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국민의힘이냐 국민의힘의 尹이냐..尹과 김종인의 평행선

허진 2021. 11. 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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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왼쪽) 대선 후보가 29일 첫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오른쪽은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양측 모두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당분간 이견을 좁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윤 후보는 29일 국회에서 첫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뒤 2박 3일에 걸친 충청권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윤 후보가 서울을 비우는 만큼 김 전 위원장을 직접 대면하려면 빨라도 사흘 뒤에나 가능하다.

이렇듯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사실상 원톱이 된 ‘김종인 없는’ 선대위는 이날 공식 활동을 시작했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김종인 등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병준 위원장을 평가 절하하지 않는다”면서도 “김병준 위원장이 전투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이 우려된다”가 말했다. 이어 “ 이제 김종인 전 위원장을 영입하려면 소값을 쳐주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걸 더 얹어서 드려야 할 것”이라며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다. 프리미엄 다 얹어야 한다. 전권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도 확장성이 있는 김 전 위원장을 어떻게든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저녁 서울 시내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면 윤석열 후보 주변에선 “이제 선거 운동에 집중할 때”라는 말이 나온다.

당내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이제 다시 상승추세로 돌아섰다”며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고 적었다.

이러한 시각차는 “대선에 대한 접근법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입장을 분석하면 둘은 대체로 ‘국민의힘 중심의 대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찬성 비율이 50%를 넘는 데 반해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10%포인트 이상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 착안한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당 중심으로 가야 금태섭 전 의원이나 (‘조국흑서’의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 같은 탈진보 인사들도 활동할 공간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좁혀지지 않는 정권교체-윤석열 지지 간극.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면 윤 후보 주변에선 ‘윤석열 후보 중심의 대선’을 강조하는 기류가 강하다. 장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거취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며 백의종군 선언을 한 뒤 “윤석열의 무대에서 윤석열 외에 어떤 인물도 한 낱 조연일 뿐이다. 후보님, 원탑이 돼서 전권을 행사하시라”고 적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자꾸 ‘전권을 달라’고 하는데 도대체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당헌·당규상 전권은 대선 후보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분간은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할 모멘텀이 사라졌다”고 했다.

결국 어느 접근법이 맞는지는 “앞으로 나올 여론조사 흐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의 합류 여부는) 윤 후보의 지지율 추이에 달렸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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