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놔" 바닷속 친구 얼어죽었다..두 나라 외면이 만든 비극
27명이 사망한 영불해협 난민 참사 당시 프랑스와 영국 경찰이 서로 “우리 해협 아니다”라며 구조 요청을 외면했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더 타임스·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생존자 모하메드 셰카(21)는 이라크 쿠르드 국영 TV 루다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쿠르드 출신인 셰카는 여동생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영국으로 밀항하려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에 따르면 사고는 23일 밤 9시 프랑스 북부 칼레 항구를 떠나 영국으로 향하던 중 발생했다.
총 33명이 탔던 보트는 출발 4시간 만인 새벽 1시쯤 후미에서 물이 차올랐다. 모두가 달려들어 물을 퍼냈지만, 차오르는 속도를 이길 수 없었다. 밀입국자 신분이었던 이들은 선뜻 구조 요청을 하지 못했다. 그때 이라크 출신의 16세 소년 무빈 후세인이 모험을 무릅썼다.
후세인은 휴대전화로 프랑스 경찰에 조난 위치를 알리며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그곳은 영국령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영국에 전화하라”뿐이었다. 곧바로 영국 경찰에 전화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우리 해협 아니다, 프랑스에 전화하라”는 게 전부였다.
프랑스와 영국 모두에게서 외면당하던 중 보트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보트가 기울면서 사람들이 바다로 빠졌고, 서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33명 모두가 옆사람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해가 뜰 때까지 버텼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을 구하러 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하나둘 손을 놓았다고 한다. 물속으로 가라앉은 이들은 얼어 죽었다.
셰카는 그 비통한 순간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자고 약속했던 친구 라니아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게 가장 애통하다고 했다.
“라니아가 먼저 손을 놓으려 했다. 손을 놓지 않겠다고 우기자 라니아는 ‘내가 먼저 갈 테니, 이제 손을 놔달라’라고 부탁했다”.
결국 셰카가 그의 뜻에 따라 손을 놨고, 이후 라니아를 볼 수 없었다. 휴대폰으로 구조를 요청했던 후세인도, 그의 어머니와 두 누이도 모두 죽은 채로 발견됐다. 현재까지 2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4명은 실종 상태다. 셰카는 인터뷰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우리를 도우러 오지 않았고, 우리는 그렇게 죽어 갔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수영을 못하는 셰카는 구명조끼에 의지해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프랑스 어부들의 신고로 출동한 프랑스 해양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저체온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그는 현재 프랑스 모처에 숨어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이젠 난민 브로커들의 협박을 받고 있다. 이들은 셰카에게 “너를 찾아내 죽여버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셰카가 당국의 조사를 받지 못 하게 하기 위해서다.
셰카는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영국으로 건너가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영국이 나를 안전하게 데려가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의미심장 글 남긴 이준석, 오늘 이후 모든 공식일정 취소
- 오미크론 전부터 칼 갈았다…화이자 백신 '100일 작전'
- ‘전체관람가’ 서울모빌리티쇼에 수영복 모델…조직위, 엄중경고
- 강원 외국인유학생 69명이 여중생 1명을…최악 집단성폭행
- '숏컷' 파격변신 송지효…"더는 좌시 못해" 팬들의 분노, 왜
- "늙었으니 소변주머니 차라고?" 1000명에 '방광' 선물한 의사
- '시상식 노쇼' 호날두 극대노 "내 야망, 메시 이기는 게 아니다"
- 김종국 “부모님 유일 재산 안양 재개발 집, 의사인 친형 줄 것”
- 윤석열 "예측 불가능성 싫다" 참모들에 뼈 있는 말 던졌다
- 4살 딸 길바닥 버린 뒤, 처음 만난 남자와 모텔 간 비정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