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일성 "'덜 나쁜 놈' 뽑는 이번 대선, 괴팍하다"
[이경태 기자]
▲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제20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대통령제를 폐지할 대통령."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그는 29일 오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 출마를 두고) '손학규 저 사람이 미쳤나?', '대통령병 걸렸나', '노욕 아니냐'는 온갖 비난과 야유, 조롱 다 듣겠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인생, 내가 추구했던 가치, 내가 겪어온 정치인생을 떠올렸을 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선을 그저 멀거니 쳐다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를 출마 이유로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재명)·국민의힘(윤석열) 등 거대 양당이 오롯이 대권을 움켜쥐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비난에만 몰두하면서 국가의 미래비전에 대해선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네거티브 대선'의 구조적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는 진단 때문이었다.
그는 "나라를 이끌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상대를 헐뜯고 조롱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몰두하고 있다. 누구 한 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나머지 한 명은 감옥에 갈 것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괴팍한 선거다"며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미래가 어둡다. 대선은 과거로 돌아가는 선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가는 선거, 차악이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는 선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 명운을 가를 대한민국의 새 미래를 두고 벌이는 대선이 '누가 덜 나쁜 놈인지'를 가르는 선거여야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이냐"라며 "승자는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승자독식·패자전무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그 주범이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저 손학규가 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론 "개헌으로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7공화국을 열겠다. 대통령이 감옥 안 가는 나라를 만들겠다. 불행한 대통령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양당제 국회를 다당제 국회로 바꿔 싸우지 않는 국회를 만들겠다. 한마디로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회 중심의 연합정치라는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돈도 조직도 없다. 화려한 공약도 없다. '나홀로 대선' 뛴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란 비전만 제시한 건 아니다. 손 전 대표는 청년 시절의 민주화 투쟁이나 YS(김영삼)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돼 한약분쟁을 해결했던 것, 경기지사 재임 때 파주 디스플레이 단지와 판교 테크노밸리 등을 유치했던 일, 민주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야권통합'을 이끈 일, 2012년 대선에 도전하며 '저녁 있는 삶'을 시대정신으로 만들고 2018년 바른미래당 대표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열흘 간 단식투쟁을 했던 일 등을 열거하면서 자신을 차기 대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음 대통령에게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은 첫째,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대한민국을 미래로 이끌 비전의 리더십, 둘째, 분열과 갈등을 극복할 통합의 리더십, 셋째 헌법을 개정하고 의회 정치로 이끌 민주주의 리더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무소속 후보로 국민만 보고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의 후신인 민생당에도 이날 오전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돈도 조직도 없다. 화려한 공약도 없다. 캠프도 없이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나홀로 대선'을 치를 것"이라며 "그 어려움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어떤 개인적 수모도 다 받아들이고 대통령제 아래서 양당제의 극한 대결 정치를 청산하고, 합의에 의한 의회민주주의 정치가 뿌리 내리는데 마지막 헌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호소할 때 국민들이 반응하고, (제가) 실천을 보여줄 때 호응을 하고, 그 호응이 드디어 커다란 외침으로 함성이 되면 마침내 기적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로 제20대 대선 출마 선언을 위해 이동하며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질문에 "흔히 소수당의 후보가 나오면 그런 질문을 하는데, 이런 정치풍토가 마땅치 않다. 오직 이기기 위한 선거, 권력을 잡기 위한 방책만을 추구하는 모순적 구조 탓이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선거가 진행되면서 봐야겠지만 87년 체제를 청산하는 게 이번 선거에 대한 저의 목표라서, 거기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의당 심상정·국민의당 안철수·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등 제3지대의 연대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건 진행되는 걸 봐야겠죠"라며 "그분들을 (제가) 알지만 이 자리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대통령제 폐지를 위한 개헌에 양당의 동의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란 질문엔 향후 대선캠페인 중 자신의 선전 여부에 따라 정계 개편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그는 "(국민의) 호응과 함성이 커져서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 구성원들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이대로 간다면 (제가)당선을 생각할 수 있겠나. 정치 구성원들, 국회의원들 간 변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결과적으론 양당 후보 사이의 '캐스팅보트' 역할에 그칠 것이란 지적에도 "지금 당장 양대 구도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며 "제가 확실히 (대통령이) 된다고 공갈치진 않겠다. 최선을 다해 공간을 열고 호응을 얻겠다. 그 호응이 함성이 되면 기적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제20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한편, 전두환씨 빈소 조문 이유와 윤석열 후보의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5일 본인의 전두환씨 빈소 조문 이유를 '국민통합'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집사람이 '사람들이 욕하고 민심도 갈려 있다'면서 조문을 만류하긴 했다. 저 자신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탄압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란 자리 하나만으로도 상징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본인은 조문을 못 간다 하더라도 조화조차 못 보낸 건 잘못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가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학살에 대해 사과를 안 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그러나 (빈소에) 가서 묵념하면서 지하에서라도 사과하시라고 했다"며 "대통령 후보 위치에 있는 사람이 사자(死者)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야당 대선후보도 간다고 했다가 안 간다고 하고, 이건 정치 지도자가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가장 큰 목표는 국민통합"이라고 주장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도 긍정적 입장이었다. 그는 관련 질문에 "저는 대통령이 감옥 가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불행한 대통령 없는 나라, 보복정치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게 제 소원"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때 저의 경쟁자였다. 그분들이 잘못한 게 많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3만불 선진국인데, 대통령이 감옥에 그냥 갇혀 있는 게 보기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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