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돌려쓰기로 의회 '허수아비' 만든 지자체 '독단적 행정' 도마위

호남취재본부 조형주 2021. 11. 3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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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북구가 예산 집행 감시 기구인 북구의회를 무시하고 '꼼수'를 부려 사업을 진행하면서 독단적인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북구 한 의원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유를 들어 예산을 삭감한 사업을 말 한마디 없이 다른 예산을 끌어다 사용한 것은 의회를 무시한 처사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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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의회, 청사 앞 '크리스마스 트리 설치' 관련 예산 두 차례 삭감
집행부, 청사 개보수 관련 예산으로 의회 몰래 설치 완료..2일 점등식
구의원들 "의회 무시한 처사" 강력 항의..부구청장 직접 사과 촌극도
30일 광주광역시 북구청사 앞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조형주·김육봉 기자] 광주광역시 북구가 예산 집행 감시 기구인 북구의회를 무시하고 ‘꼼수’를 부려 사업을 진행하면서 독단적인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상 북구의회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30일 북구와 의회 등에 따르면 북구 집행부는 청사 앞 공터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고 오는 2일 점등식을 계획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내년 1월까지 약 한 달여 동안 운영할 계획으로 이날 설치를 시작해서 하루 만에 마무리했다.

구는 코로나19로 지쳐있는 북구민의 심신을 위로하고 볼거리를 선사함으로써 주민통합 및 문화 다양성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추진했다.

목적은 좋지만,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 집행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북구는 애초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코로나19 극복 기원 상징조형물 설치사업 목적으로 1600만 원을, 또 올해 5월과 12월 각각 석가탄신일 봉축탑과 크리스마스트리 설치와 관리 예산으로 2000만 원을 계획했다.

예산을 잡기 위해 지난해 3·4차 추경에 올렸지만, 의회는 두 차례 모두 해당 예산 전체를 삭감했다.

의회는 당시 코로나로 인한 구민들에게 지원할 예산도 부족한데 굳이 조형물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와 사업 계획서상 주체가 천주교가 빠진 기독교만으로 돼 있어 종교적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또 많은 시민이 볼 수 있는 광주역 등 상징적인 곳이 아닌 북구청사 앞에 설치한다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가 됐다.

문제는 의회가 예산을 삭감하자 집행부는 의회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다른 목적으로 잡힌 예산을 끌어다 청사 앞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면서 비롯됐다.

한 달여 운영할 크리스마스트리 설치에 사용된 금액은 1850만 원으로 청사 개보수 목적으로 잡혀있는 예산이다.

규정상 단위 사업 간 예산을 변경하는 ‘예산 전용’에 대해서는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분기별 보고만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의회가 이유를 들어 반대한 사업을 재논의를 거치지 않고 의회 모르게 진행한 점은 사실상 북구의회를 무시한 처사로 ‘꼼수’를 부렸다는 게 일부 의원들의 설명이다.

북구 관계자는 “동 개보수 건은 구청사, 공공청사, 시설공사에 대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며 “이번 크리스마스트리 설치는 청사 내에서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예산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북구 관계자의 이같은 해명이 있었지만 이날 일부 북구의원들이 집행부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자 부구청장이 직접 나서 의원들에게 사과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북구 한 의원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유를 들어 예산을 삭감한 사업을 말 한마디 없이 다른 예산을 끌어다 사용한 것은 의회를 무시한 처사다”고 분개했다.

호남취재본부 조형주 기자 ives0815@asiae.co.kr

호남취재본부 김육봉 기자 bong291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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