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 기준금리 1%로..美 연준도 조기 인상 시사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제로(0)금리 시대’가 20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0.5% → 0.75%)에 이어 3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당시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했다. 5월에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14개월 연속 0%대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금리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이 된 물가 상승세는 심상찮은 상황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올려 잡았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6개월 연속 2%를 웃돌다가 10월 3.2%로 3% 선을 넘어섰다.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빚) 잔액(1844조 9000억원)도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기관의 다양한 가계대출 억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분기보다 36조7000억원이나 더 늘었다.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증가폭은 지난 분기(43조5000억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1년 전보다는 10%(159조원)가 증가해 여전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한편 미 연준도 고삐 풀린 물가에 조기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11월 24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 올라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4.1%, 8월 4.2%, 9월 4.4%를 기록한 데 이어 5% 선으로 올라선 것이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0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199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이 근원 PCE 기준 2%를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2배 넘는 물가 상승세가 확인된 셈이다.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하면서 연준 내부에서도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월 초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참석자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보다 계속 높으면 현재 예상보다 빠르게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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