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오징어 게임과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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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힘들었던 2021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를 돌아보며 화두가 되었던 여러 이슈를 떠올릴 때 오징어 게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특히 관심이 간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을 도운 넷플릭스는 2019년부터 ESG 보고서를 출간하고 지속가능성 목표와 구체적 지표를 제시한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수많은 우수한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 것이야말로 ESG의 핵심가치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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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힘들었던 2021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를 돌아보며 화두가 되었던 여러 이슈를 떠올릴 때 오징어 게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특히 관심이 간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인기와 성공을 여러 이유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반영한 계급 갈등과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 주제였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은 공동체 차원의 위기의식과 해결방식에 대한 고민을 촉발했으며 10년 이상 전에 제시됐던 개념인 ESG의 열풍을 가져왔다.
국내외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ESG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ESG 도입에 적극적이며 미디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을 도운 넷플릭스는 2019년부터 ESG 보고서를 출간하고 지속가능성 목표와 구체적 지표를 제시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와 ESG 활동의 중요 부문인 환경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넷플릭스는 2022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수렴시키는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물론 ESG의 도입이 확대되면서 일부 기업의 ESG 활동은 핵심가치의 실현이 아닌 보여주기식의 MSG와 같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린워싱(greenwashing)과 같이 ESG가 추구하는 가치를 내걸지만 실제로는 이와 동떨어지거나 기만하는 행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ESG는 시대의 요구이며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급하는 미디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오징어 게임과 최근 지옥의 사례처럼 콘텐츠는 글로벌 확장성이 크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전 세계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기업의 콘텐츠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콘텐츠의 기반은 공동체적 창의성이다. ESG는 내부 구성원과 파트너사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프로그램과 소통을 중시하며, 콘텐츠 기업은 복지, 공정거래 등의 실현을 통해 창작자의 권익과 동반성장을 증대할 때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ESG 패러다임의 실현은 기업의 본질과 연계돼야 한다. 단순히 착한 기업으로서 기부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주주, 소비자, 임직원, 파트너사, 사회구성원 등 모두의 관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성공적인 ESG를 위해서는 구성원과 나아가 주주, 소비자, 파트너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이 중요하다. 최근 저화질 영상을 시청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처럼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약속과 이해를 바탕으로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을 얻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이상적인 ESG의 실현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ESG 활동의 이유를 넷플릭스가 세상을 즐겁게 하기 위해(to entertain) 존재하며 이를 위해서 살아갈 만한 세상(a habitable world)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수많은 우수한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 것이야말로 ESG의 핵심가치와 맞닿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나아가려는 지금, 국내 콘텐츠 업계가 ESG 관점에서 ‘창의성’을 발휘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살아갈 만한 세상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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