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강철장성" 자화자찬 中, 올림픽 파장 막기 노심초사
신경보 "버티자는 말이 전부..요행 바라지 말자"
내달 2차 플레이북서 외교단 방역 정책 밝힐 듯
방역 전문가, 오미크론 평가에 2주 필요 관망세
중국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6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미크론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의 등장에 중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직 중국 내 오미크론 감염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홍콩에 입국한 남아프리카 여행객이 오미크론에 확진됐다. 그의 호텔 숙소 복도 맞은편 격리자가 백신을 맞았음에도 돌파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자 홍콩은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8개국 입국자를 전원 격리 조치했다.
28일 중국에서는 21건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모두 국경 인근이다. 러시아 국경 인근의 네이멍구(內蒙古) 후룬베이얼(呼倫貝爾)시 20명, 미얀마와 국경을 인접한 윈난(雲南) 더훙(德宏) 1명이 확인됐다고 29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했다.
베이징시는 ‘제로 코로나’ 철옹성 구축에 들어갔다.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에서 돌아오는 주민에게 14일 격리를 의무화할 뿐만 아니라 진입을 금지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부분 기업은 직원의 중국내 출장을 중단시켰다. 사실상 지역간 이동이 금지됐다.
이런 노력에도 중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신장(新疆)·홍콩·티베트 인권 탄압을 앞세워 미국과 영국 등이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는 데다, 성폭행을 고발한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 파문에 이어 오미크론 변종까지 삼중 먹구름이 덮치면서다.
우선 관영 매체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선전전을 시작했다. 여론 불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국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는 29일 사설에서 “중국은 지금 세계 바이러스 전파에 대항하는 진정한 강철장성(銅墻鐵壁·동장철벽)”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추가 조치는 필요 없다고 했다. 신문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남아공이 오미크론 정보를 빨리 알렸다고 칭찬하면서도 중국을 잊지 않고 비난했다”면서 “현실의 물결은 미국과 서방 정객에게 중국의 방역 성취가 끝내 역사책에 빛날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선전했다.
다소 중립적인 신경보의 논조는 결이 달랐다. 이날 “방역의 힘을 유지해 오미크론에 대응해야”라는 사설에서 “‘버티자는 말이 전부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풀어지지 말며 항상 과학적인 방역 정신과 고효율의 대응 능력을 믿는다면 승리는 반드시 인류이자 우리에게 속할 것”이라며 긴장된 어조로 방역을 독려했다.
올림픽 준비위 측은 장고에 들어갔다. 오미크론 확인 직전인 지난 26일 베이징 외교사절단을 대상으로 열린 올림픽 방역 정책 설명회에서도 구체적인 방역 정책은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발표된 1차 플레이북에서 백신을 접종한 선수단과 취재진의 경우 격리 없이 폐쇄식 루프 안에서 관리한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고 베이징 소식통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막식 참가를 발표한 상태에서 귀빈 등 외교사절단에게 적용할 구체적 방역 방침은 나오지 않았다.
오미크론이 기존 백신을 무력화하는 게 확인될 경우 폐쇄식 루프 관리조차 중국 내 대규모 감염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 준비위 측은 2주 뒤인 12월 중순 2차 플레이북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방역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中 외교부 “동태적 조정”…추가 조치 가능성 열어 놔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미크론 관련 질문에 “중국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상황을 주의한다”며 “코로나19 발생 이래 중국은 시종 세계의 팬데믹 상황 변화를 밀접하게 관찰했다. 중국 방문자에게는 과학적으로 필요한 방역 조치를 취하고 동태적 조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현재 방역 조치가 최종 조치가 아니며,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시진핑 주석의 이름 ‘피휘(避諱, 왕의 이름에 사용된 한자의 사용을 금지한 중국식 전통)’ 논란을 의식한 듯 왕 대변인은 오미크론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내 방역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관망세를 취했다. 중난산(鐘南山) 호흡기 질환 전문가는 “이번 돌연변이 균주는 매우 새롭다. 얼마나 위협적인지, 얼마나 빨리 전파되는지, 증상이 더 심하지 여부와 대응 백신의 개발 필요 여부도 아직 판단이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대응을 유보했다. 우쭌유(吳尊友) 중국 질병예방통제중심 전염병학 수석전문가도 28일 베이징의 한 포럼에서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 남아프리카로부터 입국자 금지와 통제는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원훙(張文宏) 상하이 화산(華山) 의원 감염병학과 주임도 28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오미크론 변종이 형성 초기인 현단계의 집단 면역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2주가 필요하다”며 “중국의 빠른 대응과 동태적 ‘제로 코로나’ 전략은 모든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을 다룰 수 있다”고 대중 불안을 막는 데 동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우 추가 입국 제한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핵심인 2~3주 격리 강제를 고려하면 외국인의 왕래가 사실상 극히 어렵다.
우쭌유 박사는 “중국에서는 무관용 정책과 해외 유입 방지가 폭발적 확산을 통제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유입 통제가 없었다면 글로벌 발병률과 사망률을 고려하면 중국에서 4784만 명의 감염자와 9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일 중국이 유럽이나 미국과 비슷하게 백신 접종자와 72시간 내 음성 확인자의 입국을 허용했다면 전국적으로 전염병이 퍼져 통제가 불가능해지고 지난 2년의 노력이 부질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식 ‘코로나 쇄국’의 해제를 당분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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