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프를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걸 했다 [좌충우돌 중년 골프 입문기]

정무훈 2021. 11. 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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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든 납회식이든 골프는 새해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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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훈 기자]

▲ 골프 시작
ⓒ Unsplash
골프를 자주 치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신기한 말을 들었다.

"앞으로 남은 골프 모임은 납회식뿐이야."
"납회식이 무슨 말이야?"

"송년 골프 모임이라고 할까? 올해 마지막 골프 경기라는 뜻이야."
"난 아직 골프장 잔디도 못 밟아 봤는데 부럽다."

"레슨 열심히 받아. 난 올해도 결국 백돌이(18홀 100타 내외)를 안타깝게 못 벗어났어."

친구가 납회식(사전적 의미는 시즌을 마감하는 위로 모임이다. 일명 쫑파티) 한다는 말을 듣고 혼자 책상에 앉아서 올해 골프를 결산해 보았다. 단 몇 줄의 문장이면 충분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시월에 골프와 헬스를 처음 시작했다. 평균 일주일에 세 번 골프 연습을 했고 두 달 동안 스물다섯 번 연습장에 갔다. 세 명의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고 레슨 횟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여덟 번의 수업을 받았다.

'유쾌한 중년 골프 입문기'라는 연재 글을 열한 편 작성했다. 중고 직거래를 통해 골프 운동화를 구입했고 친구에게 중고 골프채 몇 자루를 선물 받았다. 골프 연습장에서 선배 몇 분 만났고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장에서 한 번 게임을 했다. 아쉽게 그게 올해 골프 결산의 전부다.

며칠 전 골프 연습을 하고 있는데 나이가 많은 선배가 말을 걸었다.

"후배, 골프 할 만해?"
"시작하긴 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요. 골프에 재능이 없나 봐요."

"선배님은 잘 쳐서 좋겠어요."
"무슨 소리야. 나이 들면 어제 연습한 거 오늘 까먹어. 그래도 후배님은 나보다 십 년이나 일찍 시작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 나이에 시작하면 투어 프로도 되겠네."
"그런가요..."

"실력이 금방 안 는다고 걱정할 거 없어. 아직 시간이 충분하잖아. 아직 나도 세월 탓하면 윗선배들에게 혼난다니까..."

처음 골프를 시작한 것도 점점 체력에 자신이 없고 건강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젊었다면 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운동을 선택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골프채를 잡았었다.

여전히 골프 실력은 제자리이고 레슨은 받을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연습 부족이나 의지 부족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책하고 다그친다고 실력이 빨리 느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정말 별로 한 일도 없이 한 해가 지나갔다. 거실에 걸린 달력도 덩그러니 한 장만 남았다. 창밖에 휑한 감나무처럼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떠들썩한 연말을 보낸 때가 언제인지 아득하다.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 이야기까지는 안 꺼내겠다.

그러면 너무 옛날 사람 인증하게 되니까. 아무튼 예전에는 12월만 되면 약속과 모임으로 정신이 없었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얼굴은 한 번 봐야 한다는 명분으로 회식이다, 모임이다, 송년회다, 망년회다 하며 바쁘게 보냈었다. 마치 12월은 송년회나 망년회를 위한 존재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적 분위기가 바뀌고 경기가 안 좋아지고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일상적인 모임조차 점점 줄었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크리스마스 장식이 사라진 도시의 겨울은 더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신세 한탄을 하기에는 선배의 말처럼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낸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하루하루 직장에서 바쁘게 일을 했고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고 많은 일을 감당했다. 때로는 하루를 버티는 것도 힘들고 버거웠다. 마음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작은 일에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고 가끔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도전보다는 안정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망설이다 골프라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골프채를 잡는 것도 어색했는데 이제 제법 공을 맞힐 수 있게 되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무엇보다 골프 이야기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었다. 누가 나에게 올해 가장 인상 깊은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난 올해 골프를 시․작.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해 보니 명랑한 중년 골프 도전기도 꾸준히 썼다. 올해 내세울 성공이 없어도 계획했던 일이 잘 안 풀리고 목표했던 일을 이루지 못했어도 괜찮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새해가 오고 삶은 진행형이니까. 그리고 내년에도 나의 골프는 계속될 테니까...

'오늘은 미스샷, 내일은 굿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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