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파열, 신장 손상..제주서도 아동학대 끊이지 않는다

문정임 2021. 11. 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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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지방경찰청에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이 출범한 이후 제주에선 올 들어 10월까지 아동 학대로 112에 신고된 건수가 총 402건, 지난해 277건에 비해 69%나 증가했다.

지난달까지 만 18세 미만 아동 및 청소년 학대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는 250명이며, 이 중 10세 미만 어린 아동을 상대로 한 아동학대사범은 전체의 44%인 111명에 달했다.

특히 10세 미만 학대와 관련해 경찰이 아동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아동학대처벌법상 임시 조치한 건수도 49건으로 전년도 도내 전 연령대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이뤄진 임시조치(19건)에 비해 160%나 상승했다. 경찰이 임시조치에 나섰다는 것은 아동이 처한 상황이 당장 개입이 필요할 만큼 긴급했다는 뜻이다.

지난 2월 제주시 내 한 사립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 10명이 5세 이하 원생 29명에게 총 351회의 상습 학대를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단일 아동 학대 사건으로는 역대 전국 최대 규모다. 사실상 대부분의 어린이집 교사가 직접 아이들을 학대했거나 묵인한 셈이다.

사건은 지난 2월 한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학부모는 두 살배기 딸이 양 귀에 피멍이 든 채 귀가한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경찰이 해당 어린이집의 3개월 분의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러 교사에 의한 학대 행위가 확인돼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경찰이 확인한 CCTV 영상에는 보육 교사들이 원생의 머리를 손으로 때리고 몸을 발로 차고 아동의 뒷덜미를 잡아 뒤로 넘어지게 하는 등의 장면이 찍혔다. 한 교사는 2세 아이의 팔을 잡아 주저 앉힌 뒤 손으로 피해 아동의 입술을 10차례 가량 때리기도 했다. 아이가 애써 조립한 장난감 블록을 해체하고 아이가 우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도 포착됐다.

지난 1월에는 부부 싸움 도중 7개월된 영아의 몸 위로 아내를 밀어 넘어뜨려 아동의 췌장과 갈비뼈를 파열·골절시킨 20대 친부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선 이들 부부가 평소 아이를 혼자 두고 PC방에 다녀오는 등 학대를 일삼은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25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이들 부부에 대해 친부에 징역 5년, 친모에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아이가 평생 한쪽 신장의 기능이 상실된 채 살아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쳤고 피고인들에게 죄의식이나 책임감이 없는 점을 고려해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에는 제주시 내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와 원장이 장애 아동 등 11명을 2개월 간 상습 학대한 혐의로 검거됐다.

같은 달에는 7세 친아들의 목을 조르고 식칼을 휘두른 엄마가 구속됐다.

제주경찰청 최재호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장은 “어린이집을 포함해 저연령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학대 행위자에 대해 더욱 엄정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학대 현장에서 경찰관 직권으로 가해자를 피해 아동 등으로부터 격리하는 등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인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했다. 정인이는 입양된 지 8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에 사망했다.

당시 정인이에 대해 어린이집 교사와 소아과 의사 등이 아동 학대를 의심해 신고했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를 당했고 심정지 상태로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이날 저녁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원 조사 결과인 정인 양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나타났다. 부검 결과 췌장이 절단되고 후두부와 쇄골, 대퇴골 등이 골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인이 사건 이후 정부는 아동학대 조사를 공공화하고 올해 3월부터 즉각 분리제도를 시행하는 등 아동학대 대응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 모든 지자체에 아동보호팀을 설치하고 지방경찰청에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을 신설해 경찰과 지자체 간 협력 체계도 강화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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