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 해고 16년 "이젠 끝내고 싶다"

진환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부장.. 2005년 해고, 복직 투쟁 계속 벌여

[윤성효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 ⓒ 윤성효

 
한국지엠(GM, 옛 지엠대우) 창원공장 해고자가 "16년 해고 생활,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진환(45)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아래 노조지회) 교육선전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2005년 해고되었던 그는 16년째 투쟁하고 있으며, 최근 농성에 이어 노조지회 소식지를 통해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옛 지엠대우 창원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그는 2005년 4월 결성된 노조에 가입했다. 당시 회사는 업체를 폐업하고 계약직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때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불법파견' 지적을 받았을 때다. 노동부는 2005년 4월 지엠대우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843명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했다.

진환 부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글에서 해고 당시에 대해 "일자리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계속 일하겠다고 했는데도 회사는 해고했다. 억울했다"며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회사가 힘이 있다는 이유로 쫓겨나는 불합리한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16년 해고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노조가 결성되었지만 탈퇴 현상이 심했다. 그는 "회사의 탄압으로 600명에 달하던 조합원이 2명으로 줄었고, 창원에 혼자 남아 7년을 버텼다"며 "불법파견에 엄벌해 달라며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공장 앞에서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하며 선전전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대)법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2013년 2월, 대법원은 닉 라일리 전 사장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해 확정했다.

진환 부장은 "불법파견은 범죄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한 지 8년 만에 대법원에서 나온 확정 판결이었다"며 "우리의 주장이 맞았고, 회사가 범죄자라는 것을 확인받았다"고 했다.

당시 복직하지 못한 진환 부장은 "다시 노조를 현장에서 재건하려 뛰어다녔다"고 했다. 그는 "5명이 모여 현장에서 노조활동을 다시 시작했다"며 "2014년에는 조합원이 13명, 2015년에는 50명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150명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이어 "어렵지만 버티고 싸우면 현장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며 "노조를 재건하고 유지, 확대하느라 내 개인의 복직은 뒤로 미뤄두었다"고 덧붙였다.

진환 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불거질 때마다 투쟁했다. 이들은 2018년 정부청사 농성, 사장실 농성,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농성을 벌였다.

진환 부장은 "투쟁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끌어내기도 했고(2018년),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복직되었다"며 "이때도 개인의 복직보다 조합원들의 복직이 우선이었다"고 했다.

2020년 1월, 조합원을 포함해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대부분이 해고되었다. 당시 한국지엠 측은 "창원·부평공장 구분없이 일자리가 발생하면 조합원들을 우선적으로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진환 부장은 "잘못된 현실을 바꾸기 위해 16년을 싸워왔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사실도 있다. 투쟁없이 쟁취없다는 것"이라며 "사측의 복직 약속을 이행하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불법파견 소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라는 주장은 '어거지'"

진환 부장은 29일 노조지회 <소식지>에 쓴 글을 통해 복직을 재차 호소했다. 진환 부장은 지난 11월초 한국지엠 사측이 "불법파견 소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직이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며, 이는 '어거지'라고 했다.

당시 법률에는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의 경우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낼 수 있었다. 진환 부장은 계약기간 2년이 안 돼 소송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2005년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을 회사가 따랐으면 해고되지도, 16년을 공장 밖에서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또다시 복직을 막고 있다. 때린 놈이 맞은 이에게 책임을 돌리고 따지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진환 부장은 "잘못된 현실을 바꾸기 위해 16년을 싸워왔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사실도 있다.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것이다. 사측의 복직 약속을 이행하도록 투쟁할 것이다.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최근 현장에는 퇴직자가 발생해 인원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한국지엠 사측이 진환 조합원 복직을 거부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며 "현장에는 최근 퇴사자가 발생했다. 인원 충원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지엠 사측은 (2020년 1월) 일자리가 발생하면 해고자를 우선 복직시키기로 약속한 바도 있다"며 "일자리도 있고, 일할 사람도 있다. 생산을 위해서도 해고자가 복직해서 일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불법파견 소송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라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 그는 "창원공장 한 하청업체에서는 불법파견 소송을 하지 않은 비조합원이 신규로 채용되었고 일을 하기도 했고, 부평공장에도 불법파견 소송을 하고 있지 않은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며 "사측의 복직 거부 이유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다"고 했다.

금속노조 조합원인 진환 부장은 "금속노조를 믿고, 노조를 지키기 위해 16년 해고생활을 버티며 투쟁했다. 이제 금속노조와 함께 복직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진환 조합원이 11월 8일 오후 한국지엠 부평공장 홍보관 현관 옥상에 올라가 농성하고 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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