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18억 1주택자 종부세가 70만원? 공제없인 459만원
정부가 ‘종부세 폭탄’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시세 26억원(공시가 18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70만원의 종부세를 낸다고 밝혔지만, 일반화된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1세대 1주택자 단독명의자에게만 적용하는 연령·장기보유 공제 최대치(80%)를 적용한 사례를 예시로 든 탓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종부세 고지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1세대 1주택자의 세 부담은 크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공시가 18억 상당의 한 아파트를 23년간 보유한 1세대 1주택자 A씨(68세)의 경우 올해 종부세로 70만원을 낸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A씨는 65~75세 연령 공제 30%와 15년 이상 장기보유 공제 50%를 합쳐 공제 최대치인 80%를 적용받았다. 올해의 경우 1주택자 종부세 공제액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라 A 씨의 올해 종부세는 지난해(89만원)보다 적다. 정부·여당에서 “26억 원 집 종부세가 소나타 중형 자동차 세금보다 적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공제를 모두 적용받는 사례는 적다. 80% 공제를 받으려면 15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만 65세 이상이거나,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만 70세 이상에만 해당한다.
같은 가격대의 아파트를 보유하더라도 공제 여부에 따라 내야 하는 종부세 차이는 크다. 실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전용 155㎥)에 2016년 7월부터 실거주 중인 1주택자 이모(47)씨가 올해 납부해야 할 종부세는 459만원이다. 이 씨의 집의 올해 공시가격 18억5300만원인데, 정부가 밝힌 종부세보다 6.6배 많다.
정부 주장대로의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이씨는 만 65세가 되는 18년 뒤에나 가능하다. 이씨는 “7월과 9월에 낸 재산세 615만원과 종부세를 합치면 1주택 실거주자의 한 해 보유세만 1000만원이 넘는다”며 “지난해 종부세가 188만원이 나왔는데 올해 종부세만 두배 이상 올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사업을 하는 이씨는 외벌이다. 그는 “16평 아파트부터 시작해서 짠돌이 소리 들어가며 아끼고 저축해서 평수를 점차 늘려 지금의 집을 장만했는데, 정부가 난데없이 적폐로 몰며 세금 월세 90만원을 내라고 한다”며 “아이 교육비에 생활비가 빠듯해서 결국 신용카드 12개월 할부로 종부세를 낼 생각이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금 폭탄에 화가 너무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세금계산 서비스 ‘셀리몬’의 종부세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시세 26억원(공시가 18억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는 최저 81만2000원에서 최대 406만1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명의가 아니라 부부공동 명의로 보유한 1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는 올해 186만7000원이다. 뿐만 아니라 연령·보유공제에 따른 차액이 수백만 원에 달한다.
2주택자의 부담도 크다. 서울에 공시가 14억 원짜리 주택 한 채와 지방에 공시가 4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2주택자라면 합산 공시가가 18억원이더라도 올해 종부세는 2159만1000원으로 급증한다. 80% 공제를 받았을 때(81만2000원)의 26배다. 셀리몬 운영사 아티웰스의 이선구 대표는 “주택 공시가격이 같아도 단독과 공동명의에 따라, 보유연령과 기간에 따라 종부세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당초 부유세로 출발한 종부세가 주택가격 급등으로 ‘서울 1주택자 보통세’이자 ‘다주택자 징벌세’가 된 탓에 정체성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징벌적으로 과세를 급하게 올리는 바람에 개인의 재산권을 훼손시키는 상황에까지 왔다”며 “종부세 개편은 시급하고, 지금 기준의 무차별적인 세금이라면 타당성이 떨어지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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