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허위 기재' 논란 공수처, '이성윤 수사팀' 압색 강행했다

김수민 2021. 11. 2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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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9일 영장 허위 기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29일 강행했다. 지난 5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한 공소장 내용을 이튿날 언론이 보도한 걸 두고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사들이 작성한 공문서, 메신저 및 e메일 등을 압수한 것이다.

압수수색 대상엔 수사팀에 파견됐다가 이 고검장 기소 두 달 전 원소속청으로 복귀한 검사 2명도 ‘기소 당시 수사라인 파견’이라고 적어 허위 기재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는 “허위라면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을리 만무하다”며 반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29일 오전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26일 대검 서버를 압수수색했으나 야간집행을 허가받지 못해 압수대상자 7명 중 임세진 부산지검 공판부 부장검사 1명에 대해서만 압수수색하고 중단했다. 이날 공수처는 검찰 내부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뉴스1


공수처 “허위면 발부될 리 만무” 對 수사팀 “청구 과정 공개하라”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부터 대검 정보통신과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집행했다. 지난 26일 압수 과정에 대상자에 대한 사전 고지 절차를 어겼다는 항의를 받고 “안 한 것으로 하자”고 물러간 뒤 재집행한 것이다. 이날 최 부장검사가 압수수색에 직접 참여해 “법적인 의무를 다 했고 절차와 관련해 어긴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고검장 기소 두 달 전인 3월에 이미 파견이 해제돼 수사팀을 떠난 검사들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한 사실을 두고 ‘허위 영장 기재’ 등 위법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아예 최 부장검사가 직접 현장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허위 영장 논란의 당사자 중 한 명인 임세진 부산지검 공판부장 검사는 이날 경기도 과천 공수처를 방문해 수사기록 확인을 위한 열람등사 신청을 했다. 영장 청구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임 부장검사는 “(허위 영장으로 법원을 속였다는) 의혹을 해소해주시지 않을까”라며 “공수처가 잘 협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압수수색 영장에는 ‘성명불상’(姓名不詳‧성과 이름을 알지 못함)의 형사사법 업무에 종사하는 피의자가 이 고검장 공소사실 편집본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확보한 뒤 사진을 촬영해 언론에 누설했다고 기재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누가,’ ‘어떻게’가 빠진 허술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영장을 발부받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영장을 발부한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판사 출신인 여운국 공수처 차장검사와 세 차례나 같은 법원에서 함께 근무한 사실도 드러나 “공수처 영장은 부실해도 발부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영장 내용이 허위라면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내용을 모두 검토한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지 발부했을 리 만무하다”며 반박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별지 압수수색 대상자 7명 명단에서 파견 해제된 2명에 대해선 기소 당시 원소속청과 파견 신분임을 밝혔고 ▶‘성명불상’의 유출자를 특정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공수처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임세진 부산지검 부장검사가 29일 공수처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의 작성자와 결재자 등에 대한 열람등사신청과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보도’ 문제 삼아 공수처 ‘이성윤 수사팀’ 겨눴다


유독 이성윤 고검장 공소사실 공개만을 문제 삼는지도논란거리다. 현 정부 들어서도 검찰은 국정농단, 적폐청산, 삼성 등 수사를 마친 뒤 법원에 기소할 경우 주요 공소사실은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었다. 주요 사건의 경우 언론이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첫 공판 전까지 비공개’로 바꾼 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때부터다. 이번 이성윤 공소장 논란 역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부분을 언론이 공개하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곧바로 ‘유출’을 문제 삼으며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이후 6개월간 유출자 색출에 나섰지만 형사사법시스템에서 이 고검장 공소장을 열람한 30여명 가운데 이 고검장 수사팀 검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야무야됐다. 그러다 갑자기 공수처는 지난 5월 시민단체 고발을 근거로 이성윤 수사팀을 콕 찍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공수처의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과정에서 위법성 논란이 벌어진 것은 이번도 처음이 아니다. ‘고발사주’ 등 여러 사건에서 수사력 비판 및 편향 수사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김찬년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판사는 지난 26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불복해 제기한 준항고를 인용해 영장을 취소했다.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구속영장에서는 ‘성명불상’이라는 단어가 총 23번 등장할 정도로 구멍이 숭숭빈데다, 손 검사의 범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작년 4월 대검 차장검사의 이름도 잘못 적어넣어 비판이 나왔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공소장 유출의 논란의 당사자인 이성윤 고검장을 대상으로 이른바 ‘황제 조사’를 진행했다가 비판이 제기되자 공식 사과한 적도 있다. 그는 당시 자신의 비서와 관용 차량을 보내 이 고검장을 모셔왔을 뿐 아니라 조서 등 조사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1회 공판 개정 이전 공소장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개정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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