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장세의 피난처 리츠, 쏠쏠한 배당수익 부각

김기진 2021. 11. 3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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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박스권 장세가 길어진다. 11월 말 코스피는 3000 안팎에서, 코스닥은 1000~1040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 기류를 못 타고 있다. 증권가는 단기간 내 국내 증시가 강하게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낸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등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많다.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투자자 피난처로 떠오른다. 최근 상장했거나 증시 데뷔를 앞둔 리츠 상품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역대 최고 증거금을 끌어모으면서 긍정적인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리츠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으로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사진은 신한서부티엔디리츠에 편입될 예정인 그랜드머큐어를 포함한 서울드래곤시티. (매경DB)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시선 집중

▷청약 경쟁률 역대 최고

리츠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이다. 투자자 여러 명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오피스 건물, 상업시설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과 매각차익을 배당한다. 개인이 사고팔기 어려운 고가의 건물이나 해외 부동산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시중금리보다 높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최근 큰 관심을 모은 상품은 ‘SK리츠’와 ‘NH올원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다. 세 리츠 모두 최근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둔 ‘뉴페이스’다.

SK리츠는 9월 증시에 데뷔한 상품.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증거금 19조2556억원을 끌어모았다. 역대 리츠 공모 중 최고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9년 12월 상장한 NH프라임리츠로 증거금 7조7000억원을 모았는데 이를 크게 앞섰다.

서울 종로 서린동 SK그룹 사옥과 SK에너지 주유소 116개를 보유해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는 점이 투자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최초로 분기별 배당을 실시하는 상품이라는 특징도 관심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 상장 리츠 대부분은 1년에 두 번 배당금을 지급한다. SK리츠 연간 예상 배당수익률은 5.45%, 분기 기준으로는 1.36%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리츠는 SK그룹사와 협력해 일부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 등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자산 가치 개선, 수익처 다각화가 기대된다. 서울 중구 SKT타워와 경기도 분당 U타워, SK플래닛 사옥 등 SK그룹 내 주요 자산 우선매수협상권을 보유했다. 자산 추가 편입을 통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투자 의견 매수, 목표주가 7000원을 제시했다. 11월 24일 종가는 6150원이다.

NH올원리츠는 11월 18일 증시에 입성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 628 대 1, 일반투자자 청약 경쟁률 453 대 1, 증거금 10조6600억원을 기록했다. NH농협리츠운용이 운용하는 상품이다. 성남 분당스퀘어, 서울 당산 에이원타워, 수원 인계 에이원타워, 경기도 이천 도지물류센터를 담았다. 앞으로 10년 동안 매각차익을 제외한 연평균 배당수익률 7%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12월 3일 코스피에서 거래가 시작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만든 리츠로 해외 물류센터에 투자한다. 미국 휴스턴 아마존 물류센터, 미국 탬파 페덱스그라운드 물류센터,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페덱스그라운드 허브물류센터가 핵심 자산이다. 10년 동안 평균 6%대 배당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11월 중순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019 대 1을 기록했다. 국내 공모 리츠가 기관 경쟁률 1000 대 1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월 22~24일 열린 일반청약에서는 경쟁률 753 대 1을 기록했다. 일반청약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청약 증거금으로는 11조3160억원이 몰렸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 역시 예의 주시할 만한 상품으로 언급된다. 11월 17일부터 18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564.84 대 1을 기록했다. 827개 기관이 참여했다. 인천 서남권역 복합 쇼핑몰 스퀘어원을 담았으며 서울 용산 하이엔드 레지던스 호텔 그랜드머큐어를 추가로 담을 계획이다. 12월 10일 증시에 입성한다. 승만호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대표는 “향후 물류단지,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자산을 추가해 지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 평균 예상 배당률은 6.25%다.

▶기존 리츠에도 눈길 쏠려

▷신한알파리츠, 자산 다각화 한창

신규 상장한 상품은 아니지만 눈길을 끄는 리츠 중에 코람코에너지리츠, 이지스밸류리츠, 신한알파리츠 등이 있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며 관심을 모은다. 11월 24일 종가는 6990원. 이날 기준 하반기 상승률은 15.3%, 연초 이후 상승률은 45.8%다. 지난해 8월 187개 주유소를 기초 자산으로 두고 상장했는데 올해 수익성이 낮은 주유소 27개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이 투자자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16개 주유소 매각을 마쳤다. 매각 대상이 아닌 주유소 일부는 전기차 충전소, 물류와 상업시설이 어우러진 도심물류센터 등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프라퍼티와 공동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유소는 개발 잠재력이 큰 자산이다. 용적률 활용도가 낮고 지하층이 없어 개발 시 철거가 필요 없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자산의 평균 용적률은 37.9%에 불과하다.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하면 임대 가능 면적이 7.4배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지스밸류리츠는 편입 자산을 꾸준히 다각화하며 주목받는다. 핵심 투자 자산은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 삼성생명과 CJ대한통운, 중국공상은행(ICBC)을 임차인으로 뒀다. 올해 경기도 여주 쿠팡 물류센터를 편입한 데 이어 경기도 이천 이천YM물류센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 호스트웨이 데이터센터, 북미에 위치한 12개 데이터센터를 자산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천YM물류센터는 삼성전자 100% 자회사인 삼성전자로지텍이 임차를 약속했다. 호스트웨이 데이터센터는 미국 데이터센터회사 호스트웨이가 임차한 건물이다. 올해 10월 기준 잔여 임차 기간이 13년 가까이 남았다. 북미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캐나다 퀘벡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로 구성됐다. 이지스밸류리츠는 이번 신규 편입 건 외에도 강남업무권역(GBD) 내 오피스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물류센터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신한알파리츠 역시 신규 자산을 꾸준히 편입하면서 포트폴리오 안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코스피에 상장한 2018년에는 경기도 성남 크래프톤타워와 서울 용산 더프라임만을 자산으로 보유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중구 대일빌딩과 신한L타워, 용산 트윈시티남산을 편입했다. 올해에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화재 역삼빌딩과 서울 중구 와이즈타워를 취득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8년 상장 당시 2개 자산, 자산 가치 6833억원에서 총 투자 자산 7개, 2조1000억원 규모 대형 오피스 리츠로 성장하게 됐다”며 목표주가를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11월 24일 종가는 8020원이다.

리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내년 상반기 출격이 예상되는 상품도 관심을 모은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와 ‘더원리츠’가 주인공이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프랑스 파리 오피스 빌딩인 크리스털파크와 아마존 물류센터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다. 더원리츠는 여의도 하나금융투자빌딩이 기초 자산이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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