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형 도운 죄..CNN 앵커 크리스 쿠오모 정직처분
CNN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51)가 사측으로부터 무기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성추행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형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63)의 성폭력 논란을 덮는 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이로써 동생 크리스도 형 앤드루의 전철을 밟게 됐다.
CNN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크리스 쿠오모를 무기한 정직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CNN 대변인은 “뉴욕 검찰청이 크리스가 형 앤드루의 변호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담긴 녹취물과 기록물을 공개했다”며 “공개되기 전에는 몰랐던 이 문서들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크리스가 형의 참모들에게 조언한 사실을 인정했고, 우리도 그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우리는 그가 처한 특별한 상황과 일보다 가족을 우선한다는 그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것 이상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추후 평가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크리스의 자리는 앤더슨 쿠퍼가 이어받았다.
전날 뉴욕 검찰청은 크리스와 앤드루의 보좌관 멀리사 디로사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이 담긴 수사 자료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크리스가 형의 의혹을 덮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증거가 담겼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크리스는 지난 3월 형의 성추문 의혹이 제기되자 디로사에게 “내가 돕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앤드루 변호팀이 사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언론 보도 동향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언론들이 어떤 취재를 하고 있는지, 추가 폭로가 예정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직접 알아보고 전달했다. 또 대응팀 구성에 자신의 인맥을 이용하려 했고, 사퇴 요구를 일축하는 형의 입장문도 대신 써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폭로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단서를 파악하는 등 상대방 정보도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크리스는 수사기관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지 알아보려 접촉했던 것”이라며 “한 기자가 다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을 때 “가족을 보호하려고 했다”며 “내 가족에 대한 CNN 보도를 통제하려 한 적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초 CNN도 크리스가 형의 참모진과 대화에 관여한 것은 부적절했으나, 성추행 관련 보도에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그를 옹호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그가 직업윤리를 위반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CNN은 이날 보도에서 “내부에서도 그의 행동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터져 나왔었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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