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 기준금리 1%로..美 연준도 조기 인상 시사

류지민 2021. 11. 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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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제로(0)금리 시대’가 20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0.5% → 0.75%)에 이어 3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당시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했다. 5월에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14개월 연속 0%대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물상 상승 우려가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에 따른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탄탄할 것이라는 판단도 금리 인상을 뒷받침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과 같은 4%로 유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인상으로 경기 회복이 크게 제약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 과도하게 낮춘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이 된 물가 상승세는 심상찮은 상황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올려 잡았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6개월 연속 2%를 웃돌다가 10월 3.2%로 3% 선을 넘어섰다.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빚) 잔액(1844조 9000억원)도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기관의 다양한 가계대출 억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분기보다 36조7000억원이나 더 늘었다.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증가폭은 지난 분기(43조5000억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1년 전보다는 10%(159조원)가 증가해 여전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한편 미 연준도 고삐 풀린 물가에 조기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11월 24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 올라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4.1%, 8월 4.2%, 9월 4.4%를 기록한 데 이어 5% 선으로 올라선 것이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0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199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이 근원 PCE 기준 2%를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2배 넘는 물가 상승세가 확인된 셈이다.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하면서 연준 내부에서도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월 초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참석자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보다 계속 높으면 현재 예상보다 빠르게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6호 (2021.12.01~2021.1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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