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모든 종목이 자신 있다"

잘 생기고, 잘 달리면서도 기름 적게 먹는 '다재다능'
승차감, 정숙성 좋고 실내공간도 넓어 다양한 용도에 활용 가능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준중형 SUV 차급은 한동안 형님인 중형 SUV와 동생인 소형 SUV 사이에 끼인 어중간한 포지션으로 고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투싼과 스포티지 풀체인지와 함께 덩치를 키우고 고급‧첨단 사양을 장착하고 파워트레인을 강화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잘생김’까지 갖추며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차종이 됐다.

기아의 최고 인기 차종인 신형 스포티지, 그 중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최근 시승해봤다.

◆잘생김 : 스포티지는한 마디로 잘생겼다. 미래지향적이고 일부 파격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넣었으면서도 전통적인 미(美)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거부감 없는 인상이다.

한껏 입을 벌린 듯 큼지막한 라이에이터 그릴과 양 옆에 위치한 부메랑 모양 DRL은 강렬하면서도 날렵한 인상을 준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옆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기존 모델보다 17.5cm나 길어진 전장과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벨트라인, 완만하게 낮아지는 루프라인은 늘씬하게 잘 빠진 도심형 SUV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트렁크 해치도어에도 살짝 굴곡을 주면서 뒤태를 한껏 다부지게 뽑아냈다.

SUV는 때로 험하게 다룰 일도 생기게 마련이지만 스포티지는 잘 생긴 얼굴에 생채기 날까 무서워 조심조심 몰게 될 수도 있겠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뒷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정리정돈 : 운전석 앞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이제 기아 실내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스포티지는 이에 더해 각종 버튼류를 터치패널에 몰아 한 줄로 정렬해 더욱 정갈하게 만들었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실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다 지도상의 현재 위치로 복귀시켜주는 MAP 버튼(기아 차종들은 모두 이 기능이 있다)이 없어 당황했다가 버튼들의 역할이 한꺼번에 바뀌는 기능을 발견했다.

공조 기능을 담당하던 버튼들이 왼쪽의 삼각형 모양 버튼을 누르면 통째로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등 미디어 조작 버튼으로 바뀐다. 심지어 좌우의 온도조절 다이얼도 볼륨조절 다이얼로 변신한다. 다시 바람개비 모양 버튼을 누르면 다른 버튼과 다이얼은 다시 공조 조작 역할로 바뀐다.

버튼과 다이얼들의 기능이 '공조'와 '미디어'로 바뀌는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전자식 변속기 조작을 위한 다이얼과 기타 물리적 조작이 필요한 기능들은 넓은 센터콘솔에 배치해 놨다. 심지어 시동 버튼도 센터콘솔에 배치해 센터페시아의 번잡함을 줄였다.

◆적게 먹고 잘 달림 : 1.6 가솔린 터보 엔진에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달았다. 상위 차급인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조합이다. 스포티지의 덩치가 더 작으니 성능과 연비가 더 뛰어남은 말할 것도 없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합산 최고출력은 230마력, 최대토크는 35.7kg‧에 달한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비교하면 3.3ℓ 고배기량 엔진에 육박하는 힘을 낸다.

고속도로에서 가속을 할 때도, 산길을 오를 때도 거침이 없다. 환경을 위해 디젤 대신 하이브리드를 고려하고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터보차저와 전기모터의 조력이 배기량 1.6ℓ에 불과한 가솔린 엔진으로 하여금 디젤 못지않은 강력한 견인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준다.

시승 모델은 하이브리드차로는 흔치 않은 네바퀴 굴림 방식의 AWD 모델이었다. 가감속이나 급회전시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해 안정적인 주행을 도와준다.

저속으로 주행하다 멈췄을 때 에너지 흐름도. 주행시에는 '배터리→전기모터→바퀴' 방향으로 에너지가 흐르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퀴→전기모터→배터리'방향으로 에너지가 흘러 배터리가 충전된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하이브리드차 다운 고연비를 발휘함은 물론이다. 대략 고속도로 300km, 국도 150km, 시내도로 100km를 주행한 뒤 측정된 연비는 17.9km/ℓ가 나왔다. 참고로 AWD 모델의 신고연비는 복합 15.2 km/ℓ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해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사이의 에너지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통은 홀로 짊어지는 희생정신 : 둔탁한 승차감 때문에 SUV를 꺼린다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예외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세단 중에서도 이만큼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차는 대중차 브랜드에서는 찾기 힘들 정도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승차감이 안정적인 것은 물론, 과속방지턱과 같은 요철을 지날 때 신기할 정도로 충격이 크지 않다.

