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투톱' C레벨..변곡점 선 네이버

배준희 2021. 11. 3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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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술기업 투자로 혁신 DNA 확산 도전

포털 ‘공룡’ 네이버가 파격적인 선택으로 주목받는다. 네이버는 1981년생 최수연 책임리더·1978년생 김남선 책임리더를 각각 대표이사(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낙점했다. 네이버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최수연 내정자를 CEO로 정식 선임한다.

▶발탁 배경 두고 설왕설래

▷“누구냐” 어수선한 네이버

최 CEO 내정자는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당시 NHN) 신입사원으로 IT업계에 발을 들였다. 네이버 입사 후 약 4년간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했다. 이후 연세대 로스쿨을 거쳐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했다. 율촌에서는 주로 기업 M&A와 회사법을 다뤘다. 그는 이후 미국 하버드 로스쿨(LLM·법학 전공자를 위한 1년 법학 석사) 졸업 후 로펌으로 가지 않고 2019년 11월 네이버에 돌아왔다. 이때 최 내정자는 네이버 해외 사업을 총괄한 글로벌사업지원부의 책임리더로 발탁됐다. 네이버의 책임리더는 일반 기업의 초급 임원급에 해당한다.

김남선 CFO 내정자는 1978년생으로 지난해 8월 네이버에 합류했다. 그는 서울대 공과대학과 하버드 로스쿨(JD·법학 박사)을 졸업하고 미국 로펌에서 변호사로 2년간 활동했다. 이후 10년간 글로벌 투자 회사인 라자드와 모건스탠리, 맥쿼리 등에서 M&A 전문가로 활약했다.

이번 인사의 배경을 두고는 네이버 안팎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최 내정자의 발탁 배경에 관해서는 창업자인 이해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의 의중이 십분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 내정자는 2019년 네이버에 합류할 당시 이 GIO가 직접 면접을 보고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글로벌사업지원부라는 신생 조직의 성격이다. 이 조직은 구성원이 3~4명에 불과한 소규모 조직이었으나 그 의미는 남달랐다. 글로벌사업지원부는 이 GIO가 해외 유망 스타트업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려 출범시킨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헤비웨이트(Heavyweight)’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헤비웨이트 조직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통용되는 조직의 형태로 미래 혁신 전략을 도맡는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벤처 조직도 규모가 커지면서 구조적 관성이 자리 잡는데, 모험적 시도로 이를 보완하려는 조직 형태로 IT업계에서 각광받는 것이 헤비웨이트 조직이다. 기존 캐시카우 사업 기반을 흔들지 않으면서, 실험적인 시도와 그에 따른 결과물을 기존 조직에 전파해 조직 속성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헤비웨이트 팀의 목적이다. 최 내정자가 하버드 로스쿨을 거친 뒤 로펌으로 가지 않고 네이버로 향했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이 GIO가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로 사업 확장에 제약이 따르자 해외 사업에서 헤비웨이트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최 내정자가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GIO 눈에 들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인수합병 이력이 발군이다. 그가 네이버에 합류하면서 글로벌 M&A 전담조직인 ‘Growth & Truenorth’가 만들어졌다. 이 팀에서 네이버 역사상 가장 큰 딜이었던 왓패드 인수 등 굵직굵직한 딜을 주도했다. 김 내정자 집안 면면도 눈길을 끈다. 그는 김준기 DB그룹(옛 동부그룹) 전 회장의 조카이자 김남호 DB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그의 아버지는 김준기 전 회장의 동생인 김택기 전 한국자동차보험(현 DB화재) 사장이다. 어머니는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의 딸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다. 현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내정자의 부인은 조민효 성균관대 교수다. 현재 금융위 혁신금융심사위원이다. 조 교수는 서울대를 3년 만에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 조지타운대 석사, 시카고대 박사 과정을 밟고 29세에 브라운대 조교수로 발탁됐던 인재다.

최 내정자 발탁을 두고는 이사회 내부에서도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핵심 전략적 자원은 기술과 서비스인데 최 내정자는 재직 기간이 짧고 인수합병에 이력이 치중된 것이 약점으로 지목됐다. C레벨과 CIC 대표들 사이에서 내부 반발이 확산되자 한때 이사회에서는 유봉석 서비스운영총괄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내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네이버 내부에서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 내정자가 CIC 대표를 했거나 규모가 큰 팀의 리더는 아니었다. 글로벌사업지원부는 소규모 TF 성격의 팀이었기 때문에 언론 보도를 보고 이름을 처음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해외 기술기업 투자 주목

▷CXO 체제 대안 마련 분주

당장 IT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최수연·김남선 ‘투톱’ 체제를 기반으로 해외 기술기업 투자전문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국내보다 해외 스타트업 발굴을 기반으로 투자 중심 회사로 변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촌평을 내놨다. 주요 기술기업 지분 투자로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공유하는 ‘지식파급효과(knowledge spillover)’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 국내 경영과 현안에서는 이사회의 권한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 이사회의 사내이사로 어떤 인물이 투입될지가 관심사다. 상대적으로 최 내정자의 조직 장악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실질적으로 이 GIO의 의중에 좌우되는 이사회의 권한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석이 된 사내이사 자리를 누가 채울지가 관심사다.

현재 네이버 이사회는 7인 이사 체제다. 상법상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해 4석이 사외이사 몫이다. 나머지 3석 가운데 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남은 2석은 사내이사 몫이다. 최근까지는 한성숙 대표와 함께 창업 공신이자 이 GIO의 ‘복심’으로 알려진 최인혁 전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사내이사 2석을 맡아왔다. 최 전 COO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물의를 빚자 자리를 내놨다.

이 가운데 한성숙 대표 자리는 최 내정자가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전 COO 자리를 두고는 복수의 인물이 거론된다. 최 전 COO가 이 GIO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자리가 갖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 우선, 이번 인사의 목적이 조직 쇄신이라는 점에 비춰 김 CFO 내정자가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 리더십 구축과 조직 체계 개편을 주도하려면 이사회 멤버로 조직 안팎의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쪽에서는 아직 거취가 명확하지 않은 채선주 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가 거론된다. 네이버 안팎에서는 채 CCO가 대외, 홍보 등 비시장 전략을 사실상 총괄해왔다는 점에서 조심스레 그의 잔류를 점친다. 단, 채 CCO 역시 이 GIO의 주요 측근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그가 이사회에 합류할 경우 C레벨 퇴진이 갖는 상징성이 퇴색한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최수연 내정자가 신입사원 시절 채 CCO 아래서 일했다는 점만으로도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최 내정자를 이 GIO에게 소개해준 사람도 채 CCO라는 후문이다.

이와 별개로, 최 내정자는 내년 정기 주총 전까지 네이버 트랜지션(transition) TF에 참여해 현재 CXO 체제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다. C레벨과 CIC 조직 간 느슨한 결합을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의 CIC는 C레벨에서 실질적인 관여를 많이 해 내부에서는 CIC 조직의 자율성이 훼손됐다는 비난이 비등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 쇄신을 이끌 주요 임원들의 면면이 결정된다. 네이버 측은 “최 내정자를 포함한 리더들은 사회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며 선제적인 기술·인력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신규 사업 발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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