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놈'만 취재 뜸한 주말, 몰래 출석했다..조국이 바꾼 檢소환 [현장에서]
다음 중 공인(公人)은 누구일까.
①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6)씨 ②검사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곽상도(62)씨 ③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변호사로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48)씨 ④2014년부터 6년간 대법관(2017년 12월~지난해 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겸임)을 지낸 권순일(62)씨.
현 시점에선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구속기소(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뇌물공여 등)된 ①③(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선출직·특정직 고위 공직자로서 공적 업무에 종사하면서 정치·법조계 내 영향력이 상당했던 ②④(곽상도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가 더 ‘공인’에 가깝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의 기준은 다소 다르다. 수사팀은 지난 26일 박영수(69)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 홍선근(61)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을, 지난 27일엔 곽 전 의원과 권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기소) 회계사의 녹취록과 제보 등을 근거로 폭로·주장한 ‘50억 클럽’ 멤버로 거명된 인사다.
화천대유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50억원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 4명은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만에야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면서 4명 모두 언론의 취재가 뜸한 주말, 인적이 드문 지하통로나 별관 등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출석해 취재진을 따돌렸다. 특혜 논란이 일자 중앙지검은 전날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법무부 훈령)’에 따라 소환조사는 기본적으로 비공개가 원칙이고, 당사자들도 언론 노출을 원하지 않아 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김씨, 남 변호사 등 피의자들이 구속되기 전 조사를 받을 때, 성남도시개발공사·화천대유 측 참고인들이 검찰에 출석할 땐 소환 시점·방식에 관해 별다른 상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사건 관계인 중 한 명의 변호인은 검찰 소환 방식 등에 대해 “특별한 절차가 없었다”고 말했다. 통상 검찰에 출석하는 피의자·참고인들은 중앙지검 1층 로비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교부받은 뒤 조사실로 향한다. ‘포토라인’(공개 소환) 관행이 사라진 2019년 ‘조국 사태’ 이후부터는 로비에서 진을 치던 취재진이 피의자·참고인의 얼굴을 알아보곤 소환 사실을 파악, 그에게 사건 관련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취재가 이뤄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주도로 제정(2019년 10월 30일)돼 ‘조국 규정’이라는 별칭이 붙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사건 관계인의 출석 일시나 귀가 시간 등 출석 정보를 공개해선 안 되고 ▶검찰이 언론의 사진·영상취재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28조). 다만, 국가적·사회적 피해가 큰 사건 등이나 판사·변호사·국회의원 등의 범죄, 특히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중대한 사건 등 언론의 요청으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사건 중 형사사건공개심의위 의결을 거치면 예외적으로 공개가 가능하도록 했다(9조).
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 언론의 취재가 있을 경우 주요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환 등에 관해 제한된 범위 안에서 공개해 왔다. 이를 통해 사건 관계인들은 1층 로비를 통해 출석하며 자연스레 언론에 노출됐고, 그 중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를 포함한 몇몇은 취재진과 문답을 나눴다. 그러나 전직 국회의원·대법관·특별검사 등에 대해선 유독 이 규정상 비공개 원칙이 엄격히 적용돼 언론 노출이 원천 차단됐다. 홍 회장을 제외하면 이들 모두 전직이지만 판사·변호사·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사건 관계인이다.
이 때문에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제정 당시 제기됐던 ▶추상적 규정에 대한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권력형 범죄를 봐주기 위해 ▶깜깜이로 수사한다는 우려가 현실화했단 지적이 나온다. 김씨나 남 변호사 등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일반인 피의자나 참고인들은 검찰 출석시 1층 현관 외 다른 출입구를 이용한 비공개 출석은 생각하기조차 어렵다고 법조인들은 지적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 수사기록은 사후 공개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현 정부가 주장하는 ‘검찰개혁’의 결과로 검찰과 권력형 범죄에 대한 외부의 감시·추적·견제가 더 어려워진 역설이 초래됐다”고 꼬집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방 절제, 성전환 1년...엘리엇 페이지 상의 벗고 식스팩 공개
- "이게 K-방역이냐, 문재인 정부 참 무능" 백신패스 뿔난 고2 학생
- 이재오 "김건희,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못 나오는 것"
- 황운하 "윤석열 지지자, 대부분 저학력 빈곤·고령층" 썼다 뭇매
- "네가 가슴 주물러서…" 추행 고소한 불법 카풀녀의 거짓말
- 할머니에 무릎 꿇린 미용실 사장, 사과문 또 올렸다 "정말 죄송"
- BTS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어, 그래미 받고싶다"
- "집값 폭등·격무 시달려"…외신이 본 한국 '멍때리기'가 슬픈 이유
- 노무현 빼곤 역전 없던 대선 D-100 민심…"이번엔 예측 어렵다"
- 5시간 줄 서서 먹는다…LA 한인타운 발칵 뒤집은 'BTS 곱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