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의 눈빛, 정말 소름 끼쳐요.. (후기) 댓글 감사해요" [열린 문 - 여성 자영업자 폭력 보고서]
단순 업무방해, 주취폭력이 아니다. 이것은 젠더폭력이다. 여성 자영업자 102명을 만났다. 여성 자영업자 대상 범죄 판결문 287건을 집중 분석했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열린 문'의 공포였다. 가게의 문은 가해자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 가해자가 마음먹으면 언제고 그 문을 열고 침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도 법도, 열린 문을 막아설 안전장치가 되지 못했다. <오마이뉴스>는 여성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젠더폭력 실태를 최초로 분석·보도한다. <편집자말>
[독립편집부, 권우성 기자]
<오마이뉴스>는 서울 망원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는 1년 넘게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A씨는 피해 사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이 기사는 A씨가 커뮤니티에 올린 글과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아래 글에 등장하는 B씨의 이야기 역시 2019년 3월 28일 '망원동 좋아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제로 올라온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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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씨의 이야기
※ 인상착의 - 40대 중반~후반, 스포츠머리, 마른 편, 키 175~177cm 정도, 날카로운 눈매. 검은색 차 혹은 흰색+파랑 섞인 오토바이를 끌고 다님. 배드민턴 채 넣는 큰 사각형 가방을 메고 걸어올 때도 있음.
안녕하세요, 저는 망원동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남자가 제 가게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다른 피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어느 날부턴가 어떤 남자가 제 가게 옆 슈퍼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제 가게 쪽을 계속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제가 퇴근하는 시간이 들쭉날쭉한데 어떻게 알고 오는지, 퇴근 시간을 딱 맞춰와서 계속 저희 가게 쪽을 쳐다봤어요. 슈퍼랑 저희 가게랑 다섯 발자국도 안 떨어져 있거든요. 그 남자랑 눈이 마주치면 피해도 보고 같이 쳐다보기도 하고 불쾌하다는 표정도 내보였습니다. 꿈쩍도 안 하더라고요. 한 번 오면 10분~15분을 있다가 가는데요. 그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더라고요.
▲ 여성 자영업자 폭력보고서. |
ⓒ 권우성 |
이렇게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왔어요. 계속 쳐다보기만을 수 개월... 하루에 4번 이상도 오더라고요. 이제는 가게가 보이는 바로 맞은편에 쭈그리고 앉아서 대놓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항상 옷가게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같은 자세로 쳐다봅니다.
그러다 7월 중순에 단골 고객이 가게 안에서 옷 갈아입으려고 쳐둔 커튼 바깥으로 잠깐 고개를 내밀었는데 그 남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 거예요. 너무 놀라서 '아아악' 소리를 지르니까 그 남자가 옆 골목으로 도망갔어요. 저도 너무 무서웠죠. 그래도 여기서 계속 돈을 벌어야 하고, 장사를 해야 하니까 남자를 쫓아가서 벌벌 떨면서 얘기했어요.
"왜 항상 여기서 담배를 피시는 거죠? 한 두 번도 아니고 고객들이 불편해 해요. 여기서 피우지 말아주세요. 죄송한데, 다른 데 가서 피워주세요."
그랬더니 "내가 어디서 담배를 피든 말든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아줌마(단골 고객) 보라고 해도 안 봐요. 왜 사사건건 간섭이에요. 슈퍼 자판기 커피 뽑아 먹으러 오는 겁니다. 나한테 말 시키지 마세요. 신고하려면 하던지!" 하더니 본인 차를 타고 가버리더군요.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너무 떨리는데 이게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닌 거 같아서 경찰에 신고했어요. 장기전으로 갈 거면 흔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경찰도 그 사람이 다시 오면 연락하라고 하더군요.
그 남자, 그 뒤로도 왔어요. 하루에 2~3번씩 왔어요. 가게 문 여는 시간도 일정치 않은데 그 때 맞춰서 그 남자가 딱 왔어요. 주변 사람들이 "그 남자가 전봇대에 CCTV 달아놓은 거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어요. 와서 담배 피우면서 쳐다봐요. 그 눈빛... 정말 무섭고 소름 끼칩니다.
이웃 아주머니도 "오토바이 끌고 오면 소리가 엄청 시끄러워서 이 남자가 온 줄 알게 된다"면서 "옷가게 맞은편에서 쳐다보는 거 여러 번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주머니에게도 딸이 있는데 반바지 입고 지나가면 계속 쳐다보고 그랬다고요.
