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선거에 무한 권한"이라던 이준석, '일정 패싱' 논란에 "미리 물어봐라"

윤성민 2021. 11. 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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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의 ‘이준석 패싱’ 논란과 관련해 불쾌감을 표현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첫 날부터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힘겨루기 양상도 나타난다.

이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윤 후보 측을 향해 “이준석이 간다고 발표하는 일정은 이준석에게 물어보고 결정해달라”고 썼다. 윤 후보는 이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함께 충청권을 찾았는데, 전날 이 대표도 동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른 일정이 많다는 이유로 세종에 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언론에서 저한테 세종 일정에 가냐고 문의가 온 다음에 오후에야 (윤 후보 측에서 세종 일정 관련해) 실무진에게 연락이 왔다”고 썼다. 그는 “후보 일정을 저에게 미리 보고해야할 필요 전혀 없다”면서도 “미리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저랑 월요일에 약속 잡혀있는 사람들은 기사보고 일정 바뀌었냐고 문의오고, (세종에) 안 가면 갑자기 안 간 것처럼 돼서 당내 분란을 획책하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준다”며 “이준석 일정을 이준석에게 미리 물어보기만 하면 해결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윤 후보 측의 ‘일정 패싱’ 논란과 관련, “제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그런데 이게 반복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또 페이스북에 “익명인터뷰 하고 다니는 그 분, 이제 대놓고 공작질을 하고 다닌다”고 썼다. 윤 후보가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없애고, 청년과 사회적 약자의 몫으로 그 자리를 대체하기로 했다는 익명 인터뷰를 담은 기사를 첨부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 카페에서 열린 원자력 발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 김형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한국원자력연구원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전날만 하더라도 “패싱 논란 이제 지겹다. 후보는 선거에 있어서 무한한 권한과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간다”며 윤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윤 후보 대선캠프 청년특보를 맡았던 장예찬씨가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조직을 준비하며 당 지도부에 이 사실을 뒤늦게 알려 ‘이준석 패싱’ 논란이 일자 쓴 글이었다. 이 대표는 “애초에 패싱 논란이 있을 수 없다. 당 대표랑 상의 안한다고 문제 있는거 아니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패싱 논란과 관련해 불편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중앙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선 “우리 후보(윤 후보)는 기본적으로 검찰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해오면서 정치를 잘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는데 이 대표가 지나치게 나선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표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이런 행보를 한다는 지적이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가 닻을 올리면 최고위원이나 이런 직함은 활동이 중단되는 것으로 보셔야 한다”며 “저뿐만 아니라 이 대표를 비롯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충청행 일정을 미리 알리지 않은 데 대해 이 대표가 불만을 표출하자, 선대위 활동에선 후보가 대표에게 보고할 의무는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이날 대전의 한 카페에서 열린 원자력 발전 간담회에서 ‘이준석 패싱’ 관련 질문을 받고 “대덕연구단지에 와서 국가의 미래를 얘기하는데 정치 얘기는 여기서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도 답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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