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감형'에 분노했던 이재명..법조계 "지론 바뀌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 ‘강동 모녀 살인사건’을 저지른 조카를 변호한 것에 대해 사과한 가운데, 또 다른 살인사건의 가해자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후보 측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연 김모 변호사가 변론한 사건에 이름만 올렸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원 등에 따르면 이 후보가 변호했던 또 다른 사건은 ‘성남 수정구 살인사건’이다. 한 남성이 전 여자친구였던 4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이다. 여성과 4년 가까이 동거하며 생활비 및 여성의 딸 대학 등록금을 부담했는데, 여성이 이별을 고하고 돈을 돌려주지 않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후보 측은 이 사건을 변호했던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당시 변호사 사무실은 후보 포함 2명의 변호사로 구성됐다”라며 “변호사 사무실이 수임한 모든 사건은 2명의 변호인 이름을 올렸었기 때문에 이 후보는 해당 사건에 서류상으로 이름만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가 사건 수임과 변론 작성을 온전히 담당했고, (이 후보는 재판에서도) 변론을 했다기보다는 자리에 앉아만 있었던 것, 배석을 같이했던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와 함께 변호인에 이름을 올린 김 변호사는 “14년 전 사건이라 누가 주무로 변호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언론에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구자룡 변호사는 29일 오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사건에 이름을 올린 것을 넘어 법정에 출석도 2차례 한 것이 확인되기 때문에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연관된 두 사건 모두 변호인 측이 가해자에 대해 ‘심신미약’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범죄 상황을 인식하고 범죄를 결행하는 부분에 그 사람의 죄책의 핵심이 있고, 자신이 하는 행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행동한 것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론적 근거와 필요성은 있지만, 그간 주취 감경 등 폐단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후보가 변호사로서 피고인의 기본권을 보장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변호를 맡은 것은 그 자체로 비판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흉악범을 변호하다니!’라는 생각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게다가 우리 형사소송법은 중범죄의 경우일수록 ‘필요적 변호사건’으로 규정해서 반드시 변호사가 있어야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이 충분한 변호 때문에 진행돼야 오판을 막고 설령 유죄의 극형이 내려지더라도 피고인의 승복을 이끌 수 있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 변호사는 “그러나 지금 논란의 핵심은 그 시절 변호사 업무에 관한 현재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라며 “이 후보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인권변호사’를 표방해 왔는데, 지금 논란이 된 사건을 보면 인권변호사라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18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때 범인 김성수가 우울증 진단서 등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날 때 이 후보가 SNS에 ‘국민은 정신질환 감형에 분노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는데, 본인의 변론과 정치인으로서의 주장이 정 반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평소의 지론이 바뀐 것인지 원래도 심신미약 감경을 반대하지만, 과거에 변론은 그렇게 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는데, 이 부분은 이재명 후보가 딱히 어떤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라며 “이런 해명되지 않는 부분의 의문이 지금 국민께서 의문을 가지고 계신 지점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무현 빼곤 역전 없던 대선 D-100 민심…"이번엔 예측 어렵다"
- "네가 가슴 주물러서…" 추행 고소한 불법 카풀녀의 거짓말
- 중앙일보 - 네카라쿠배 성장의 비밀
- BTS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어, 그래미 받고싶다"
- 이재오 "김건희,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못 나오는 것"
- "집값 폭등·격무 시달려"…외신이 본 한국 '멍때리기'가 슬픈 이유
- 5시간 줄 서서 먹는다…LA 한인타운 발칵 뒤집은 'BTS 곱창'
- "할리우드인 줄"…결별 10년된 김혜수·유해진 뭉친 이유
- 장제원 '장순실' '차지철'에 발끈…진중권 "풉, 고소하세요"
- "오빠폰에 몰카" 與의원실 비서 여동생이 신고