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제 폐지할 대통령될 것" 손학규의 네번째 대선 도전..제3지대 파이 커질까

김효성 2021. 11. 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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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제를 폐지할 대통령이 되겠다.”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가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손 전 대표는 서울 여의도 정치 카페 '하우스'(how's)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회 중심의 연합정치라는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개헌으로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7공화국’을 열겠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어 손 전 대표는 “캠프도 없이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나 홀로 대선’”이라며 “양당제의 극한 대결의 정치를 청산하고, 합의에 의한 의회민주주의 정치가 뿌리내리는데 마지막 헌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민생당을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됐다.

Q : 왜 출마하나.
A : “최근 대선에서 권력구조에 대한 담론이 없는 걸 보고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Q :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A : “‘대통령병이 다시 도졌느냐’는 조롱을 했던 사람도 있을 거다. 양강 구도에서 (제가 낄) 틈도 별로 없는 건 사실이다. (중략) 그러나 최선을 다하면 반응이 있을 것이다.”

Q : 개헌의 방향은.
A : “무소불위의 대통령제는 폐지되고 권력이 내각, 법원, 감사원, 민간으로 분산되는 것이 맞다. (방법은) 내각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상관없다.”


‘정치개혁’ 다시 꺼낸 孫


개헌은 손 전 대표의 마지막 정치적 어젠더다. 2017년 국민의당 19대 대선 경선에 참여한 손 전 대표는 “‘7공화국’의 길을 열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에 내건 명분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전신) 17대 대선 경선 때는 “낡은 이념의 굴레를 깨부수겠다”며 ‘탈이념’을 앞세웠다. 2012년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 18대 대선 경선 땐 ‘대통합’을 화두로 내밀었다. “국민 대통합과 남북 대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다. 개헌은 민생과 통합을 부르짖어온 그가 다다른 종착역인 셈이다.

출마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손 전 대표는 주변에 “거대 양당의 후보가 비호감 경쟁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두 사람 중의 한 명을 찍을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외에는 이 굴레에서 국민들을 벗어나게 할 길이 없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2012년 민주통합당 18대 대선 경선에 참여한 문재인 후보(오른쪽)와 손학규 후보. 당시 손 후보는 22.2%를 득표해 문 후보(56.5%)에 이은 2위를 기록하며 본선 진출엔 실패했다. 중앙포토


2007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대표는 세 차례 경선에서 각각 정동영(17대)·문재인(18대)·안철수(19대) 후보에 패하며 본선행에 실패했다. 그 사이 당적도 한나라당(1993~2007년)→민주당(2007~2016년)→국민의당·바른미래당·민생당(2017~2021년)→무소속(현재)으로 바뀌었다. 본선에 나서는 건 홀홀단신이 된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그의 대선 도전사에서 남긴 최대 히트작은 2012년 대선 당시 꺼낸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과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손 전 대표에게 “내가 후보로 결정되면 슬로건을 빌려주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슬로건으로 주5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은 대세가 됐다.

손 전 대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선거제 개편에 사활을 걸었다. 2018년 12월 바른미래당 대표이던 그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공직선거법 개정안) 도입을 주장하며 열흘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개헌에 앞서 다당제 안착을 위한 시도였다. 2019년 12월 선거법 개정으로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 가 도입됐지만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 창당 경쟁으로 이를 무력화했다.


‘안·심·김’과 손잡을까…‘제3지대’ 향방은


손 전 대표가 대선에 뛰어들면서 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김동연 새로운 물결(가칭) 후보가 뛰고 있는 ‘제3지대’에도 관심사가 추가됐다. 정치권에선 중도 성향인 손 전 대표가 이들과 함께 활로를 모색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당직자는 “이재명 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양분하고 있는 대선판의 틈을 노리기 위해 군소 후보들이 뭉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오른쪽)와 그를 찾아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친정’ 민주당은 못마땅한 기색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손학규 캠프’ 부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9일 YTN라디오에서 “국민들이 (손 전 대표의 출마를) 적합하다고 볼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친문계 의원은 “유권자 입장에선 ‘노욕’으로 비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개헌은 유권자 관심도가 적어 대선 구도에 영향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안·심·김’ 연대의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어서 손 전 대표의 합류로 ‘제3지대’ 규모가 커질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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