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꼰대'가 된 X세대, 1970년대생
1970년대생은 어떤 의미에서 딱 ‘낀 세대’다.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하다’는 꼬리표가 붙지만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밥벌이’의 준엄함에 목소리를 낮췄다. 1960년대생의 군대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대놓고 반항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과거 1960년대생 자리에 올라서고 보니 세상은 천지개벽했다. 디지털에 정통한 MZ세대 중심으로 재편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어디쯤인 X세대가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온갖 실무를 도맡아 하고 조직 관리까지 하며 신구세대 갈등을 온몸으로 받아냈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괴롭기만 한 걸까. X세대라고 쿨한 척하지만 ‘구습’을 못 벗어난 이들이 적지 않다. 대놓고 말 못해도 슬그머니 귀찮은 업무를 후배에게 밀어내거나, 응당 져야 할 책임을 피한다. 개인주의라는 세간의 시선에 어울리게(?) 팀보다 내 중심으로 판단하고 사익에 골몰한다. 손에 쥔 작은 권한마저 놓지 않는다. 뚜렷한 인생 철학으로 후배들을 이끌기는커녕 ‘각자도생’이라는 말로 남남을 자처한다. 심지어 1960년대생 못지않게 ‘막말’을 일삼거나 소통 없는 지시로 일관한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익히려 하지 않으면서도 부끄러움이 없다. 어찌 보면 과거 선배들과 다를 게 없는 1970년대생 모습이다. 다른 세대가 1970년대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70년대생을 조명하는 설문조사 댓글을 보면, 이들을 애처롭게 바라보기는커녕 비난하는 목소리가 상당수다. 누릴 것 다 누리면서 결국 꼰대짓하는 세대. 할 줄 아는 것 없으면서 경제적 부(富)만 챙겼다는 평가는 뼈아프다.
어느 세대나 ‘애환’은 있다. 어쩌면 1970년대생이 더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더 적극적이고 MZ세대와 더 소통해야 한다. 관리와 실무를 병행할 수 있는 것은 1970년대생의 행운인지도 모른다. 1970년대생인 기자부터 반성한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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