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검찰은 누구 편일까

오종석 2021. 11. 3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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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각종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있지만 검찰은 제대로 수사 안 할 것
철저히 권력의 편에 서왔기에 지금은 ‘이기는 쪽이 우리편’ 생각하며 눈치 보고 있는 중
새 정부 들어서면 또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매섭게 칼춤 추며 검찰공화국을 꿈꾸지 않을까

내년 대통령 선거를 불과 3개월여 남겨뒀지만 지지율 수위를 다투고 있는 여당과 제1야당 대선 후보는 여전히 검찰의 수사 선상에 놓여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등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된 ‘고발 사주 의혹’ 외에도 각종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의혹’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처지다. 검찰이 제대로만 수사하면, 결과에 따라 둘 다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오죽하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경선 당시 “내가 야당 후보가 되면 (이재명과 윤석열) 둘 다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을까. 경선 후에도 그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선거에서 지면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수부와 강력부를 거쳐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한 그의 발언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제대로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인데, 이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에 정면 대응했던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계속 버텨줬다면 그나마 평가가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정치권에 나서 대선 후보까지 되면서 ‘역시나’가 됐다. 대한민국 검찰은 늘 권력 지향적이고, 정치 권력에 휘둘렸다. 지금도 좌고우면하며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지금은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며 정치적 압력을 넣고 있고, 어느 쪽이 권력을 잡을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어쩌면 검찰 자체가 이 후보나 윤 후보에게까지 칼날을 겨눌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검찰은 대장동 수사와 관련, 지난 9월부터 2개월여 동안 수사를 진행했지만 성남시 ‘윗선’ 개입에 대해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최근 뒤늦게 이 후보 성남시장 시절 비서실장과 윤 후보의 대검 중수부 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 사건 브로커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면피용 수사에서 벗어나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윤 후보의 본부장 비리 의혹도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 불거져도 결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두 후보와 직접 관련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으면 검찰은 오히려 뒤로 물러서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이런 검찰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 상대방의 의혹에 대해선 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지금 검찰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검찰은 누구 편일까. 윤 후보 측은 문재인정부에서의 검찰은 이 후보 쪽에 기울어져 있다고 판단한다. 핵심 요직을 차지한 친정부 검찰이 철저히 이 후보는 봐주고, 윤 후보 쪽 사건만 들추며 편파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거꾸로 생각하고 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출신으로 사실상 다수 검사가 아직도 그를 추종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이 있다. 검찰은 철저히 권력 편이라는 것이다. 원래 검찰은 정권 초기와 말기에 가장 수사력이 왕성하다. 초기엔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강력하게 수사를 했고, 말기엔 다가올 권력에 구애하며 힘없는 현재의 권력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따라서 일단 문재인정부 편은 사실상 아니라고 봐야 한다. 매번 정권 말기 대통령 가족 등 친인척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문재인 정권에선 아직 그런 비리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결국, 검찰은 이 후보나 윤 후보 둘 중 한쪽 편이라고 봐야 한다. 아니 어쩌면 ‘이기는 쪽이 우리 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지금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내년 대선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이미 친정부 성향으로 낙인찍힌 검사나, 윤 후보와 가까운 검사로 정평이 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눈치를 보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검찰 조직은 다시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검찰은 또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칼춤을 출 것이다. 계속 검찰공화국을 꿈꾸며.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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