·법인의 매수가 많았던 지역에 집중돼 있는 편이다. 아실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갭투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경남 김해시(1732건)로 나타났다. 이어 경기 평택시(1716건), 경북 구미시(1478건), 충남 아산시(1348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1323건), 강원 원주시(1293건) 순으로 갭투자가 많았다. 또한 충남 천안시 서북구(6049건)에서는 외지인의 주택 매매가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원주시(5011건), 충남 아산시(4844건), 경기 평택시(4646건), 경기 남양주시(4589건), 경남 김해시(4319건) 순으로 외지인의 투자가 많았다.

▶법인 저가 주택 매수 규제하나?

▷취득세 1% 개편안도 나올 듯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취득세를 아끼면서 양도세 중과도 피해 소액으로 투자하는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다만, 최근 정부가 투기 정황을 보이는 1억원 이하 주택 거래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가면서 매수 문의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11월 19일 법인 저가 주택 투기 방지를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에는 법인이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공시가격과 관계없이 중과세율이 적용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인세법 개정안에는 법인이 주택을 1년 미만 보유할 경우 최대 70%,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할 경우에는 최대 60% 세율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는 행안부 등과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는 취득세 중과 예외 조치에 대해 개선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차익을 낼 요량으로 무턱대고 저가 주택 매수에 나서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그간 종부세, 취득세 강화로 법인의 주택 매수가 어려워지면서 풍선 효과로 저가 주택 틈새 매수가 성행하는 분위기였다”며 “아직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서민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일관된 만큼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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