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 할머니의 호통 "일본·미쓰비시, 사죄하라"
[김보성 기자 kimbsv1@ohmynews.com]
▲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3년째인 29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부산겨레하나가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겨레하나는 이날 두달 간 관련 서명 결과를 대형 펼침막으로 만들어 영사관 인근에 게시했다. |
ⓒ 김보성 |
▲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3년째인 29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부산겨레하나가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겨레하나는 이날 두달 간 관련 서명 결과를 대형 펼침막으로 만들어 영사관 인근에 게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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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명령 3년째인 29일. '김OO, 박OO, 정OO...'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인근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규탄하는 시민 3066명의 서명이 부착됐다. 여기엔 일본의 과거 전쟁범죄와 인권유린을 사죄하고 법원의 판결을 바로 이행하라는 주장이 담겼다.
부산의 시민단체인 부산겨레하나는 지난 두 달간 부산시민들을 상대로 한 서명운동 결과를 대형 펼침막으로 제작해 일본영사관과 1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노동자상 뒤편에 내걸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일본 정부, 해당 기업인 미쓰비시가 이를 똑똑히 읽어보라는 의미에서다.
그러면서 부산겨레하나는 "전범국가와 전범기업이 한편이 돼 사죄배상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이냐"라고 성토했다. 김미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판결 3년 동안 벌써 (재판에 참여한) 원고 2명이 세상을 떠났다"라며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미쓰비시는 당장 이를 이행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미쓰비시가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정부의 비호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청년들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2) 할머니의 호소를 떠올렸다. "일본에 사과 한마디만 들으면 원이 없겠소"라는 할머니의 과거 발언을 전한 박보혜 부산청년겨레하나 대표는 "이 문제를 더 알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해왔다"고 했다.
▲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3년째인 29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서 부산겨레하나가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겨레하나는 이날 두달 간 관련 서명 결과를 대형 펼침막으로 만들어 영사관 인근에 게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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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29일 광주시의회에서 일본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
"저는 6학년 때 공부를 잘한다고 억지로 나고야 미쓰비시 끌려가서 2년 동안 참말로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당시 밤마다 폭격기가 나오면 숙소 방공 구덩이 속에 숨어 떨었다. 자금까지 후유증이 남아 시달리며 밤에 잠을 못 잡니다..... 일본은 그 사죄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양심이 있으면 잘못했다는 것을 뉘우치고 사죄를 해야 하지 않나. 그게 그렇게도 어려워서 한국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두 다 알고 있다.
3년간이 30년보다 힘든 날이었다. 사실상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내가 나이가 94세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른다. 그런데 사죄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나…. 지금도 지가 잘했다고 압박하는 걸 보면서 (화가 난다), (여러분들도)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사죄배상을) 말해달라."
이날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은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양 할머니, 다른 피해자 유가족 등과 함께 사죄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모임 등은 회견문에서 "미쓰비시와 일본 정부가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우롱하는 사이 원고 5명 중 2명은 고인이 되고 말았다"라며 "고인이 살아계실 때 사죄의 기회가 있었지만, 전범기업 미쓰비시는 이마저도 뿌리쳤고, 일본 정부는 난데없이 판을 엎겠다며 한일관계를 파탄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시민모임 등은 사죄배상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의 양심을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양금덕 할머니의 싸움은 개인으로서 빼앗긴 인간의 존엄·명예를 되찾는 일이나 반대로 그 기간만큼 일본과 미쓰비시가 자신의 양심을 온 인류 앞에 시험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미쓰비시는 과거 침략전쟁 과정에서 군수산업으로 크게 성장했다. 군함도(하시마섬) 등 여러 탄광을 운영하며 캔 석탄을 나가사키, 나고야 조선소로 보내 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데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수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 노역으로 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다.
양금덕 할머니는 배상 관련 소송 원고로 참여해 대법원 승소 판결을 끌어낸 강제동원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29일 미쓰비시가 양 할머니 등 원고 5명에게 1인당 1억~1억5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끝났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이에 불복했다. 결국 국내 상표권과 특허권 등에 대한 압류신청을 제기했고, 미쓰비시의 항고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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