▲ 여성 자영업자 폭력보고서. |
ⓒ 권우성 |
경찰이 "주민들이 불편해 하고 오해받을 수 있는데 뭐하러 오시냐, 최대한 이 길로 다니지 마시라"고 했는데, 이 남자 "당분간은 안 올 건데, 커피 한 잔 생각나면 여기 와서 담배 피울 거"라고 했답니다. 기가 차서... 그 남자가 경찰이랑 있을 때 용기 내서 나갔어요.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제 손 떨리는 거 안 보이세요?"라고 소리치니까 이 남자가 눈빛이 달라지면서 "제가 그 쪽을 스토킹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는 거예요. 이제까지 그 남자를 변태나 관음증 환자 같은 걸로 생각했는데 본인 스스로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스토킹.'
진짜 소름 끼쳐요. 무서워서 밤에 잠도 못 잘 지경이 돼서 결국 관할 경찰서까지 가서 신고했어요. 경찰이 "스토킹 맞네요" 그러더라고요. 진술서 쓰고 신변보호 요청했어요. 그럼 스마트 워치를 주는데 버튼을 누르면 위치가 추적돼서 경찰이 출동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매일매일 들고 다니고 있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1년 동안 출퇴근 시간 맞춰 와서 맞은 편에 앉아 쳐다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이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남자가 가게에 들어온 적은 없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문 열고 들어올 수 있는 거잖아요. 정말 두렵습니다. 저는 그 남자 오토바이, 차 소리 모두 알아요. 바짝 예민하게 날 서 있으니까 그 소리도 분간이 가더라고요. 길에서도 그 남자가 납치할까봐 신경을 곤두세웠어요. 이런 경우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봐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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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얼마 후... A씨의 후기
좋은 정보와 조언, 댓글, 진심 감사합니다. 누가 또 겪게 될지 모르니 이런 사례도 있다는 걸 공유하고 싶었어요.
제가 너무 무서워하니까 친구가 페이스북 '망원동 좋아요' 페이지에도 글을 올려줬어요. '친구 가게에 남자가 계속 온다'고, 그 남자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기종을 인터넷에 찾아서 첨부했어요. 그 남자도 보겠구나 생각했고요.
사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건 장사하는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있는 거였어요. 스토커가 있는 가게에 누가 오고 싶겠어요. 그런데 그만큼 위협을 느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런데 '망원동 좋아요' 글 올리고 난 후, 그 사람이 안 왔어요. 그래도 스마트 워치는 3달 동안 계속 가지고 다니다가 이제 반납했네요.
그러다가 딱 한 번 마주쳤어요. 지나가다가 그 사람이 타고 다니던 차를 봤어요. 까맣게 썬팅 돼있었지만 그 사람 차 번호는 이미 외우고 있었거든요.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차 운전석 쪽을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나도 널 안다' 이런 느낌으로요. 제 자신은 제가 지켜야 하니까요.
제가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여자 혼자 하는 가게면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여자 사장님 혼자 하는 카페가 근처에 있었는데 한 할아버지가 가게 안에 계속 앉아계셨어요. 앉아서는 사장님을 계속 쳐다보더라고요. 손님을 내쫓을 수도 없고... '아... 저 사장님 혼자 있을 때 조심해야 할텐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가게가 공간도 좁고 누가 들어오면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조였어요. 결국 그 카페는 문을 닫았어요.
장사하면 정말 모든 사람이 고객이잖아요. 사장 입장에서 고객을 쫓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부디, 아무 일 없길. '열린 문'으로 당신을 위협할 누군가가 들어오지 않길 바랄게요. 저와 같은 경험 제발 겪지 않으시길. 그 말밖에는 못 드리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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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2년 후... B씨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여쭤볼 게 있어서 '망원동 좋아요'에 처음 글 올려봅니다.
한 2~3년 전 쯤 망원동에서 가게 운영하시던 분이 글을 올리셨었는데요. 가게 길목에 오토바이 세워놓고 가게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아저씨 때문에 무섭다고요. 경찰까지 와서 그 남자한테 경고를 했다는 내용의 글을 본 기억이 나서요. 그 일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혹시 아시는 분 계실까요? 그 글을 찾아보니 안 보여서요.
제가 지금 비슷한 일을 당하고 있어요...... ㅠㅠ 혹시 그 때 결과나, 해결 방법을 알고 계시는 분이 있으실까요. 그 글을 본 기억이 있으신 분이나, 아는 분... 댓글 부탁드려요…. ◆
취재 : 이주연·이정환·홍하늘
사진 : 권우성 / 제작 : 이종호 / 개발 : 황장연
독립편집부 facebook.com/ohmy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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