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리포트] "무섭고 힘들지만 우리가 할 일".. 사명감 하나로 2년째 사투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11월 1일 이후 한 달간 서울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270명을 넘어섰다. 전국 사망자의 40%를 차지하는 수치다. 세계적인 초거대도시인 서울의 일상이 재개되자 확진자 수는 사상 최대 수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생활치료 중심의 방역체계는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새로운 유형의 ‘전쟁’을 불러왔다. 돌파 감염이 급증하면서 백신을 일찍 맞아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이 몰려들었다. 게다가 웬만한 수준은 생활치료센터에서 진료하다 보니 최고 중증도를 보이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선 이들을 살리기 위한 의료진들의 보이지 않는 혈투가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따르면 서울의료원 전체 205병상 중 지난 29일 기준 176병상(85.8%)이 사용 중이다. 위드 코로나 시행 전에는 65세 이상인 경증 환자나 무증상자도 입원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입원병상 부족으로 생활치료센터에서도 고령층이나 기저 질환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서울의료원에는 그야말로 위중한 환자들만 모여들고 있다. 병원 내 40병상 병동을 예로 들면 산소치료를 받는 환자가 13명, 고효율 산소치료기 치료를 받는 환자가 3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나 렉키로나주를 투여하는 환자도 과거 5명 수준에서 지금은 15명으로 3배 늘어났다.
문제는 더 있다. 대부분 고령층이어서 거동을 못 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치료제와 영양제,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틈틈이 기저귀를 교환하고, 식사도 보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환자 홀로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를 할 때 이동형 산소기로 바꾸는 그 짧은 순간에도 산소 수치가 80% 수준까지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료원의 한 의료진은 “중증환자들은 폐렴으로 인해 장기가 상당부분 망가져 있기 때문에 산소치료를 하는 환자는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며 “환자분이 화장실을 다녀온 뒤 산소포화도가 정상으로 올라갈 때까지 조치하며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의 경우도 젊은 층은 미각·후각이 없더라도 ‘꾸역꾸역’ 먹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고령층의 경우 잠깐 밥 먹는 사이에도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데다 밥맛도 없어 식사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 컨디션이 악화하면 영양제를 처방하고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한 간호사는 “젊은 사람들의 경우 폐렴이 있어도 산소 수치가 많이 떨어지지 않지만 지금은 거의 다 70대 이상이어서 자칫 방심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요양 병원 등에서 입원한 와상 환자(누워만 있어야하는 환자)도, 당장 산소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중증으로 진행될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도 나머지 5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병상 사용률이 급증하면서 환자의 퇴원도 새로운 난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통상 열흘이 지나면 전염력이 떨어졌다고 보고 퇴원을 시키는 데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들이 생겼다. 치료를 받은 지 열흘쯤이면 죽은 바이러스들이 깨져나오면서 코로나19 검사를 해도 양성이 뜬다. 완전히 음성으로 바뀌려면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 옮을까 걱정하는 가족들이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원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한 의료진은 “전 세계적으로 감염 열흘이 지나면 검사 결과는 양성으로 나오지만 전염력은 전혀 없다고 보고 퇴원시키고 있다”며 “그런데도 일부 가족은 ‘불안하다’ ‘같이 못 살겠다’ ‘환자가 퇴원하면 내가 따로 지낼 장소를 구해내라’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소호흡기를 뗀 뒤 피검사와 엑스레이 등 여러 검사를 다 마치고 퇴원을 하는 것이니 가족분들도 안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코로나 전담병원의 1인실은 다른 병원과 조금 쓰임새가 다르다. 과거에는 1인실을 비워두고 임종 환자를 옮겨 간호했다고 한다. 다인실에서 임종할 경우 옆에 환자들이 지켜보며 ‘나도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떠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효율 산소치료 환자들이 주로 1·2인실에 배정됐는데 지금은 병상 부족으로 다 같이 다인실을 쓴다. 상황이 갑자기 악화한 환자를 1·2인실로 잠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지금은 전부 중증 환자다 보니 누구 한 명을 1인실에 모시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다인실에서 임종하게 되면 옆에 있는 환자들이 너무 두려워한다. 병상에 여유가 없다 보니 참 마음이 아픈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위세가 채 가시기도 전에 해외에선 이미 또다른 변이인 오미크론이 대유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전담병원들도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의료진 사이에선 끝나지 않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현장에 있다 보면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씩 대유행을 할 때마다 굉장히 힘이 든다”며 “1차 유행이 끝나고 2차 유행이 오기까지 좀 시간이 있고 했는데 지금 델타 변이 유행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되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은 오미크론 유행에 대비해 병상 확충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의료진 인력 수급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현재 서울의료원은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1대 6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 유행으로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 별도 간호인력 충원 없이는 간호사 한 명 담 당당 환자를 대폭 늘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한 의료진은 “간호사 1인당 6명만 보겠다고 고집할 수 없으니 인력 대비 담당 환자를 크게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팬데믹이 심해질수록 그 수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급격한 ‘위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도 감지된다. 다른 의료진은 “지난 2년간 국민이 너무 지치다 보니 위드 코로나를 했겠지만 의료인으로서는 2년 동안 되풀이되는 상황에 지치는 게 사실”이라며 “위드 코로나를 조금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게 어떨까 싶다. 해답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생활치료센터와 전담병원 근무 간호사의 수당 차이도 맥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생활치료센터 간호사 대비 중환자를 보는 공공병원 간호사가 받는 수당은 절반뿐”이라며 “그렇다보니 공공병원 간호사들이 사직도 많이 하고, 생활치료센터로 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담병원은 중환자가 많다 보니 근무조 전체가 레벨D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한번 입으면 4시간 이상 입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 중랑구에 있는 서울의료원은 600여 병상의 반을 코로나병동, 나머지 반을 일반병동으로 운영 중인데 일반병동 간호사도 격무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서울 내 일부 공공병원이 전체 병동을 코로나 병동으로 돌리면서 이곳에 가지 못하는 일반 질환 중환자들이 서울의료원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계속 남아있던 건 ‘언젠가 안정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며 “2년이 넘도록 지속되는 데다 중환자가 늘어나자 이젠 지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물론 과거 메르스나 사스 유행 당시에도 공공병원 간호사 처우 개선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확산세가 멈추면 순식간에 ‘잊힌 영웅’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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