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경찰, 그들만의 문제일까

김나래 2021. 12. 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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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흉기난동 부실 대응 사건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누리꾼의 비판과 질책은 '경찰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이어졌다.

온라인에선 경찰을 '짭새' '견찰'로 부르는 것처럼 직업을 비하하는 말이 넘쳐난다.

사회가 그 일의 의미를 인정하고, 그 자리의 사람들이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회복하지 않는 한, '현장 이탈 경찰'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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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인천 흉기난동 부실 대응 사건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누리꾼의 비판과 질책은 ‘경찰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난 15일 인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으로 불거진 흉기난동 현장. 신임 여자 경찰과 19년 근무 경력의 남자 경찰이 보여준 건 시민들이 믿고 기대하던 경찰 모습이 아니었다. 신고 접수 후 출동해 양쪽의 갈등을 조율하는 것부터 끔찍한 범행 발생 후 상황 대처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허술했다. 결국 30일 두 경찰관 모두 해임이 결정됐지만 되짚어보면 볼수록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경찰관의 성별 문제가 아니다. 부실한 교육과 훈련이 낳은 업무 능력 저하, 여기에 ‘직업윤리’까지 무너져내린 총체적 위기가 드러난 것이다.

그 와중에 “경찰도 직장인”이라는 또 다른 경찰관의 항변은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으로 변질된 경찰 채용의 문제를 다시금 불러냈다. 경찰은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 법적 판단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이다. 하지만 그 이름에 걸맞은 능력과 책임감, 사명감을 기대하긴 어려운 현실임을 재확인시켰다고나 할까. 박봉에 고되고 위험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는 줄 알면서도 경찰이 되기를 꿈꾸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걱정스러운 건 이런 일이 비단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현장 이탈 경찰’ 같은 존재가 있다. 공무원, 판검사, 교사, 보건의료인,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공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직업인 중 직업윤리와 소명의식을 잊어버린 사람들이다. 공적 영역의 직업인이 사회가 요구하는 자질과 직업윤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 여지없이 문제가 발생한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고, 그로 인한 불신은 더 큰 사회적 비용과 부담이 돼 돌아온다.

최근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17개 선진국 대상 설문조사는 직업이 돈벌이 수단에 그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드러냈다.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주관식으로 묻고 복수로 답하게 한 뒤 분류한 결과, 대다수 국가가 ‘가족’을 1위로 꼽은 것과 달리 한국의 1순위는 ‘물질적 행복’(19%)이었다. 건강(17%), 가족(16%), 일반적인 만족감(12%), 사회·자유(8%) 등에 이어 7번째 가서야 ‘직업’(6%)이란 답이 나왔다. 직업만 놓고 보면 17개국 중 꼴찌다. 이탈리아 43%, 스페인 40%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주·뉴질랜드 29%, 영국 20%, 미국 17%, 일본 15%에도 한참 못 미친다. 직업이 3위 안에 들어 있는 대다수 국가와 비교해보면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얘기다. 주변을 돌아보면 직업인으로서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만족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의 직업, 누군가가 하는 일 자체를 소중히 평가하고 존중하는 문화도 찾아보기 어렵다. 온라인에선 경찰을 ‘짭새’ ‘견찰’로 부르는 것처럼 직업을 비하하는 말이 넘쳐난다. 판검사, 기자, 의사뿐 아니라 코로나19 시대에 필수 인력으로 부상한 택배기사, 배달원까지도 혐오와 경멸, 비아냥의 대상이다. 어쩌면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일인지 알아주는 것일지 모른다. 사회가 그 일의 의미를 인정하고, 그 자리의 사람들이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회복하지 않는 한, ‘현장 이탈 경찰’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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