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공약 비교분석]李 '손실보상·지역화폐' vs 尹 '100일간 50조원 집중지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억강부약' 정치 철학 반영
자영업자 임차료 부담 완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표방하는 경제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이 후보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공정과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정부 주도의 성장을 제시한다. 동시에 사회적 약자에게 분배를 늘려 양극화 해소도 꾀한다.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움)’이라는 이 후보의 정치 철학이 반영돼 있다.
◆‘乙’에 주목하는 경제…손실보상·지역화폐 강조
이 후보가 지향하는 ‘약자를 위한 경제’는 시기적으로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공약에 잘 녹아 있다. 팬데믹이 진정되고 경제가 호전돼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 이들을 위한 임대료 부담 완화를 제시했다. 아울러 임대료 연체로 인한 계약해지·갱신거절·강제퇴거도 금지하겠다고 했다. 연말 만료 예정인 ‘착한임대인 운동’은 연장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대책을 위한 ‘이재명표 3대 예산’ 중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당정청 반대로 한발 물러섰지만, ‘손실보상법’과 ‘지역화폐 발행’은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정된 손실보상법 대상 범위는 확대하고 지역화폐 발행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규모를 기존 6조원에서 21조원 이상으로 대폭 증액하겠다며 ‘이재명표 지역화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5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공조의 뜻도 나타냈다. 정치적 득실을 떠나 국민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시기나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즉각 착수하는 면모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
◆선거 가까워지며 공정→성장 무게추 이동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 이 후보는 자신의 경제 정책 방향으로 ‘전환적 공정성장’을 제시했고, 이 중 ‘공정한’ 성장에 방점을 찍어왔다. 그러나 점차 정책의 무게중심을 ‘전환적 성장’쪽으로 옮기는 모습이다. 억강부약 철학에 기반한 기본소득·복지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고정 지지층의 결속을 끌어내는 데 주력하다가, 지금은 부동층 표심 확보에 더 치중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경제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론의 관심이 성장에 더 집중돼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그렇다해도 일관된 ‘실행 전략’이 큰 정부임은 변함이 없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을 얘기하고 있다. 지난 2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선 경부고속도로를 언급하며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신속한 국가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선대위 차원의 제1공약으로 ‘디지털 대전환’을 발표하며 임기 5년간 국비(인프라 투자 30조,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 등 40조, 디지털 주권보장 15조원) 85조원이 들어가는 총 13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본선 경쟁력을 염두에 둔 전략적 뱡향 수정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중도 확장과 젊은층 공략을 위해 성장을 앞세우고 있는데, 이것이 표를 위한 전술적 슬로건인지, 진정성이 있는 공약인지는 향후 판단할 문제"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소상공인 '연명' 아닌 '회복'
재창업·재취업 급여지급형 훈련제도 확대
선별이냐 보편이냐 하는 과실의 분배 철학을 놓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자신이 속한 당의 색채를 정확히 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견지하는 경제 정책 방향이 두 후보의 공약으로 명확히 현실화 돼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원 대책으로 윤 후보는 선별지원 기조를 강조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위주로 지원이 이뤄져야 ‘연명’ 아닌 ‘회복’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피해가 있는 곳에 지원도 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1호 공약으로 ‘코로나19 100일 긴급구조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 동안 50조원을 투입해 현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제안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추가 세수가 10~13조원이라는 점에서, 윤 후보의 50조원을 놓고 ‘더 심한 돈 퍼주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야 ‘절벽에서 끌어올리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0조원이라는 금액이 당장은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같은 지원이 없을 때 우려되는 ‘도미노 파산’을 막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자영업자가 650만명 정도로 파악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파산한 자영업자가 많고, 앞으로 파산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50조원 정도를 쓰지 않고 방치할 경우를 상정하여 "정부가 보증한 빚에 대한 보전 비용이 들어가고, 은행 빚이 부실화되면 은행에 문제가 생기고, 실업이 늘어나면 실업보험이 들어가는 등 자영업자 경제복구비용이 훨씬 더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 ‘자영업자 체력 강화’에도 관심
윤 후보는 코로나19 이후의 경제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중장기적 복원력’을 강조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많은 우리 경제 구조를 감안해 일자리·경쟁력·안전망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폐업 또는 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의 신용회복·재창업·재취업 지원 공약이 대표적인 예다. 세부적으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폐업하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 후 1년 이내 재창업 시 인테리어 등 설치비용으로 500만원 지원, 교육·훈련을 충실히 이행한 소상공인이 재창업에 도전하면 재창업 자금을 50% 추가 지원, 소상공인들이 재창업·재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급여 지급형 훈련제도를 현행 2000명에서 10만명으로 늘려 운영하는 것 등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종식 이후 비대면·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비한 자영업 혁신과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를 통해 일자리 문제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과정이 결국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강조하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과도 맞닿아 있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팬데믹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근본적·상시적·실질적인 대응체계 구축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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