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 2년만에 다시 찾아온 성탄 전령

장지영 2021. 11.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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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코로나 여파로 공연 못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전국 투어

매년 12월이 되면 전 세계 거의 모든 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준비한다. ‘캐시카우(주요 현금창출원)’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연말 특수를 노린 상업적 속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호두까기 인형’이 없는 12월은 이제 팥소 없는 찐빵 같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 클라라(혹은 마리)가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과자의 나라로 모험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전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와 그의 조수 레프 이바노프가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가지고 안무했다. 지금은 수많은 발레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인기 있지만 1892년 12월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초연은 “발레의 역사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프티파가 병석에 눕는 바람에 이바노프가 급하게 작품을 맡은 것, 1막이 어린이 위주여서 볼만한 성인 무용수의 춤이 많지 않았던 것, 주역인 사탕요정 역의 발레리나가 예쁘지 않아서 관객의 불평이 많았던 것 등이 꼽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음악 등 작품의 진가를 인정받은 ‘호두까기 인형’은 후대 수많은 안무가에게 재안무에 도전하도록 하는 작품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가 된 것은 1954년 미국에서 조지 발란신이 이끄는 뉴욕시티발레단이 공연하면서부터. 당시 아이들을 많이 출연시킨 것이 가족을 중시하는 미국인의 가치관에 잘 맞아떨어지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TV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방영하면서 ‘호두까기 인형’은 공연장을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작품이 됐다.

한국에서 ‘호두까기 인형’ 전막 공연은 1974년 수도여자사범대(옛 세종대) 무용과가 이틀간 명동 국립극장에서 4회 공연한 것이 최초다. 당시 제작 여건상 작품 규모를 축소했지만, 기성 무용계가 아닌 학생들이 전막 공연을 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국내 유일의 프로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은 초연 이후 3년 뒤인 1977년 12월 전막 공연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후 12월이 아닌 어린이날이 있는 5월에 격년마다 선보였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유니버설 발레단

국내에서 ‘호두까기 인형’이 12월 대표 레퍼토리가 된 것은 1984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되면서부터다. 한국 발레의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1986년 12월 나란히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 후 매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서울발레시어터를 필두로 지역의 민간 발레단들도 ‘호두까기 인형’을 축약된 버전으로 공연하고 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현재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각각 러시아의 양대 발레단인 볼쇼이발레단과 마린스키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오랫동안 역임했던 유리 그리고로비치와 올레그 비노그라프 버전을 채택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클라라 역을 1막에선 어린이가, 2막에선 어른이 맡는 데 비해 춤이 많은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어른 무용수가 1막과 2막을 전부 소화한다. 또 국립발레단 버전은 다른 버전과 달리 몸집이 작은 어린이가 호두까기 인형으로 나오는 것이 독특하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많은 발레단이 공연 영상의 온라인 상영으로 대체했다. 발레단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대체로 연간 수입의 20~30%를 ‘호두까기 인형’에서 얻는 만큼 다들 손실이 컸다. 올해는 백신 접종에 따른 ‘위드 코로나’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발레단이 2년 만에 다시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 나섰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한 번은 보여줘야 할 작품으로 자리 잡은 덕분에 매년 이맘때 티켓 구하기 경쟁이 벌어지지만, 올해는 2년 만이라 더 치열하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12월 14~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호두까기 인형’을 올린다. 서울 공연에 앞서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전주를 돌고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이다. 또 유니버설 발레단은 12월 18~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세종문화회관에 귀환해 선보이는 연말 공동기획이다. 서울 공연에 앞서 천안, 대전, 고양도 잇따라 찾는다. 또 와이즈발레단이 12월 4일 경기도 오산, 서울발레시어터가 12월 10~11일 경기도 광주에서 각각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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