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눈치에 조직 관리까지 '꼰대' 취급..휴가 제때 못쓰고 新트렌드 뒤처져 고민

김경민, 반진욱 2021. 11. 3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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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생과 다른 세대 비교 인터뷰해보니

대기업에 근무하는 1978년생 강 모 팀장은 코로나19 시대가 오며 업무 부담이 더 늘었다고 호소한다. 재택근무 제도가 도입됐지만 팀원들만 재택근무를 할 뿐 팀장급 이상은 일주일 내내 출근해야 한다. 강 씨는 “임원이 급하게 자료 요청을 하면 팀원들 도움이 필요한데 재택근무라 아무래도 의사 소통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과 시간 이후에는 일을 시키기 어렵다. 결국에는 급하게 혼자 자료를 만들어 보고하거나 갑작스러운 추가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야근하는 경우가 많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100% 사무실 출근 체제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만큼 우리 같은 팀장급 업무 부담은 지속될 듯싶다”고 토로한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1977년생 주 모 씨는 임원 호출만 오면 겁이 난다. 자녀를 미국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 임원이라 수시로 저녁 약속을 잡기 때문이다. 후배들을 대신 보내고 싶지만 다들 “선약이 있다” “집안 모임이 있다” 등등 이유로 칼같이 거절한다.

“누구는 회식이 좋아서 하는 줄 아나. 나도 어린 자녀가 있고 아내 눈치도 봐야 하지만 조직문화를 위해 희생하는데 요즘 후배들은 오로지 자기 생각만 한다.” 주 씨 토로다.

휴가 사용을 두고서도 1970년대생 불만이 많다.

건설사에 근무하는 오 모 차장은 올해 연차가 7일 이상 남았지만 다 쓸 생각은 꿈도 못 꾼다. 연말이라 업무가 많은 데다 상사 눈치가 보여서다. 한편, 윗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휴가, 연차를 쓰는 1990년대생 후배들이 부럽기도 하다. 오 씨는 “과거에는 징검다리 휴무는 선배들이 주로 썼다.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한번은 월요일이 공휴일인데 그 전주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주말 포함 4일 동안 제주도에 놀러가겠다는 후배를 보고 놀랐다. 과거에는 정해진 휴가도 다 못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만 손해 보고 살았나 싶다. 그런데도 ‘꼰대’ 소리 들을까 봐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30대 직원과 비교해 연봉 차별이 심해지는 점도 1970년대생의 말 못할 고민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최근 신입사원 연봉을 계속 올리는 분위기다. 대기업이 잇따라 임금 인상에 나서는 것은 MZ세대 인재 이탈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은 당연히 반길 일이지만 인상 혜택이 주로 MZ세대 신입사원에게 돌아가면서 1970년대생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요즘 MZ세대 직원들은 대기업에 입사해도 임금이나 조직문화가 맞지 않으면 1~2년 사이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이들을 잡기 위해 연봉을 올려주는데 문제는 차장급 이상에게는 혜택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봉 산정 때 철저한 성과주의를 적용해 신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상위 직급자 연봉은 깎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경력이 15년 넘어가면 이직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이도 저도 못하는 분위기다.” 대형 물류 업체에 다니는 이 모 팀장 토로다.

1970년대생 직장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2030 세대는 회식 등 불필요한 자리를 강요하지 않는 합리적인 세대면서도 업무를 할 때는 기성세대와 다를 바 없는 ‘합리적 꼰대’라고 묘사한다. (연합뉴스)
▶2030 직장인이 바라본 1970년대생

▷상황 따라 바뀌는 ‘합리적 꼰대’

2030세대 젊은 직장인이 생각하는 1970년대생 이미지는 ‘샌드위치’다. 1960년대생 상사에게 치이는 동시에 개성 강한 후배들 눈치까지 보는 세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 C씨는 “1970년대 상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억울한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선배들을 극진히 모셨는데 아랫세대는 옛날처럼 자신들을 ‘대접’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 상사들은 직급이 올라가면 일을 후배에게 넘겼다. 반면 지금 1970년대생들은 관리직이 돼도 업무를 함부로 후배에게 전가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음반 회사 직원 D씨 역시 “최근 40대 상사를 보면 50~60대 나이의 임원과 젊은 직원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고 전했다.

‘합리적 꼰대’라는 묘사도 뒤따른다. 고집이 센 기존 세대 성향이 나타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젊은 직원과 비슷한 ‘합리적인’ 성향도 자주 드러내는 세대라는 것이다.

건자재 회사에 근무하는 E씨는 “회식을 못 간다고 하면 ‘쿨’하게 넘기거나 합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설득하는 상사가 대부분이다. 강요만 하는 기존 세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분명 합리적일 때는 합리적이다. 반면 본인 경험에만 의존하거나, 최신 트렌드를 좇아오지 못하는 모습은 기성세대와 판박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생은 직장에서 MZ세대와 가장 갈등이 많은 세대기도 하다. 젊은 직원들은 갈등이 많은 이유로 ‘업무를 같이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일을 같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번역 회사 직원 F씨는 “회사에서 업무를 같이하지 않는 상사들과는 사이가 좋다. 연배가 더 많은 상사들과 달리 1970년대생 중에서는 일로는 갈등을 빚지만 사생활에서까지 권위를 내세우는 선배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1960년대생 상사와 일을 같이했다면 1970년대생 상사보다 더 많은 갈등이 일어났을 것이라 본다. 1960년대생과 젊은 세대가 부딪히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임원을 달거나 은퇴한 사람이 대부분이라 직장에서 볼 기회가 없어서다. 1970년대생과 부딪히는 이유는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싸우는 경향도 크다.” 택배 회사 직원 G씨 설명이다.

[김경민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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