비결을 알아보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중 전기모터를 이용한 ‘E-라이드 시스템’이란 게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에 최초로 장착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속방지턱을 넘은 뒤 차체가 밑으로 쏠리면 구동모터를 정방향으로 돌려 가속시 차체 앞쪽이 위로 들리는 현상을 이용해 이를 상쇄시키는 방식이다. 반대로 과속방지턱을 넘기 직전 차체가 위로 쏠리면 모터를 반대방향으로 돌려 감속시 차체 앞쪽이 가라앉는 현상을 이용해 흔들림을 최소화한다.

정숙성은 디젤이 아닌 하이브리드를 택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저속에서 EV 모드로 주행할 때는 사실상 전기차와 동일한 무소음이고, 엔진 구동이 필요한 고속 주행에서도 매우 조용하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도 잘 차단된 느낌이다.

◆하극상 실내 : 17.5cm 늘린 전장(4660mm)은 단지 옆태를 늘씬해 보이도록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스포티지의 실내, 특히 뒷좌석 레그룸은 웬만한 중형 SUV 못지않게 넓다. 마찬가지로 전장을 늘린 쏘렌토(4810mm)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지만 현대차 싼타페(4785mm)의 관점에서 본다면 하극상이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실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전폭은 준중형 SUV 수준을 벗어나진 못하지만, 뒷좌석에 2명만 앉는다면 탑승객 모두가 충분히 넉넉한 공간을 차지하고 여행할 수 있다.

2열 후방 트렁크 공간도 중형 SUV만큼 넓다. 2열 좌석을 접지 않고도 충분히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저 정도면 트렁크 자리에 접이식 3열 좌석을 넣어 ‘최초의 7인승 준중형 SUV’라고 자랑해도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트렁크 공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 디자인 때문에 실내 트렁크 공간도 위아래로 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렇지도 않다. 사실 루프의 경사는 차체와 다른 톤의 필러 색상으로 인해 디자인적으로 강조된 것일 뿐 실내 천장까지 낮아지진 않는다.

2열 좌석을 접으면 차박을 하기에도 충분한 공간이 나온다. 바닥면이 평평해 굳이 에어매트를 깔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뒷과석 탑승객을 위해 1열 등받이에 가방 등을 걸 수 있는 걸이와 지퍼로 여닫을 수 있는 주머니를 만들어 둔 것도 세심하게 느껴진다.

가방걸이와 지퍼로 여닫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장착된 1열 등받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총평 : 이런 저런 차를 시승하다 보면 특정 용도에 특화된 차는 많지만 여러 장점을 동시에 지닌 차는 만나보기 힘들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그런 올라운드 플레이어에 가장 가까운 차로 평가된다.

디자인적으로 마초적이거나 육중한 냄새를 풍기지 않아 시내 도로에 어울리면서도 실내 공간은 레저용 차량의 역할을 해내기에 충분하다.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지녔지만 황산화물을 내뿜지도 않고 탄소 배출도 적으며, 기름값도 적게 든다. 어떤 종목에서 누구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다재다능한 차다.

가격은 이륜구동 모델이 트림별로 3109만~3691만원, AWD(사륜구동) 모델이 3334만~3916만원으로, 스포티지 1.6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기본트림 기준 600만원가량 높다.

▲타깃 :

- 패밀리카(승차감), 출퇴근용(연비), 차박용(실내공간), 고속도로 질주용(성능), 관상용(디자인) 등 차 한 대에 원하는 게 많은 분.

▲주의할 점 :

- 원터치로 공조와 미디어로 상호 변환 가능한 터치 버튼은 깔끔하긴 하지만 직관적이진 못하다. 아무래도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간다.

- 흙 묻히는 걸 싫어하게 생긴 얼굴이라 캠핑에 데려가기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