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신파일러' 금융 新블루오션?
1200만명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들이 금융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이들은 금융이력 부족으로 신용카드 발급 등에 제약이 따랐으나 핀테크 기술 고도화로 신용도를 다각도로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판도가 변했다는 진단이다.
신파일러는 대출·상환 내역, 신용카드 사용 실적 등의 이력이 없어 고금리 대출·신용카드 발급 거절 등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로 사회초년생, 노인, 주부 등이 다수다. 신용평가사는 통상 최근 2~3년간 기록이 없는 이들을 신파일러로 간주한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평가사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파일러는 1280만여명에 달했다. 이는 신용등급을 매길 수 있는 국민 4730만여명 중 4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20대 신파일러가 322만여명, 60세 이상이 417만여명으로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이들은 높은 신용등급을 줄 근거가 없기에 통상 중간 수준 신용등급인 4·5등급을 부여받는다.
최근 네이버파이낸셜·토스·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들은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지불) 서비스를 무기로 이들을 적극 공략 중이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가입자의 결제·송금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도를 다각도로 분석해 정확도를 한층 높였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4월부터 신파일러층을 대상으로 신용에 따라 월 30만원 한도 소액 후불 결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토스도 동일한 서비스를 내년 3월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카카오페이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선불·후불 결합형 모바일 교통카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선불 충전금으로 교통요금을 우선 지불하되 충전금이 없으면 월 15만원까지 익월 후불 결제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은행권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KCB 82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층을 집중 공략한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지난 6월 10.6%에서 8월 12.3%, 9월 13.4%로 꾸준히 높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사회초년생을 겨냥한 ‘NH씬파일러 대출’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재직 기간 6개월 이상이면서 연소득 2000만원 이상인 직장인에게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해외는 BNPL 서비스가 더 활발하다. 스웨덴 클라르나가 가입자 수 8500만여명으로 대표적이고 호주 애프터페이(1000만명), 미국 어펌(620만명) 등이 뒤를 잇는다. 애플도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BNPL 서비스 ‘애플페이 레이터’를 준비하고 있다.
[배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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