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쓰레기 시멘트' 엄격 검증한다는데..국내 폐기물 연료 미래는
'대체 연·원료'(AFR).
세계 각국 시멘트 업계가 폐기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합성수지 등을 태워 시멘트를 만드는 건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독일·일본 등 해외에선 이렇게 만든 시멘트를 '에코 시멘트' '그린 시멘트'라고 부른다. 한국과 달리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에 반대하는 사회적 저항이 크게 없는 편이다. 그 뒤엔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된 폐기물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깔렸다.
폐기물 연·원료, 해외서도 적극 사용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유럽연합(EU)·미국·일본·중국 등 많은 국가가 시멘트 산업에서 폐기물을 대체 연·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폐기물 처리시설을 새로 짓기 곤란해지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시멘트 산업의 폐기물 자원화를 추진했다. 미국은 한국에서 쓰지 않는 페인트 찌꺼기, 아스팔트, 청소 찌꺼기 등도 대체 연료로 사용한다. 중국도 최근 5년간 연평균 2300만t의 고형 폐기물을 시멘트 제조 연·원료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회와 검증한 폐기물만 공장행"
다만 조건이 있다. GIZ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환경성·안정성이 결여된 폐기물은 시멘트 공장 소성로에 들어가선 안 된다. 지역 주민 건강을 해치거나 환경 문제를 일으키면 폐기물을 활용한 시멘트 생산 방식이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폐타이어 같은 극소수를 제외한 폐기물 대부분은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시멘트 공장에 공급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별도의 위험 심사까지 통과한 '적격한 폐기물'(qualified waste)만이 공장에서 재활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간 806만t 한국은 "관련 기준 검토"
국내서도 공장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주로 문제 삼는 건 '기준'이다. "폐기물 기준이 선진국보다 낮고 오염물질 배출 모니터링도 허술하다"는 이유를 든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규제를 강화하라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는 국내 시멘트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270ppm)이 독일 기준(77ppm)이나 국내 폐기물 소각시설 기준(50~70ppm)보다 낮은 만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멘트 공장이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닌 '재활용 시설'로 분류돼 환경영향평가나 통합환경관리 대상에서 빠진 것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들은 공장 굴뚝에 설치된 자동측정장치(TMS)에서 검증하는 기준도 강화해달라고 요구한다.
투입되는 폐기물 종류가 상대적으로 많아 조정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소성로에 보조 연료로 투입되는 폐기물은 34종인데 반해 미국, 독일, 일본은 각 18, 9, 7종으로 적다. 부원료로 사용되는 폐기물도 한국은 95종이지만 미국, 독일, 일본은 각 16, 16, 13종이다.
일부 주민들은 검증된 폐기물인 고형연료제품(SRF) 사용을 제안한다. SRF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폐기물을 가공해 고체 상태의 연료로 만든 제품이다. 강원도 내 시멘트 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엄밀한 기준을 통과한 SRF만 시멘트 산업의 연료로 인정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주민들이 악성 폐기물을 받지 않는 것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정부도 최근 시멘트 배출가스 관련 규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질소산화물을 제외한 나머지 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 아니며 TMS 모니터링도 5분 단위로 하고 있다. 투입폐기물은 종류가 세분돼있어서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의 요구대로 여러 기준 중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나 분진 등으로 인한 영향과 기준 강화 시 들어가는 비용도 고려해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규제 강화와 함께 공장 인근 주민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국가 차원에서 폐기물 처리를 일부 담당하는 시멘트 소성로는 주민 건강이 전제된다면 유지하는 게 좋다. 그런 차원에서 시멘트 업계가 공동 협약을 통해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얻는 수익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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