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의 이코노믹스] 음식·숙박·유통·교통 플랫폼, 자영업 혁신 계기 돼야

2021. 11. 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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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빨라지는 플랫폼 경제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플랫폼 경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성장엔진을 단 플랫폼 경제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를 만나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코로나 팬데믹 억제를 위해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체계는 비대면적 특성을 갖는 플랫폼 경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직접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대신 온라인에서 쇼핑하고, 음식점에 가는 대신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하는 게 갈수록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고 있다.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는 데 대응해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세도 가히 폭발적이다. 온라인 쇼핑이 손쉽고 빠르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속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이제 플랫폼 서비스를 하루라도 이용하지 않고 살기 어려운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플랫폼 경제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 경제의 확산이 한국경제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며 그런 영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혁명 가속 중
코로나가 플랫폼 경제에 날개 달아
성장과 분배 문제 해결할 기회 온 것
자영업과 상생해야 지속 발전 가능

서비스업 생산성, OECD 최저권

이코노믹스

플랫폼 경제는 지금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문제 즉, 성장 및 분배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 번째는 경제성장 관점에서의 플랫폼 경제 이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곧 데이터 혁명이다. 대량의 데이터 정보를 아주 빠른 속도로 가공해 처리하고 이동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데이터 혁명이다. 그런 연유로 4차 산업혁명을 지탱하는 양대 축은 정보기술(IT) 기반의 생산 혁명과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혁명이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이 제조업 중심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에선 서비스업도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경제성장 측면에서 플랫폼 경제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극히 낮다. 제조업 생산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생산성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이다. 이렇게 형편없는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일 수만 있다면 성장 여력이 고갈되고 있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조업 생산성 대비 서비스업 생산성 비율

과거 세 차례의 산업혁명 때를 봐도 산업혁명 대열에 먼저 올라탄 국가는 고도성장을 구가하며 세계 경제의 주축 세력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사례도 이를 증명한다. 1, 2차 산업혁명 대열에서 낙오돼 변방의 후진경제에 머물러 있던 한국경제는 3차 산업혁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세계 경제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정보통신을 주축으로 하는 3차 산업혁명 대열에 일찌감치 동참한 덕분이다.

2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세계 산업국가로 우뚝 섰던 일본이 3차 산업혁명에 미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경제 탄력을 잃어간 것은 타산지석의 사례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플랫폼 경제의 성장은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여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자영업-비자영업 격차 좁혀야

플랫폼 경제가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두 번째 이슈는 소득 불균형 문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플랫폼 경제는 곧 서비스 혁명이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특히 음식·숙박·유통·운수 등의 업종에서 플랫폼 서비스 혁신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업종의 공통점은 모두 자영업 종사자들이 많은 전형적인 자영업 업종이라는 점이다. 플랫폼 경제가 자영업과 밀접히 연관된 것이다. 플랫폼 경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혁신이 이들 업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업종 내에 있는 자영업 종사자 역시 소득 증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결국 플랫폼 경제가 한국경제의 큰 숙제 중 하나인 소득 불균형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영업 부문 사업소득과 비자영업 부문 임금소득 간 커다란 소득 격차가 소득 양극화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두 부문 간 소득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플랫폼 독점 부작용 경계해야

플랫폼 경제가 한국 경제의 성장과 소득 불균형 완화에 기여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잠재력이 당연히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랫폼 경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한편으로 플랫폼 경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그 제도적 환경 마련을 위해서는 다음 같은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첫째, 플랫폼 비즈니스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독점화되지 않도록 하는 균형 잡힌 플랫폼 정책이 필요하다. 과거 기업정책과 공정거래법의 핵심 이슈가 재벌, 경제력 집중 등이었다면 앞으로는 플랫폼 경제 독점 이슈가 하나 더 추가될 것이다.

자영업과 플랫폼사업자 간의 갈등관계

지금까지의 대기업집단 정책은 규제와 자율 간 절묘한 균형이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본질적으로 독점화 특성을 내포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방치하면 플랫폼 독점의 부작용이 커질 것이고 반대로 규제가 과도하면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 균형 잡힌 플랫폼 경제의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둘째, 플랫폼 경제와 자영업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한다. 플랫폼 경제는 자영업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플랫폼 경제에서 온라인 거래의 증가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자영업자의 위기다.

반면 플랫폼의 존재는 자영업자가 좁은 물리적 공간에서 벗어나 이론적으로는 전 세계를 고객으로 상대할 기회의 창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플랫폼 경제가 자영업에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영업에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으로 자영업계 스스로 플랫폼 경제의 등에 올라타 혁신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을 축적해야만 한다. 자영업도 이제 혁신산업이다. 혁신하는 자영업만이 플랫폼 경제가 주는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

플랫폼 경제는 미래 한국경제의 조타수다. 이대로라면 한국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를 비껴갈 수 있는 비장의 무기 중 하나가 플랫폼 경제다. 플랫폼 경제가 잘 뿌리를 내릴 수만 있다면 한국경제는 또 한 번의 도약을 통해 선진경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플랫폼 노동자 보호책 시급

「 플랫폼 경제의 또 하나 중요한 이슈는 플랫폼 노동자 문제다. 디지털 경제의 결과물인 플랫폼 노동자는 전에 볼 수 없던 노동계층이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노동선택권을 누리지만 고용주로부터 고용을 보장받는 권리는 없다. 플랫폼 사업자로부터도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일하는 노동선택권을 누리는 플랫폼 노동자는 흔치 않다. 노동 선택권이 없는 플랫폼노동자는 자영업자라기보다 플랫폼 사업자를 고용주로 하는 피고용자에 가깝다. 하지만 플랫폼노동자가 피고용자로 인정받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 선택권은 없고 고용 불안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공정한 현실에 대응해 플랫폼 노동자를 피고용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근래 들어 실제로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례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플랫폼 경제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아예 ‘플랫폼 노동자가 실제로 노동선택권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플랫폼 사업자가 입증하지 못하면 피고용자로 간주한다’는 법(AB5 Act)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도 플랫폼 경제의 본격적 확산에 대응해 플랫폼 노동자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안전망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는 캘리포니아주 사례처럼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일이 필요하고, 두 번째로는 자영업자 지위에 머무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필요한 안전망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플랫폼 경제 시대가 건강하게 정착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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